대학교원임용 왜 문제인가-송경안 전남대교수 특별기고
대학교원임용 왜 문제인가-송경안 전남대교수 특별기고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3.05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임교원의 채용은 입시와 함께 대학 교무행정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며 이것이 공정해야 한다는데 이론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매스컴이나 관련 단체 혹은 풍문을 통해 우리 귀에 들려오는 대학교원 채용의 실상은 실망스럽고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 우리 사회가 대학과 교수들에게 거는 기대가 크기 때문에 이에 대한 실망과 좌절감은 더욱 클 것이다. 대학교원인사 문제의 핵심은 우리 사회에 만연되어 있는 연고주의와 금품수수이다. 규모가 큰 대학의 경우 금품수수까지는 가지 않은 것으로 보이지만 연고주의는 서울대학에서부터 시작해서 전국 모든 대학에 온존하고 있다. 전국에 150여 개의 4년제 대학이 있는데 A라는 대학에서 교수를 뽑으면 다른 대학 출신을 모두 제치고 A대학 출신이 채용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으로 되어 있는데 이 같은 사실은 불공정한 연고주의로 밖에 설명할 도리가 없다. 현재로서는 대학교원임용에 관한 방법과 절차가 모두 대학에 맡겨져 있기 때문에 그 공정성은 대학구성원의 양식과 대학본부의 의지에 기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인데 우리사회가 기본적으로 연고주의에 길들여져 있고 대학도 이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마당에서 엄격한 공정성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다. 교수채용은 여러 단계의 절차를 밟아 진행되는데 이 과정에서 상식의 궤를 벗어난 일들이 종종 일어나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먼저 학과에서 채용분야를 결정하는데서부터 비합리적인 일이 왕왕 일어난다. 학과 교수회의에서는 A라는 분야를 채용하기로 했는데 대학본부에 올라간 서류에는 채용분야가 B라는 분야로 둔갑해 버리는 일도 있다. 상상하고 싶지도 않는 일이지만 유감스럽게도 이것이 우리 대학사회의 부끄러운 현실이다. 다음으로 심사위원을 위촉하는 단계가 있는데 공정한 심사라면 심사위원이 누가 되든 심사결과는 동일해야 하겠지만 현실적으로 그렇게 되리라고 믿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자기 쪽의 심사위원을 확보하기 위해 신경전을 벌이고 인맥을 통해 로비를 하기도 한다. 학과 내의 담합을 막기 위해 일정비율의 심사위원을 대학본부가 위촉하기도 하는데 형식적으로는 대학본부가 위촉하지만 내용적으로는 해당학과의 추천을 받아 버린다면 이 제도는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또 총장 위촉으로 참여한 외부심사위원들이 소신 것 심사에 임하지 않고 남의 학과 일이니 학과에서 결정하는데로 따르겠다는 입장에 선다면 이 역시 무의미한 제도가 되고 만다. 제도를 아무리 그럴 듯하게 만들어 놓아보았자 운영주체들의 공정임용에 대한 의지가 없으면 소용없다는 뜻이다. 심사과정에서 공정성은 교수임용의 생명이지만 이 부분에서도 늘 잡음이 일어난다. 어느 대학에서는 학과장에 의해 문제가 사전 유출되었다는 이야기까지 들린다. 그런가 하면 아무 문제없이 끝난 심사를 가지고 심사결과가 자기의 뜻대로 나오지 않으면 괜한 것을 가지고 억지를 부리면서 끝내 교수임용을 무산시켜 버리는 일도 있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대학 내 에 이에 동조하는 세력이 있기 때문에 이러한 일이 가능한 것이다. 어느 대학에서 유사한 사건이 그 대학 교원임용공정관리위원회에 회부되었는데 이 곳에도 적극적인 동조세력이 있었으나 다수의 양식있는 인사들에 의해 "문제없음"으로 결론이 났다. 그런데 이후 이 사건이 학장들로 구성된 대학인사위원회에서 제동이 걸렸다. 문제의 단과대학 학장이 임용반대 의 발언을 하자 "학장들이 학장 말을 안 들으면 누가 듣느냐"는 동조자가 생겼고 나머지 학장들은 이 보수반동적인 발언에 꿀먹은 벙어리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간단히 대학교원 임용이 보류되어 버린 것이다. 이것이 21세기 우리 대학사회의 현주소이다.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구성원의 자각과 반성이 중요하겠지만 이를 기대하기가 어렵다면 정책적으로, 제도적으로 접근해야 하겠는데 이 역시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정책당국은 예를들면 연고주의 배제를 강제할 수 있다. 독일의 경우 대학교수의 첫 임용지는 자신의 출신대학이 될 수 없는 것이 전통으로 되어 있다. 우리나라도 이 연고주의를 개선해 보기 위해 교육부가 2-3년 전에 특정 대학 출신이 한 학과 교수의 2/3를 넘지 못하게 하는 소위 출신대학 비율 상한제를 도입했다. 좋은 생각이었다. 그러나 이후 교육부는 보수적인 여론에 밀려 슬그머니 뒷거름질 치고 말았다. 이렇게 되면 이른바 일류대 패권주의가 위협을 받게 되고 그 밖의 대학 교수들도 기득권을 상당부분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모든 공적인 일에는 반드시 적절한 견제장치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우리의 대학교원임용에는 이러한 견제장치가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언제든지 불공정 행위가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있는 것이다. 송 경 안(전남대 교수, 전국교원공정임용을 위한 모임 이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