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소리하는 '주둥이'를 막아라?
쓴소리하는 '주둥이'를 막아라?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3.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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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사라진 전남도 광주시교육청 홈페이지 //교원인사 전교조 교사 징계 등 교육현장 뜨거운 목소리// 홈 개편한다며 교사 학부모 등 의견 무단 삭제// 실과별로 게시함 분리 실명으로만 의견게재 가능케// "욕설 비방 등 명예훼손 막기 위한 방법" 궁색한 답변// 자유로운 비판. 공개토론의 장 사실상 사라져// 사이버공간에서 표현의 자유는 어디까지 보장돼야 하나. 최근 대학과 은행 등 공공기관의 자유게시판 축소조치에 이어 광주.전남 양 시도교육청이 일제히 사이버공간에서 자유로운 비판과 토론의 장으로 활용돼온 '자유게시판'의 기능을 사실상 대폭 축소해버린데 대해 곱지않은 시선이 쏠리고 있다. 자유게시판은 다수의 네티즌이 비동시적으로 의견과 관련자료를 올리고, 다른 사람이 이에 자유롭게 답변을 하면서 일련의 의견에 대해 서로 꼬리를 물고 찬성과 반대, 질문과 답변이 이어지고 이에따라 이미 생성되고 있는 정치·사회적 쟁점에 대한 시민 참여를 더욱 높이는 촉진제 역할을 하는 것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사이버 공간. 물론 인터넷의 익명성이 무책임한 의견과 욕설, 비방이 난무하는 부도덕의 온상이 되기도 하면서 양날의 칼이라는 비판도 만만찮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교직원, 학부모와 시도민들로부터 현장의 목소리를 다양하게 수렴, 보다 나은 광주.전남 교육의 미래를 구상하고자하는 목적으로 홈페이지를 개설한 양 교육청이 실과별로 세분한다는 명목으로 사이버상 자유게시판을 사실상 유명무실케 한 조치는 이의 부정적인 측면만을 고려한, 공정한 게임을 위한 감독자로서의 역할을 방임한 것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됐다. 전남도교육청)은 그동안 일괄운용되던 홈페이지상 '의견게시함'을 개편, 지난달 하순부터 감사담당과, 초등, 중등교육과 등 11개 해당부서로 쪼개 관리하고 있다. 도교육청 의견게시함은 그동안 교원인사문제는 물론, 장흥 대덕종교 사태와 관련, 전교조 교사 징계와 전교생의 교장퇴진 서명소식, 교육청의 감독 소홀 등을 지적하는 글과 함께 교육현장에 대한 불만 등 다양한 의견이 하루 수십건씩 게재됐으며 최고 수백건의 조회건수를 기록할 정도로 교사,학부모들의 뜨거운 토론방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그런데 지난달 하순 도교육청측은 홈페이지개편을 이유로 각 실과별로 의견게시함을 분리했고 철저히 실명을 사용할 것을 공지하는 한편 그간의 글들을 모두 삭제했다. 이같은 느닷없는 조치에 교사 네티즌들이 반발하는 것은 당연한 일. ID가 섬마을인 한 네티즌은 지난달 27일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끈을...'이란 제목에서 "도교육청 실무자 입장에선 인터넷으로 인해 교사들에 대한 언어적 폭력과 몰상식한 언사에 대해 식상한 일들도 분명 많았으리라 생각합니다만 도교육청 정기인사가 끝나자 마자 사이버소리함을 모두 없애는 것을 보면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고쳐 매지 않았던 조상들의 지혜가 생각나는군요"고 지적했다. 또 ID 평교사라는 네티즌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우리들의 아우성을 이번에는 사정없이 삭제해버리고 새로 홈페이지들 단장하셨군요. 대단히 만드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그래도 쓴소리 단소리 듣고 살아야하는 전남 교육인데, 어째 이런 꼴이 되었습니까?"라고 말했고 ID 김치국씨는 "제시된 의견들이 설혹 다른 의도를 갖는다 할지라도 네티즌들의 자정적인 의사 표현으로 토론이 이루어질 수 있으며 그로인해 비방 등의 바르지 못한 내용은 자연 도태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홈에 대한 모든 권한을 가졌다는 이유로 인하여 게시된 글들을 작의적 판단으로 삭제. 편집하게 된다면 이 또한 횡포이며 폭력일 수 밖에 없습니다"라고 꼬집었다. 이에대해 도교육청 관계자는 "이번에 소리함의 내용을 지운 것은 전산관리 정비시스템 차원에서 각 과별로 책임을 지우기 위한 것이며 추호도 다른 뜻이 없었다"면서"앞으로 실명이 아니거나 전화번호가 확인되지 않으면 답변하지 않고 임의로 지우기로 했다"고 답변했다. 광주시교육청(www2.ketis.or.kr)의 홈페이지에서도 공개된 비판이나 쓴소리는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역시 지난 달 하순 단행한 홈페이지 개편으로 기존 의견게시판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시교육청측은 또 게재된 글에 대해서는 부서별로 공개. 비공개내용을 선별, 공개가 곤란하다고 판단하는 글에는 '비공개'로 분류해 비밀번호를 가진 담당 직원만이 열어볼 수 있게 했다. 앞으로 시교육청 홈페이지에서 교육현장과 관련한 껄끄러운 내용의 공개토론을 벌이려는 네티즌들은 좀 더 기다려야할 것 같다. 전남대 수의대는 지난 1999년 게시판이 돌연 폐쇄된 이후 2년째 언로가 막혀 있다. 학생들에 따르면 게시판 관리를 맡고 있는 교수가 학생운동을 하는 학생회간부들을 '모욕'했고, 이어 익명의 학생들로부터 이 교수를 비방하는 글들이 올려지자 그 후 지금까지 폐쇄 조치됐다는 것이다. 이들 공공기관이 자유게시판을 축소한 표면상 이유는 무작위 게시된 글로부터 기관또는 당사자에 대한 명예훼손이나 언어폭력행위를 예방한다는 것. 그러나 광주.전남보다 훨씬 규모가 큰 서울특별시교육청이 기존의 방식대로 자유게시판을 운영중이며 인천, 울산 시교육청도 '자유광장''낙서마당'이란 창으로 열린 소리를 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설득력이 약하다. 특히 지역 교육청인 순천시교육청의 경우 '소리함'에 늑장 행정을 꼬집는 비실명의 글들도 가감없이 싣는 것을 고려하면 오히려 궁색한 변명처럼 여겨진다. 또다른 이유가 있지않나 생각되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인터넷 실명제와 익명성의 문제와 관련, 명예훼손이나 언어폭력의 문제가 온라인 매체가 갖는 고유한 특성 때문에 생기는 것은 아니며 더욱이 인터넷이 등장하기 이전에도 기존 매체나 오프라인 공간에서의 상호비방 및 명예훼손이 존재해 왔는데 이런 문제가 마치 인터넷이 생기면서 발생하기 시작한 것처럼 부정적인 측면만을 너무 과장에서 보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인터넷 실명제 등에 대한 한 네티즌의 글은 음미해볼만하다. "오히려 게시판을 실명화할 경우 자유로운 주장과 건전한 비판이 줄어드는 문제가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우리사회는 말 한마디 때문에 권력에 의해 탄압받았던 시절을 오랜기간 동안 겪어왔다. 즉, 그동안 국민은 자신의 의사를 마음대로 펼칠 수 있는 공간이 없었던 것이다. 이제서야 겨우 인터넷 이 그 답담함을 해소해주고 있는 실정인데 그런 공간에 규제의 잣대를 자꾸 들이된다면 사회의 건전한 비판여론은 사라지게 될 것이다". 이덕재기자roja21@siminsor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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