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파워>깜깜한 들판에서 고민하는 여성농민들
<여성파워>깜깜한 들판에서 고민하는 여성농민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0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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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대통령에게 바란다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11월13일 전국농민대회가 열린 여의도에 모습을 드러내고 연설을 한 것을 직접 보았다.

이회창 후보는 아예 몸을 사려 나오지 않았는데, 노무현 후보의 연설 도중에 날아온 계란으로 언론에 수난을 겪은 일을 기억한다.
함께 참여한 사람들은 농민회 회원 중 누가 던진 것인지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김대중정부의 실패한 농업정책을 향해 항의한 것이라고 이구동성 말했다.

당시 노무현 후보는 농가부채 해결, 쌀수입 개방에 맞선 준비를 할 것이라고 했다. 그 내용은 구체적이지 않아서 기억에 남지 않는 것이 유감이다. 그 대신 "여러분이 추천하는 분을 농림부장관으로 임명하겠다. 농업 정책에 대해 대통령이 직접 사인하겠다" 고 약속한 것이 생각난다.

그 약속에 대해서도 가벼운 웃음이 나온 것으로 기억한다.
김대중 정부 초기에 김성훈 장관이라고, 농민회 내에서도 신뢰할만한 분이 농림부장관으로 활동하였지만, 생산농민을 중심에 두지 않고 일괄처리한 '농협개혁'등 상당히 후퇴한 정책으로 뒷통수를 때렸기 때문이다.

고흥지역에서 민주노동당을 지지한 표는 불과 350여표, 90% 이상의 압도적인 표로 노무현이 당선되었다.
뚜껑을 여는 밤에도 실재 투표한 인물이 아님에도 노무현이 떨어질까봐 가슴 조이며 지켜본 것도 사실이다.

김대중대통령은 세기에 한번 나올까 말까한 능력있고, 도덕적인 사람이라는 소리가 있었다. 지난 5년동안 농촌은 더 벼랑끝에 가까워졌기 때문에 이회창이나 노무현이나 누가 대통령이 되든 농촌정책에 관해서는 별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 확실이 보이자 가슴을 쓸어내는 아이러니한 현실이 바로 내가 발딛고 선 현실이다.

투표 전날, 정몽준의 지지철회 발표가 있자 노무현을 지지하는 많은 사람들이 위기의식을 느껴 권영길 지지하는 사람들을 집중적으로 흔들었다는 것도 사실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되어서 안도의 가슴을 쓸어내린 것은 평화 통일을 이회창후보보다는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통일을 이루기 위해서라도 식량을 외국에 의존해서는 안될 것이다.
2004년 쌀재협상에 있어서 국회 비준을 거부하고, 한자리수 식량 자급도를 끌어올려야 할 것이다.

억이 아니면 농가빚으로 끼워주지도 않는다는 부채문제는 실패한 농정의 결과이다. 눈가리고 아웅하지 말고, 획기적인 경감조치가 있어야 하고, 그 빚을 갚을 수 있도록 농산물 가격을 보장해야 할 것이다.

투표하러 간 날, 길게 늘어선 줄을 보니 모두 거무죽죽한 옷에 주름살이 거미줄처럼 쫙쫙 그어진 노인들 뿐이었다.
아기를 안고 투표하러 온 새댁은 거의 나혼자 였다. 노무현에게 표를 찍는 가난한 농민들에게 절망을 선물하지 않기를 바란다.

일한 만큼의 가격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생산과 유통에 있어서 획기적인 조치를 내려주기 바란다.

농촌의 문닫는 학교, 발령을 받으면 눈물 찍 흘리고 가게 되는 학교가 아니라 농촌학교, 작은 학교의 장점을 살리는 교육으로 특별법으로 보장해야 할 것이다.

여성농민을 위한 복지, 문화, 건강, 육아, 탁아를 해결할 수 있는 제도와 재정을 마련해주어야 할 것이다.
대통령의 결단과 의지로도 할 수 있는 일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서민과 함께 할 수 있다는 새대통령, 권위적이지 않았다는 개표 밤에 인사말에 흠뿍 담긴 마음처럼 벼랑끝의 농촌에 대해 부디 대책을 앞장서서 세워주기 바란다.

앞으로도 농사를 짓고 살아갈 수 있을까
내 평생 빚을 갚을 수 있을까
우리 아이를 시골학교에 보내야 할까
깜깜한 들판에서 고민하는 여성농민들에게 답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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