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월'에도 새해가 떴다
'망월'에도 새해가 떴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01.1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내가 살고 있는 오늘은 열사가 그토록 살고 싶어했던 내일이다'.
전국 명소들을 찾아 새해를 맞이하며 각자 한해 각오를 다졌을 시각, 광주의 정신을 기억하고자 광주 5·18묘역으로 발길을 옮기는 사람들이 있었다.

세월의 흐름에 나약해지는 자신의 모습을 깨달았기 때문일까. 모진 억압속에서 민주화를 지켰던 강한 의지를 이어받고자 함이었을까.
박광태 광주시장을 비롯한 광주시민들은 물론 경기도, 경남 사람들도 먼 걸음을 마다하지 않고 망월동을 찾아 숭고한 정신을 간직하고 있는 영령들 앞에 고개를 숙였다.

1일 이른 아침 신묘역을 찾은 박광태 시장과 박태영 전남도지사는 '영령들의 숭고한 정신을 계승 발전키고 열심히 일해서 민주인권도시를 건설하겠다'고 다짐했다.

열사 정신 기억하고자 5·18묘역 찾는 사람들
신묘역은 방명록에, 구묘역은 날적이에 다짐


공무원이 출근해야 문이 열리는 신묘역에 비해 24시간 찾을 수 있는 구묘역의 새해 아침은 보다 일찍 찾아왔다. 이곳을 찾은 시민들 또한 하나같이 2003년은 2002년보다 열심히 살아보겠다는 다짐으로 가득하다.

사회에 나가 좀 더 바쁘게 그리고 열심히 살아보고자 故 박승희씨를 찾아왔다는 경남 진주의 라미씨. 8년만에 망월동을 처음 왔다는 민주노동당 이의철씨는 故 김준배씨 묘 앞에서 '다시는 열사가 생기지 않도록 쉬지 않고 뛰겠다'는 약속을 하기도 했다.
이처럼 보다 나은 하루를, 한해를 살고자 하는 마음은 신묘역과 구묘역의 구분이 없었다.

그런데 엉뚱한 곳에서 민족통일을 바라는 방문객들에게 틈을 만들어주고 있는 듯 하다. 5·18 묘역 사무소에서 마련한 방명록이 그것. 신묘역 앞 입구엔 방명록 두 개가 놓여 있다. VIP용과 일반용. 박광태 시장은 새 방명록에 새해 다짐을 기록할 수 있었지만 일반인들은 지난해 사용했던 방명록에 자신의 이름과 주소만 적을 수 있다. 구묘역은 이런 방명록 조차 없다. 몇몇 묘에 가족들과 후배들이 마련한 날적이만이 영령들을 찾은 이들의 흔적을 담고 있을 뿐이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