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안가는 별난 택시기사 강원기 씨
백화점 안가는 별난 택시기사 강원기 씨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3.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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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만원 '밍크'자랑 승객 한심해 백화점 가는 사람 아예 안 태운다 "돈이 돌아야 서민도 먹고살지..." 재래시장 고집하는 '토종 촌놈' "00백화점으로 가주세요" "손님 죄송하지만 저는 백화점은 안갑니다" 택시 이용자들이 원하는 곳이면 어디든지 달려가는 강원기씨(45·광주시 광산구 운수동). 그러나 10년이 넘도록 택시운전을 하면서 '절대' 가지 않는 곳이 딱 한군데 있다. 그곳은 바로 '백화점'. "우리 같은 서민들이 왜 재벌을 먹여 살려야 합니까?" 강씨는 백화점 이용은 결국 서민들의 돈으로 재벌이 크는 길밖에 되지 않는다는 생각을 갖고 사는 사람이다. "나는 아직까지 백화점 구경도 안해 봤습니다"라고 말하는 강씨는 스스로를 '오리지널 촌놈'이라 칭한다. 그는 자신 뿐만 아니라 아내에게도 옷이나 음식 등 생필품 모두를 재래시장을 이용하도록 하고 있다. "돈이 돌고 돌아야 없는 서민들도 살기 좋아질 것 아니냐"는 것이 강씨의 생각. 하지만 자신의 생각과는 정반대로 돌아가는 세상을 보며 "요즘 세상은 한곳에만 집중되고 있으니 서민들이 못살겠다고 아우성이죠"라며 한숨을 짓는다. 강씨는 얼마전 백화점 쇼핑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던 택시 승객 이야기를 들려준다. "손님이 통화하는 내용을 우연히 들었는데 세상에 150만원짜리 밍크코트를 샀다고 하더군요. 그 돈이면 저는 평생 옷 사입고도 남을 돈입니다"라고 말하는 강씨는 아직도 그런 일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다. 게다가 신상품이 나오면 백화점에서 '예약하실래요?'라며 전화가 오는 경우도 봤다며 연거푸 한숨을 짓는다. "그 돈을 영세 상인들에게 투자하면 경제도 살릴텐데"라는 말과 함께. 하지만 '살아가는데 최소한의 것만 있으면 된다'는 것을 신념으로 생각하는 강씨에게도 후한 인심을 쓰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가족에 대한 사랑'. 15살 때 아버지를 잃은 강씨는 '가족'의 소중함을 누구보다 강조하는 사람이다. "사람은 가정에서 보람을 찾아야 진정한 삶을 맛볼 수 있어요"라고 말하는 강씨는 택시 승객들이 가정 때문에 고민할 때면 언제나 격려와 충고를 잊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고맙다는 인사도 많이 받고 있다고. 마흔 다섯이라는 나이에도 강씨는 흰머리가 없다. 외향적인 사치보다 마음을 비우고 언제나 자신이 받은만큼 베풀면서 사는 것이 강씨가 세상 사는 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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