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월째 눈 못감은 노동자의 죽음
7개월째 눈 못감은 노동자의 죽음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3.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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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25일 나주시 문평면 옥당리 호남선 복선화공사 현장에서 한 50대 노동자(유상선.51세.융창산업 직원)가 통증을 호소하다 조퇴, 집에 돌아온 뒤 병원으로 옮기던 도중 심장마비로 숨졌다. 정확한 사인은 허혈성 심장질환에 의한 급성 심장사. 이날은 정종환 철도청장이 현장을 순시한 날이기도 하다. 유족들은 유족보상 및 장의비 청구서를 근로복지공단 광산센터(소장 장영수)에 제출했지만 '업무 외 재해'로 판정돼 산재보상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했다. 두달 뒤 유족들은 이 판정이 부당하다며 산업재해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심사청구서를 제출했으나 역시 '이유없다'며 기각되고 말았다. 유족들은 이러한 기각이 잘못됐다며 지난달 또다시 업무상 과로에 의한 사망이 분명하다는 진정서를 냈으나 공단은 이의가 있으면 재심청구나 행정소송 등 구제절차를 밟으라는 답변외 지금까지 묵묵부답이다. 민주노총 광주전남 지역본부는 이 사건과 관련, 공단측의 서류조작 및 은폐 의혹까지 제기하며 중앙본부 차원에서 근로복지공단의 개혁을 촉구하기에 나섰고 공단은 지금까지 모든 처리절차에 전혀 하자가 없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처럼 사건이 발생한지 7개월여가 지나는 동안 이 문제는 해결이 되기는 커녕 점점 더 큰 사안으로 발전해왔다. 이 사건이 과연 공단측의 주장대로 '보상금을 타려는 유족들의 일반적인 관행'인지 민주노총에서 말하고 있는 '서류 조작ㆍ은폐에 따른 의도적 부지급 결정'인지 논란이 일고있다. 문제의 유상선씨는 사고 당일 현장에서 광주시 월산동에 있는 집으로 돌아와 호흡곤란 증세가 일어나자 구급차를 불러 기독병원으로 옮겼으나 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숨을 거둔 뒤였다. 이 사건에 대한 공단측의 공식적인 입장은 유씨가 현장이 아닌 집에서 사망한데다 현장에서도 중요한 직책이 아닌 부수적 업무를 담당했고 업무상 과로의 이유를 찾을 수 없어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산재에 의한 사망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노총 광주전남지역본부는 공단의 일처리 절차와 결과가 잘못됐음을 강하게 문제제기하고 나서고 있다. 유씨가 사망할 즈음 유씨 업무량이 평소보다 늘었고 실제 이를 입증할 수 있는데도 산재보험 보상금을 지급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는 것. 민주노총은 우선 유씨의 조퇴시간을 공단이 의도적으로 왜곡하고 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사업자(경남기업)가 최초 공단에 제출한 사고(사망)경위서에는 유씨가 "당일 오전 9시 30분 우황청심원과 우루사를 먹은 뒤 관리자에게 좀 쉬겠다고 보고한 뒤 오전 11시 30분 조퇴"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현장 관리자인 심모씨(경남기업 차장)와 서모씨 등 공단의 사실조사에 응했던 증인들도 오전 11시 30분 조퇴한 사실을 증언하고 있으나 공단측 '자문의사 부의안'과 역시 공단측이 작성한 '조사 복명서'에는 조퇴시점을 철도청장 도착 이전(철도청장은 이날 오전 10시 50분 현장도착 후 11시 10분께 떠났다)으로 기록, 조퇴시간을 조작했다는 것. 자문의 소견서는 이를 근거로 "철도청장의 순시시간에 집으로 쉬러 간 점"으로 보아 책임있는 위치에 있지 않았기 때문에 "정신적 스트레스는 없었을 것"으로 결론짓고 있다. 유씨의 과로를 입증할 늘어난 업무량에 대해서도 먼저 사망직전 3일간 전신주에 올라간 사실을 밝혀줄 목격자가 없다는 공단측의 주장에 대해 민주노총은 "사망 5일 전 전원을 끌어오기 위해 전신주 3개에 올라가 전선연결 작업을 했다"는 현장 관계자의 증언을 들어 반박하고 있다. 이와함께 폭우가 쏟아졌던 7월 23일 공사장 고인물을 퍼 냈다는 사안에 대해서도 공단측은 "지시한 적은 있지만 실제 잠을 자지 않고 작업한 것을 본 목격자는 없어 작업이 이뤄지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민주노총은 인근에서 식품점을 운영하는 장모씨로부터 "7월 중순께 유씨가 두 대의 양수기로 밤 9시께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는 증언을 확보했다. 이와함께 유씨의 사망에 대한 의학적 소견에서도 공단측 자문의사와는 전혀 다른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김양옥 민주노총 광주전남본부 자문의사는 "부검 결과를 보면 동맥경화로 관상동맥이 50%정도 좁아져 있는데 이는 유씨가 장기간에 걸쳐서 동맥경화의 위험인자에 노출되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며 "사망 이전 일주일동안 철도청장 순시대비, 폭우에 의한 수재관리, 윙카등 설치 등으로 유씨는 피로감과 협심증을 호소한 것으로 보아 오랜 직장생활에서 진행된 병세가 사망 직전 더욱 악화돼 심장마비로 이어졌을 것으로 인정된다"는 소견을 보였다. 김씨는 또 "유씨가 비록 집에서 사망했지만 의학적 통념상 허혈성 심장질환 증상은 이미 업무수행 중에 나타났음이 확실하고 실제 업무수행과정에서 동맥경화의 위험인자인 만성적 과로와 심장발작 유발요인이 확인된 반면 업무외적 요인이나 자연발생적인 악화로 인한 사망이라는 명백한 반증을 발견할 수 없다"고 밝혔다. 유씨 사건은 해를 넘기면서도 아직 해결되지 않고있다.장영수 근로복지공단 광산센터 소장은 거듭 "일을 처리하는 과정 문제가 있었다면 심사청구에서 이미 밝혀졌을 것이고 억울하다면 재심청구나 행정소송을 통해 이의를 제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이에대해 "여러 자료들을 종합해볼 때 당연히 산재보험 혜택을 받아야 할 사안인데도 공단측의 의도적인 사실왜곡과 일처리 과정 중대한 하자로 일이 꼬여가고 있다"며 "공단은 이 시점에서라도 철저한 조사를 통해 왜곡된 사실을 바로잡고 곧바로 산재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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