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임용 쿼터제,실효성 의문
교수임용 쿼터제,실효성 의문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3.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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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후 영어사전에서 'inbreeding'을 찾아보자. '근친 교배'라는 원뜻 외에 비유적인 쓰임새가 있다. 바로 대학교수진이나 군의 참모진 등에서 같은 계열의 인재만으로 조직을 만들기라는 뜻이다. 선진 외국에서도 자기사람 뽑기가 한때 성행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과거에는 어쨌는지 모르지만 지금은 교수임용시 자기사람 뽑기는 엄격히 제한되고 있는 게 통례다. '동종번식'이라고 하여 학문발전에 장애가 된다는 이유로 금지하고 있다. 지난 1998년 기준으로 미국의 하버드대학은 모교학사 출신 11.7%, 모교 박사 16.3% 스탠퍼드대는 모교 학사출신이 한명도 없고, 박사는 1.1%에 지나지 않는다. 이밖에 캐나다, 독일 등 모든 선진국의 경우에도 본교 출신자들을 교수에 임용하지 않는 것이 정착돼 있다. 반면 국내대학은 왕성한 동종번식력을 자랑한다. 서울대는 모교학사 출신비율이 95%를 넘고, 연세대는 80%, 고려대도 60%를 넘나든다. 전남대는 2000년 4월 기준으로 총교원 (교수, 부교수, 조교수, 전임강사) 807명 가운데 50.2%인 405명이 모교 학사출신이다. 이어 서울대 출신은 213명으로 26.4%를 차지하고 있다. 교육부는 교수사회의 이같은 동종번식이 크게 사회문제화되자 지난 1999 년'교수임용쿼터제'를 마련했다. 대학교원임용령을 개정, 같은해 9월 30일부터 시행된 이 임용 쿼터제는 대학교원 신규채용시 특정대학의 학사학위소지자가 모집단위별(학과) 채용인원의 3분의 2를 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문제는 이 법률이 실질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느냐는 점. '교원 공정 임용을 위한 모임'의 송경안 전남대교수는 "학교 전체가 아닌 학과별로 쿼터제한을 받고, 또 적용시점도 지금까지의 출신비율은 따지지 않은채 2000년도부터 시작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실효성이 없다"고 평가했다. 예를 들어 한 학과에서 교수 T/O 1명을 배정받아 이를 채용하는데 몇 년이 걸리고, 3사람이면 보통 10년 이상이 걸리는 상황이기 때문에 쿼터제의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려면 최소 10년 이상이 걸린다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 제도 시행으로 인해 제자나 동문후배 등 눈에 뻔히 보이는 '자기사람 심기'는 드러내 놓고 하기 힘들어졌다는 점. 대신 이번 수의대 경우에서와 같이 학맥 등 특별한 연고는 없지만, 응모자 중 특정인을 정해 놓고 뽑아줌으로써 장래 자기사람으로 만들려는 시도가 일반화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대학이 발전하려면 이같이 본질적으로 같은 의미의 동종번식을 위한 '변종'들도 결코 생겨나선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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