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이 책 한번 읽어 보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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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1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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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흐름을 아쉬워하는 이들에게

<시계 밖의 시간>
/제이 그리피스 지음, 박은주 옮김, 당대, 2만3천원.

왜 시간은 그토록 짧은 것 같은가? 시간이 바닥날 수 있는가? '24시간사회'란 무엇인가? 왜 시골에서는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것 같고 도시에서는 빨리 가는 것 같은가? '시계 밖의 시간'은 시간에는 시계보다 더 많은 것이 존재한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사람들이 시간을 경험하는 다양한 방식을 이야기 하고 있다. 저자가 스코틀랜드에서 런던을 속도위반하며 질주하면서 도취되었던 병적 쾌감을 순간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더불어 이 책은 세상 곳곳의 사람들의 시간 묘사방식과 자연이 뿌리박은 시간을 따뜻한 시선으로 들려준다. 저자와 함께 인도, 타일랜드, 미국, 캐나다, 뉴질랜드를 여행하며 세계 곳곳에서 '지금'이라는 순간이 묘사되는 다양한 방식들을 살펴볼 수 있다.


여중생 장갑차 압사사건에 가슴 아파하는 이들에게


<노근리는 살아있다>
/정구도 지음, 백산서당, 9천500원.

여중생 사망사건과 관련 전국적으로 하루가 멀다하고 촛불 시위가 열리며 반미 감정이 고조되고 있는 지금, 미국과 50년간 당당히 맞서 싸운 사람들의 이야기가 책으로 나왔다. 노근리 사람들의 이야기. 노근리 사건은 단순히 과거의 사건이 아니다. 당시 눈을 잃고, 코를 다치고, 부모를 잃고 고아로 수십 년 동안 불면의 세월을 살아온 피해자들이 있으니, 그것은 분명 현재의 사건이다. 그리고 미국이 노근리사건을 눈가림으로 조사하고 적당히 덮었으니 언제든지 한미관계에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미래의 사건이기도 하다.

또, 여중생 장갑차 압사사건과도 흡사하다. 주한미군에 의해 발생했고, 피해자는 있으되 책임질 가해자가 없다. 처음에는 피해자와 한국인들을 무시하고 오만하게 대하다가, 여론에 밀려 미국 대통령이 사과가 아니라 유감 표명으로 덮어 버리려고 한다. 결국 50년의 세월 차이를 뛰어넘은 두 사건은 한미관계의 본질을 알 수 있게 한다.

이에 필자인 노근리 미군 양민학살사건 대책위 대변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정구도씨는 1년여동안 한 시사주간지에 기고한 '노근리는 끝나지 않았다'는 칼럼을 정리·보완해 책으로 펴냈다.


새해 마음을 풍요롭게 만들고 싶은 이들에게

<한계전의 명시 읽기>
/한계전 지음, 문학동네, 1만2천원.

새해를 시작하며 마음을 새롭게 다잡기 위해 시집을 고르는 독자들에게 제안하는 '한계전의 명시 읽기'.
시중에 '시감상'이라는 제목을 달고 수없이 많은 책들이 출간되고 있지만, 거의 모두 참고서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우리 국민들이 시를 통해 문화적 식견과 교양을 높이는 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은 전문 연구서가 아닌, 시를 사랑하는 이들을 위한 시읽기 교양서에 가깝다. 한계전 서울대 교수가 1920년대 이후 최근까지 발표된 작품들 가운데, 소위 인구에 회자되는 시, 교과서에 수록된 작품, 다른 사화집에 빈번하게 수록된 작품들을 우선 택했고, 나머지는 전적으로 한교수가 좋아하는 작품을 뽑았다. 유명한 시인들의 대표작을 객관적으로 선정하는 것은 학문연구에서 필요한 것 일뿐, 시 감상은 시 자체를 즐겨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공동 저서가 아닌 한 사람이 일관된 관점으로 시에 대한 감상법을 기록한 것도 독자들에게 이 책을 권하는 이유다. 쉽고 재미있게 풀어 쓴 우리 시대 명시 104편을 통해 눈에서 가슴으로, 온몸으로 스며드는 행복한 시읽기를 시도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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