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론]지방분권과 문화
[문화칼론]지방분권과 문화
  • 김하림
  • 승인 2002.12.2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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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통령선거에서 쟁점이 된 것 중의 하나가 '행정수도 이전' 문제였다. 한쪽은 수도권의 인구과밀 및 비대화 현상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며 행정부분 만이라도 이전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반대쪽은 만일 이전한다면 수도권의 집값 폭락으로 오히려 경제적 어려움과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고 맞받았다.

'행정수도이전'이라는 쟁점 속에도 지방과 수도의 대립이라는 의미가 내재되어 있기는 하지만, '행정수도이전' 공방으로 인해 이번 선거의 쟁점 중에서 흐려진 것 중의 하나는 '지방분권' 문제이다.

우리 사회에서 수도권이 안고 있는 문제는 모두가 익히 아는 바이다. 예전부터 '말은 제주도로 사람은 서울로'라는 속담이 있었듯이, 역사 이래로 '수도' 중심의 '통치'가 행해진 것은 강조할 필요가 없다. 이제는 전 인구의 절반이 '수도권'에 살고 있는 현상에 처해버렸고, 상대적으로 지방은 급속히 몰락하고 있다.

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서울가기는 편해졌지만, 지방의 경제와 문화는 수도권에 편입되느냐 아니면 몰락하느냐의 두 길만이 남아있는 셈이다. 고속전철이 개통되면, 조금만 부지런떨면 '광주-서울' 통학도 가능해질 수 있으니 이제 지방은 완전히 몰락하고 말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선거에서는 '지방분권'이 21세기의 우리나라에서 어떻게 실천되어야 하는 문제를 중요 쟁점으로 논의했어야 했다.

대량생산 및 대량소비사회로 진입한 이후, 우리 사회에서 개인이나 지역의 특성은 사라지고 있다. 표준화, 단일화라는 미명아래 실제로는 소외화와 무력화만이 개인과 지역을 짓누르고 있는 것이다. 문화도 마찬가지이다.

중앙중심적 문화는 지역의 고유하고 특수한 문화를 하급문화나 이단문화 취급하기 십상이다. 대중문화의 상업성은 지역의 문화생산 자체를 막고 있을 뿐만아니라 청소년들을 소비주체로 부상시키면서 오로지 중앙문화만을 최고와 최상의 것으로 여기게끔 허위의식을 양산하고 있다.

물론 지역에서도 자체의 문화적 역량을 키워나가고 지역문화의 활성화를 위한 노력들을 게을리해서는 안될 것이다. 그러나 중앙문화의 막강한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아니면 중앙문화와 지역문화가 대등한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수도권 집중문제와 중앙집권의식의 문제가 해결되어야만 한다. 거대화, 단일화, 표준화, 규격화된 사회란 다른 측면에서는 꽉 닫혀 있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지방의 특수성과 다양성이 살아나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지역문화 가 활성화되어야 한다. 지역의 아이덴티티를 구축하는 가장 기본적인 것이 바로 문화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지역의 전문 창작집단, 문화예술인이 살아나야 하고, 이를 통해 문화적 아이덴티티를 구축하는 일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방의 재정이 튼튼해져야 하고, 행정이 변화해야만 한다. 즉 '지방분권'이 중요한 문제이다.

그러나 '대선'의 분위기 속에서 '지방분권' 문제는 슬그머니 뒷전에 놓여버렸다. 문화는 장기적 투자에 의해 고양된다. 일순간의 집중적 투자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특히 문화란 인간만이 지니고 있는 고유한 속성이라는 점에서 단순한 '투입-배출'이라는 등식으로는 계산되지 않는다. 이러한 문제들이 쟁점이 되어 사회여론을 환기시키는 작용이 있기를 대선에서 기대해보았지만… 무망한 노릇이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으니 어쩔 수 없이 '스스로 도울 수밖에' 없는 듯 하다. 돈도 없고, 시설도 없고, 지원도 없는 속에서 오로지 열정과 소명의식으로 버텨온 그동안의 '가락'을 21세기에도 발휘할 수밖에.

/김하림[광주전남문화연대 대표, 조선대 중국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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