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후보님, 당당하십시오!
올초 국민경선을 통해 국민후보 노무현이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당선되었을 때 지지율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습니다. 경선 당시 단기필마로 전국을 누빌 때는 솔직히 당선 가능성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신뢰를 보내지 않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원칙과 싱식의 깃발을 높이 들고 전국을 다니며, 자발적 지지자들(이때 노사모 회원들이 정말 헌신적이었습니다)과 함께 노무현 후보를 당당히 국민 앞에 높이 세웠습니다. 정말 국민의 승리였습니다. 그러나 당내에서 부산상고 출신의 대통령 후보에 대해 못내 못마땅했던 모양입니다. 후보 흔들기, 후보 사퇴, 후보단일화 등으로 계속 당내 분란을 자초하면서 결국 지지율을 급락시켰습니다. 김대중 대통령 아들의 비리 연루가 지지율 하락을 부채질 했습니다.

당내에서 천덕꾸러기처럼 이리 채이고 저리 얻어 터지면서도 국민경선으로 당선된 국민후보라는 찢어진 원칙의 깃발을 굳게 지키며 험난한 길을 걸어 왔습니다. 살아온 길도, 삶의 철학도, 살아 갈 방식 등 어느 것 하나 동질성이 없는 정몽준 대표와 후보단일화라는 국민의 요구를 당당하게 받아들이며 모든 것을 국민과 함께 한다는 노무현식 큰정치가 결국 승리를 이끌어 냈습니다.

많은 국민들이 단일화를 이뤄낸 노무현 후보에게 신뢰의 박수를 보냈습니다. 후보단일화가 성사되자마자 노무현 주연만큼 빛난 사람이 바로 정몽준 조연이었습니다. 흔쾌히 러브샷을 하며 결과에 승복한 정몽준 대표가 오히려 빛나 보였습니다. 그리고 잠시 설악산으로 휴식을 떠난 정몽준 대표 가족에게 얼마간의 따뜻함도 마음속으로 보냈던 것이 사실입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노무현 후보와 전국을 돌며 함께 연설회를 하시는 정몽준 대표와 그에 환호하는 국민들의 열광적인 모습을 상상하며 괜히 일상의 삶이 즐거웠던 것이 사실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왜 당장 지원연설에 나서지 않느냐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낼때도 경영의 황제답게 상품가치가 극대화되는 그때 '짠'하고 나서리라 믿었습니다. 그 믿음은 여지없이 적중하고 말았습니다. 거 봐라, 역시 정몽준이다. 정몽준의 상징인 붉은 목도리와 노무현의 상징인 노란목도리를 함께 걸고 유세장을 누비는 많은 선거운동원(자원봉사자 포함)의 그 당당함과 자부심이란 말로 표현하기가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지긋지긋한 지역감정을 극복하고 국민통합을 이루어 낼 수 있다는 자부심, 생각이 젊고 경쟁력이 있는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정치개혁을 일궈낼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 등을 함께 담고 참으로 열심히 전국 곳곳에서 뛰었습니다. 눈물나는 감동의 드라마였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희망의 돼지저금통이 전국에서 분양되고, 희망티켓으로 수많은 지지자들이 노무현 후보를 격려하고, 어느 젊은 정치인이 철새처럼 날아가버린 날부터 시작된 온라인으로 들어온 60억원이 넘는 후원금으로 선거를 치룬 노무현 후보의 선거운동 그 자체가 하나의 새로운 충격이자, 정치개혁의 시작이었던 것입니다.

선거운동 마감 한시간을 앞두고 후보단일화를 이룬 한 축인 정몽준 대표가 노무현 후보 지지를 철회한다고 선언하고 집으로 들어가 버린 코미디 같은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순간 많은 국민들이 어리둥절했습니다. 여러 가지 억측이 난무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헷갈림도 잠시, 대다수 국민들은 냉정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정몽준 대표의 돌발적 행동을 찬찬히 뜯어 보면 그 진실이 무엇인지 스스로 알게 되었던 것입니다. 온갖 역경과 고난이 닥칠 때마다 국민과 함께 원칙의 깃발을 들고 당당하게 도전해서 국민에게 희망을 안겨 준 노무현 후보님, 어제밤 늦은 시간에 후보님은 정몽준 대표 집을 방문했습니다.

그러나 문전박대를 당하고 말았습니다. 정몽준 대표가 약주를 많이해서 자고 있어 만날 수 없다는 전언을 듣고 돌아서는 당신의 뒷모습을 보면서 가슴 속으로 피눈물을 흘렸습니다. 혹시 노 후보님이 큰 잘못을 저지르셨는지 몰라 유세장에서의 발언을 듣고 또 들었습니다. 아무리 후보님의 발언을 뜯어보고 또 살펴봐도 정몽준 대표가 지지를 철회할 정도로 잘못한 발언이 한 대목도 없었는데... 그럼에도 단일화는 국민과의 약속이라며 지지철회를 철회해 달라고 요청하기 위해 정 대표 집을 방문한 노 후보님의 속은 어떨까 생각하니 참으로 처참하다는 생각 밖에 없었습니다.

눈물이 났습니다. 배신과 분노의 눈물!!! 노무현 후보님, 언제 후보님의 주변에 돈 많고 권세 많은 사람들이 있었습니까? 언제 후보님이 누군가의 도움에 기대어 대사를 도모하실 생각을 가진 적이 있습니까? 항상 후보님은 흔들릴때마다 국민에게 지지를 호소해 왔습니다. 그때마다 국민은 후보님을 지켜주는 것으로 화답했습니다. 언제나 당당한 노무현 후보님, 지금까지 보여주신 국민에 대한 그 믿음을 이번에도 굳게 믿으십시오. 그리고 당당하십시오.

더 이상 정치적 꼼수로 세상을 살아온 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번에 적과 동지가 확연하게 구별되지 않았습니까? 후보님의 든든한 후원자인 국민과 함께 오늘 저녁, 부산 광복동 네거리에서, 광주 금남로 도청 앞에서, 대전에서, 대구에서, 서울 광화문 네거리에서 승리의 함성을 목청껏 외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언제나 당당한 노무현 대통령 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