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민심기행-마, 지켜보이소. 부산서 일 날낍니더!
부산민심기행-마, 지켜보이소. 부산서 일 날낍니더!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12.07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부산민심은 분명 변화하고 있었다. 노무현이라는 돌풍을 잠재우기엔 이미 대선정국은 너무 멀리 나아가버렸다. 노무현이라는 이름은 '지역정치타파'와 '세대교체'의 다른 이름으로 대치되고 있다. 때문에 그 돌풍의 결과는 한국정치의 획을 긋는 변화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문제는 이제 그 공이 6백만에 달하는 부산경남지역 유권자들의 손에 주어져 있다는 것.

특히 부산은 60년 4.19와 80년 부마항쟁, 그리고 87년 6월항쟁에서 양김씨로 대변되는 민주주의의 한축을 이루던 곳이었다. 하지만 대구경북의 장기집권세력에 편입되면서 호남대 비호남의 구도를 만들어버렸다.

이후 5년의 호남정권은 부산출신의 후보를 차기 대선후보로 내놓음으로써 영호남의 대결구도를 깨뜨려버렸다. 결국 지난 3월 광주에서 대결구도를 깨뜨릴 카드를 내놓았다면 12월에 새로운 한국정치사를 선택하는 책임이 부산경남지역민들에게 맡겨진 것이다.

부산의 변화는 우선 시민들의 입에서 '노무현'이라는 이름이 거침없이 나오고 있다는 데서 확인된다. 말문이 트이고 있는 것이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쳤던 옛 이야기 속의 주인공이, 이제 부산지역에서 보다 열린 공간으로 나와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부산 시내를 이동할 때마다 만났던 택시 기사도, 시민들도 "민주당 간판 후보에 대한 의사표시가 지난 지방선거나 97년 대선에 비교하면 정말 많이 달라졌다"는데 이견이 없었다.

자갈치 시장상인들의 이야기 속에서도 이미 노무현은 '젊은층'에게서 지지 받고 있는 실체적 존재로서 인정되고 있었다. 5천여명으로 알려진 부산노사모 회원들의 활동은 그 존재 자체로도 노후보가 젊은층의 지지를 얻고 있다는 상징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젊은층의 지지율 상승은 이번 선거에서 고질적인 지역주의 대치 전선이 무너지고 세대별 지지도에 의한 선거의 가능성을 내비치는 대목이다. 영호남의 대결이 아닌 개혁 대 보수의 구도로 선거판의 재편을 의미한다.

노무현의 실체를 인정하는 부산민심
지역구도는 이미 세대구도로 전환
부산이 움직이고 있다.


노후보에 대한 반대 의사도 많다. 그러나 반대의 이유에는 '노무현에 대한 반대'가 아닌 '민주당이 싫어서'라는 꼬리가 따라붙는다. 부산 시민들에게 있어서 민주당은 곧 호남을 의미했다.

때문에 한나라당은 수성(守成)의 무기로 97년 대선에 이어 이미 낡아버린 '지역주의'를 움켜쥐고 있었다. 이런 '지역주의'라는 무기는 고교생들의 입에서도 '지겹다'는 반응에 부딪혀 힘을 잃어가고 있음이 목격된다.

부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의 이동환 사무처장은 "부산 시민들의 마음속에 자리했던 심리적 장벽, 즉 지역주의의 장벽이 이번 선거를 통해 무너지고 있다"며 "지역구도의 붕괴는 선거결과와 상관없이 일단 흐름을 탔기 때문에 그 자체로 유의미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양당 선거본부의 움직임을 보더라도 양측 모두 부산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곤 하지만, 한나라당은 균열 막기에 바쁘고 민주당은 이미 뚫린 구멍을 넓히고 있는 상황이다.

지역언론들이 '중립보도'에 온 신경을 모으고 있는 것도, 치고 올라오는 힘을 무시할 수 없음에 대한 반증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노무현의 여론지지율이 실제 투표로 직결될 것이라는 것은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 그동안 노후보가 치렀던 매번 부산 선거에서 여론조사에선 앞섰다가도 막상 개표함을 열었을 때 전혀 다른 결과를 보이곤 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지난 95년 노후보가 부산시장선거에 출마했을 때 부산시민들이 보여주었던 38%의 지지율은 이번선거에서 최소한의 득표선이 아니겠는게 하는게 지역 정계의 조심스런 분석이다.

또한 무엇보다 이번 부산 선거에서 누구도 '압승'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그만큼 노무현 돌풍을 반영하고 있다.

부산시민들은 지역구도를 깨뜨리며 정면으로 다가오는 대선후보에 대한 선택에서 판단유보로 머뭇거릴 여유가 없다.

이번 대선기간 이 나라는 거대한 정치적 사건과 함께 맞물려가고 있다. 미군에 희생된 여중생 사망사건이 그것. 수많은 시민들이 자발적 참여를 통해 여중생의 죽음을 추모하고 미국의 책임을 묻고 있다.

이러한 추모 및 반미의 열기는 갈수록 전국민적으로 확산되고있는데 이는 노사모, 국민참여 경선, 6월의 월드컵 응원, 그리고 대통령 선거와 비슷한 점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참여다. 국민참여를 통해 이뤄지는 이러한 활동들은 실제 성과를 거두기도 했고, 그 과정에 있기도 하다. '참여가 세상을 바꾼다'는 말이 새삼 의미있는 구호로 다가온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