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저널리즘, 위기에 처한 지역언론의 비상구
시민저널리즘, 위기에 처한 지역언론의 비상구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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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한호[광주대 언론광고학부 교수]
오늘날 광주 지역언론은 위기에 처해 있다. 1980년대 말 이후 급격히 늘어난 광주지역의 일간지는 이제 10개에 이른다. 그러나 그 많은 신문들의 경영내용을 들여다보면 모두가 빈사상태에 빠져 있고, 그 내용이나 형식에서 거의 차별성을 드러내지 못한다. 사회가 신문에 기대하는 것은 내용 즉 기사다.

기사는 사회의 다양한 정보를 정확하게 전달하고, 사람들 사이의 의견교환과 여론형성을 도와 문제를 해결하도록 해줘야 한다. 지역신문은 지역이 당면한 문제가 무엇인지를 예민한 안테나를 동원해 파악하고 정확한 진단을 내려 그 해결방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지역언론의 실태는 어떠한가. 1999년 가을 지역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금호건설문제가 발생했을 때 명확하게 드러났듯 지역의 강자가 관련된 중요한 현안은 지역언론에게 외면당한다. 아무 것도 아닌 사소한 일들에는 열을 내면서 달려들다가도 강자가 문제를 일으키면 침묵이다.

결국 지역신문은 지역사회 지배세력의 도구로서 지역의 중요한 문제를 그들의 뜻대로 농단하기 위한 사전.사후 정지작업기구로 작동하고 있다. 이처럼 허약한 지역신문은 독자들에게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 심지어 신문도 처음부터 독자들과 거리를 두고 독자들을 외면하게 된다. 지역언론의 위기극복은 그 내용 즉 기사를 통해 접근되어야 한다.

지역언론의 기사는 시민을 지향해야 한다. 지역언론은 시민이라는 태양을 향해 고개를 돌리는 해바라기가 되어야 한다. 시민은 지도대상도 아니고 더구나 기만의 대상도 아니다.

언론은 시민이 필요로 하고, 시민에게 도움되는 정보를 만들어야 하며, 지역의 문제해결에 도움되는 정보를 만들고, 지역에서 여론이 올바르게 형성되도록 도와주는 정보를 만들어야 한다. 언론에 대한 이러한 시민사회의 요구가 반영된 것이 '시민저널리즘' 또는 '공공저널리즘'이다.

시민저널리즘은 원래 1980년대 미국에서 개발된 저널리즘 방식이다. 미국의 언론은 오랫동안 사회를 객관적인 관찰자의 눈으로 바라보는 객관주의 저널리즘의 역사를 지니고 있었지만, 변화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시민들 속으로 적극 파고들어 시민의 관점에서 사회문제를 바라보고, 사회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시민과 더불어 고민하는 방식으로 전환되고 있다. 오늘날 시민저널리즘은 미국 언론의 21세기를 밝게 비추는 구세주로 인식되고 있다. 시민저널리즘은 언론과 지역공동체, 민주주의와의 연관관계 속에서 언론의 새로운 역할을 모색한다.

시민저널리즘은 기자들이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데 그칠 것이 아니라 지역현안문제를 해결하는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본다. 기자들은 시민적 삶이 민주적으로 잘 진행되도록 만드는 임무를 적극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나아가서 지역공동체의 관심사와 의제를 구체적으로 반영하고, 시민들의 관심사와 요구를 적극적으로 보도해야 한다.

기자들은 지역현안을 사적인 이유로 외면하지 않는 진정한 용기를 가진 집단으로 조직되어야 한다. 시민저널리즘에서 시민은 언론의 단순한 수용자가 아니라 좀더 능동적인 행위자로서 실질적 주인이다. 시민은 자신의 의견을 끊임없이 발표하고 뉴스 보도에 압력을 가하기도 하고, 적극적으로 언론과 지역사회를 결속하기 위하여 노력하는 인자로 조직되어야 한다.

시민저널리즘의 성과는 '시민의 소리'가 지역언론에 얼마나 반영되고 있는지, 그리고 시민들이 지역사회의 다양한 부문에 얼마나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는지에 대한 평가를 통해 밝혀질 수 있다. 지역언론의 위기는 극복되어야 한다. 지역언론은 오늘날의 지리멸렬한 모습을 극복하고 올바르고 튼튼하게 서서 지역사회의 올바르고 효율적인 정보형성 및 유통과 여론형성기구라는 책무를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

그 비상구는 시민이 언론과 적극적으로 결합하여 실질적인 주인 노릇을 하는 시민저널리즘에서 찾을 수 있다. 언뜻 무모해 보이는 그 실험이 성공하기를 기대하고 그 의미있는 작업에 동참하기를 권한다.

/류한호[광주대 언론광고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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