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대 언론개혁 모임 '주둥이'
전남대 언론개혁 모임 '주둥이'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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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뚤어진 '입'보다 바른 '주둥이'가 되련다
이름난 광고카피 하나. '프로는 아름답다'.
자본주의의 물신성이 감춰진 상품광고에 불과하지만 종종 무슨 금언마냥 떠받들어질 정도로 널리 알려진 명카피다. 그런데 과연 프로는 아름다운 것일까. 적어도 투명성이 보장되는 디지털 정보환경에서 이 말은 갈수록 힘을 잃어가고 있음 분명해 보인다.

아무리 폼을 잡고 예쁘게 치장을 해도 내적 아름다움이 없으면 한 없이 초라해질 수밖에. 바로 파닥거리는 열정으로 세상과 만만하게 부딪쳐가는 '아마추어'들이 있기 때문이다. 전남대학교 언론개혁모임 '주둥이'도 빛나는 아마추어리즘을 뿜어낸다. 입은 삐뚤어져도 말은 바로 하라 했던가. 세상을 향해 할 말은 하겠다는 젊은이들이다. "왜 하고 많은 단어에서 주둥이냐"고 물었더니 조지호씨(독문4. 25)가 "'입'은 정형적이지만 '주둥이'는 삐딱하면서도 정직하고 바른 소리를 낸다"며 그럴듯한 뜻풀이를 붙여댔다.

순발력 있는 입이다.
조원종(신문방송4. 25)·최용선씨(경제3.25) 등 7명으로 구성된 이 모임이 결성된 것은 지난 해 10월. 오마이뉴스와 하니리포터로 일하면서 김남주 시비 제막식이나 5·18전야제 등 취재현장에서 만나 알게 된 인연을 모아냈다. "당시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던 안티조선 운동에 동참하자는 취지였다"는 게 모철홍씨(물리4. 26)의 설명이다.

이후 한달 만에 내놓은 첫 공동작품이 왜곡 및 오보사례 등을 전시한 '언론 스트립쇼'. 한국언론의 가면을 홀라당 벗기기 위해 지난해 11월말부터 전남대 교정에서 펼쳐진 자체 기획전이다. 주둥이 회원은 '시민의 소리' 시민기자로, 오마이뉴스나 하니리포터에도 기사를 올린다. 주말을 빼고는 매일 언론윤리, 언론사, 사상, 시사토론 등 집단학습을 하며 '취재'를 하고 있다.

그런데 이 취재범위가 학생 시민기자라기에는 놀랍다. 빚을 내 해외취재를 나가는가 하면, 공안당국으로부터 간첩혐의를 받고 있는 저명한 망명교수와 국제전화 취재도 꺼리지 않는다. 최성욱씨(국문4. 26)는 지난해 12월 7일부터 6일간 일본 동경에서 민간법정이 개최한 일본 전범재판을 현장 취재했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수요시위 광경을 보면서 광주에서도 위안부 문제를 공론화 시켜야겠다고 생각한 것뿐입니다. 15시간 분량의 비디오테잎과 200장 가량의 사진으로 보고서를 만들고 있으며 개인 전시회를 가질 예정입니다."

취재비용 120여만 원은 주변에서 빌렸고, 오는 6월 미국에서 열릴 예정인 '미군범죄 민간법정'도 취재를 검토하고 있다. 최씨는 또 교도소 인권관련 기사가 가위질되는 것을 보고 교도소의 부당한 언론검열을 지적하는 기사로 오마이뉴스 장려상을 받기도 했다.

그가 신고 있는 신발의 브랜드는 당시 부상으로 받은 '오마이구두'. 모철홍씨는 지난해 5월 독일 뮌스터대 철학과 송두율 교수와 접촉했다. 정부가 송교수의 국내귀국을 불허해 여론이 비등하자 직접 독일로 국제전화를 걸어 전화취재를 했다.

모씨는 "가장 기억에 남는 취재였다"며 "남들은 뭣도 모르고 그랬다고 하는데, 아마 그것이 취재장벽을 없애주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광주지역 언론에 대한 이들의 반응은 매우 신랄하다.
이 가운데 조원종씨는 언론지망생들의 지역신문사 응시율이 바닥으로 떨어진 것과 관련, "월급도 적고, 일에 매력도 없는 것 같다"며 "현직기자들이 분위기를 일신할 수 있도록 내부에서부터 개혁하려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리고 "나도 안 간다"라고 덧붙였다. 최용선씨도 거들었다.

최씨는 "사주의 목적을 채우기 위해서 만들어진 언론이 대부분으로 자사 입맛에 따라 보도하는 경향이 너무 많다"며 "특히 최근에는 시도통합논란을 놓고 광주일보가 노골적으로 제 논에 물대기식 꼼수보도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자들의 명함에 대한 다소 독특한 견해도 제시됐다.

취재장벽을 없애기 위해 시민기자들에게 명함이 필요하겠느냐는 질문에 조원종씨는 "취재원이 기자의 명함을 받아보는 순간 위축될 수 있기 때문에 명함은 오히려 필요가 없다"며 "명함이 연락주소를 서로 건네기 위한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면 명함을 만나자마자 교환하기보다는 취재 후에 헤어지면서 명함을 주는 것이 타당한 것이 아니냐'며 명함의 고전적 기능을 강조했다.

조지호씨 역시 "학교 기숙사에 지문인식기가 설치돼 취재를 갔을 때, 사이버리포터 명함을 내밀자 기숙사 사감이 깜짝 놀래더라'며 기자명함이 필요하다고 할 게 아니라, 오히려 일반 시민 누구에게나 친절하게 정보를 제공해 줄 수 있는 사회분위기를 만드는 일에 시민기자들이 앞장서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주둥이의 언론관은 다양한 스펙트럼이다. '계급적 당파성'을 느끼게 하는 막스 레닌주의적 언론관에서 하버마스의 소통이론에 이르기까지. 하지만 이들이 만들어내는 언론개혁을 향한 작은 목소리는 변주곡이 아니다.

홍일점인 막내 송인경씨(신문방송2)가 힘주어 말하듯 '10년 후에는 다른 언론과 다른 언론인이 있을 수 있겠다'는 희망의 합창곡이다.

/ 그들의 '언론관' 최용선 "계급의 이익을 대변해 주고 풀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해 모임 내에서는 좌파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최성욱 대다수 민중이익을 대변하고, 사회를 투명하게 이끌어 가는 기능을 해야 한다.

조지호 특정인이나 특정집단에 대한 확대해석이나 보도는 금물이다. 기본적으로 걸러내는 '체'역할을 해야 하지만 공평한 시각을 유지해야 한다.

조원종 언론인이 되려면 철학이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이 철학은 '사람 사랑'이고, 언론인은 이를 실천하는 일꾼이다. 선도하는 엘리트가 아니다.

모철홍 모든 시민은 기자이고, 언론은 '소통'이라고 생각한다. 개인과 집단 나아가 계층간에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시켜 주는 역할이다.

송인경 언론은 객관적 보도를 해야 한다고 하지만 기자의 시각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올바른 자기주관을 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경찰관 말 들으면 국가보안법 필요한 것 같고... 언론인이 이러면 되겠는가.

모철홍(물리4) '인물과 사상' 읽으면서 언론에 관심. 언론사 아니면 언론운동단체에서 활동 희망.
조원종(신문방송4) '주둥이' '스트립쇼' 제안한 아이디어맨. 토익이나 상식보다는 철학이 필요하다고 강조할 만큼 '철학'적임.
최용선(경제3) 언론비평에 관심. 59개의 기사를 낼 정도로 왕성한 필력을 과시.
최성욱(국문4) 일본 전범 민간법정, 교도소 등 취재. 언론사는 자본성격의 한계 때문에 비디오저널리스트 희망.
조지호(독문4) 헌혈을 30번 이상. '피 뽑는데 인색한 사회'라는 기사 탈고. 방송국 PD가 돼 환경스페셜 같은 다큐제작 희망.
송인경 (신문방송2) 주둥이의 홍일점 막내. 선배들을 보면 한 10년 후에는 다른 언론인도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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