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 초등생 인터넷 자살보도는 뻥튀기 왜곡보도
목포 초등생 인터넷 자살보도는 뻥튀기 왜곡보도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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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검도 그들에겐 한건주의의 재료일뿐 주검 앞 잔인한 '한건주의' 목포 초등생 인터넷 자살보도는 뻥튀기 왜곡보도 주변 친구 .경찰 단순한 상황근거로 성급한 추측 광주매일 박상원기자 다음날짜 수정기사 돋보여 '언론의 선정성 경쟁의 끝은 어딘가' 최근 '목포 초등생 인터넷 자살' 보도는 언론의 예단과 선정적인 보도관행이 빚은 왜곡·과장보도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7~8일 텔레비전과 신문을 지켜본 국민들은 놀란 입을 다물지 못했다. 목포의 한 초등학생이 인터넷 자살사이트의 영향을 받아 자살했다는 내용의 기사가 대문짝만하게 보도된 것. 학부모들은 혹시나 하고 자녀들의 컴퓨터 접속 흔적을 뒤졌고, '세상이 어찌될라고'하는 탄식과 우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그만큼 사건의 충격파는 컸다. 사건이 발생한 것은 6일 밤 오후 9시 20분께 목포시 상동 B아파트. 이 곳에 사는 H초교 6년 정모군(13)이 화단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 현장에 출동한 하당파출소와 사건을 인계받은 목포경찰서가 조사한 결론은 단순 투신 변사사건. 그러나 언론보도는 처음부터 엉뚱하게 빗나가기 시작했다. 첫 보도는 7일 연합뉴스의 '자살사이트 탐닉 초등생 자살' 제하의 기사. 목포발로 타전된 이 기사는 "평소 인터넷 자살사이트를 자주 드나들던 초등학생이 자살해 충격을 주고 있다'는 리드로 시작해 숨진 정군 친구들의 말을 빌려 '정군은 평소 PC방을 즐겨 드나들면서 인터넷 자살사이트에 자주 접속을 해온 것으로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이어 같은날 오후 광주일보 석간에 보도된 이 사건은 MBC와 KBS 9시뉴스를 거쳐 다음날 일제히 전국 일간지의 주요 뉴스를 장식했다. 이들 언론이 한 초등생의 죽음을 자살사이트와 관련시킨 근거는 크게 두가지. 몇 개 언론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숨진 정군 친구인 손모군(13)의 증언과 경찰의 수사상황을 근거로 '인터넷 자살'로 몰고갔다. 그러나 이와관련, 목포경찰서 양병우형사계장은 "자살사이트 관련보도는 전혀 근거가 없는 얘기다"며 "앞서 발생한 청주 중학생 인터넷 자살과 끼워 맞추려다 과장된 것 같다"고 잘라 말했다. 당시 이 사건을 담당한 김재준 경장도 "어른스런 내용의 유서만 보고 성급하게 추측보도를 한 것 같다"며 "기자들에게도 분명히 '자살사이트 영향은 아니다'고 말했으나 보도되는 내용을 보고 나도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또 "손군도 정군이 평소 PC방에서 게임을 했다고 했을 뿐 자살사이트는 언급도 하지 않았다"고 반박하고, "정군이 사용한 PC방 컴퓨터를 조회했으나 자살사이트 접속흔적은 발견하지 못했다고"설명했다. 대부분의 언론이 사실을 왜곡하면서까지 선정경쟁으로 치닫고 있을 때 나름대로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려고 했던 몇 안되는 매체 가운데 하나가 광주매일. 광주매일의 박상원기자는 8일자에 '자살사이트 영향 초등생 자살' 제하의 기사를 내보냈으나, 다음날 곧바로 더 큰 분량으로 '목포 초등생 자살은 자살사이트와 연관 없다'는 내용의 수정기사를 내보냈다. 박기자는 "취재결과 청주 중학생 자살 뉴스를 접한 아파트주민들이 사건현장에서 '자살사이트' 운운한 것이 확대돼 보도된 것 같다"며 "잘못된 보도로 인해 숨진 정군의 인권이 훼손되고 부모들이 고통받는게 염려해 서둘러 수정기사를 내게 됐다"고 말했다. 93년 부안군 위도 앞바다 훼리호 사건 당시에도 언론의 선정적 보도는 극에 달했다. '선장이 배를 버리고 달아났다'는 추측기사로 인해 배와 함께 사망한 선장을 전국에 수배하는 난리를 폈다. 주검을 두고 '한 건 해보자'는 선정성 보도. 이제 그쳐야 하지 않겠는가. /양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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