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울타리 속에서 아이 낳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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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1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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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부품 조립회사에서 생산직으로 일하는 박경숙씨(32)는 곧 출산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임신과 출산의 기쁨도 잠시였다. 비정규직인 그녀에게 30일의 출산휴가는 영원한 '휴가'가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계약기간이 올 12월로 끝납니다. 다시 재계약을 해야 하는데 회사에서는 유급 출산휴가를 써야 하는 저를 탐탁치 않는 눈치예요" 라는 박경숙씨는 모성보호법에 의해 일반 여성노동자가 보호받는 경우는 아직 드물다고 전했다.

모성보호법 확대 실시 1주년
법적용 사각지대 많아


출산휴가, 육아휴직 보장 등을 골자로 하는 모성보호법이 이번 달로 시행 1주년을 맞았다. 모성보호법은 작년 11월부터 출산 휴가 연장을 핵심 내용으로 확대 시행되기 시작했다.
많은 여성들이 출산과 육아로 인해 사회 활동의 제약을 받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모성보호법 확대 실시는 남녀평등 실현의 시작 단계인 셈이다. 하지만 아직 법 적용의 사각지대가 많아 여성 노동자들이 모성보호법의 혜택에서 제외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모성보호법이 기업의 규모나 재직기간, 고용 형태 등에 따라 적용 가능, 불가능이 결정되는 것이 두드러진 맹점이다. 일정기간 고용보험에 가입한 노동자만 모성보호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게 되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여성 노동자의 70%가 비정규직으로 대부분이 고용보험 대상자가 아니다. 따라서 출산휴가 등의 법이 마련되어 있어도 이 법에서 소외되는 여성이 많다는 얘기다.

또 육아 휴가, 출산 휴가 등의 비용을 대부분 회사차원에서 부담하게 한 현행 제도 또한 회사측의 모성보호법 실행에 관한 적극적인 의지를 유발시키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생산직 노동자 김윤영씨는 "규모가 작은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여성의 경우 임신, 출산을 이유로 해고되는 경우가 많다"며 비정규직인 경우 출산과 함께 회사를 그만 두는 것을 당연스레 여기기도 한다고 전했다. 모성보호법이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개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지적되는 문제점은 사실 자녀 출산과 모성에 관한 의무가 아직 사회에서 분담해야 하는 문제로 여겨지지 못한 현실에서 기인한 탓이 크다. 현재 우리 나라의 출산율은 가구당 1. 45명으로 세계적 저출산 국가인 프랑스(1.75명)보다 낮은 수치이다.

비정규직 여성노동자 모성보호법 혜택 제외 사례 잦아
임신, 출산은 사회적 책임 환기 필요


이런 현상을 여성단체 일각에서는 여성의 사회 진출 증가에도 불구 모성보호제도가 사회적으로 보장되지 못함에 따른 여성의 출산기피 결과로 해석하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사회의식 변화 노력 없이 실시되는 정책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임신과 출산의 문제를 여성, 또는 각 개인 가정의 문제로 치부하는 인식부터 '개선'되야 현실성 있는 정책실현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국여성노동조합은 "여성 노동자들이 직장과 가정 양립을 통해 안정되게 일할 수 있는 여건 마련이 곧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길"이라며 육아휴직 급여 인상안 등 모성보호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를 요구하고 있다. 한편 경총 등에서는 '육아휴직 급여 인상은 무책임한 처사'라며 이에 반대하는 입장이어서 이후 모성보호법 확대, 실시를 두고 마찰이 예상되고 있다.

'모성보호! 미래에 대한 투자입니다'라는 노동부의 광고문구가 '문구' 이상의 현실성을 갖기 위해서는 '임신과 출산은 사회적 책임의 문제'라는 원론적 환기가 절실하다는 것이 모성보호 제도 1주년 확대 시행을 맞은 오늘 여성 노동자들의 절실한 목소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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