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개혁의 주체가 되는 교원단체를 위하여
교육개혁의 주체가 되는 교원단체를 위하여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11.02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10년간 추진된 교육개혁은 교육부가 주체가 된 `지시에 의한 위로부터의 개혁'이었다. 제가 대통령이 되면 가장 우선적으로 선생님들의 자부심과 긍지를 되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특히 교원 여러분이 주체가 되는 개혁을 추진하겠다"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 노무현이 한국교원단체총연합의 정책토론회에서 밝힌 내용이다. 김영삼씨와 김대중씨의 대통령 재임기간 자그마치 8년동안 우리 정부의 치적 목표이자, 우리 사회 모두가 공을 들인 화두는 바로 '교육개혁'이었다. 적지않은 세월, 귀에 닳고 닳아 지겹지만 떠나보내지 못한 네 글자인 것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8년이 다되는 지금 교육개혁은 어찌 되었는가? 성공했는가? 안타깝게도 입시교육은 여전하며, 실업교육은 무관심 끝에 절망하고 있고, 정년단축이다 뭐다 요란했던 학교현장도 여전히 교사부족에 기간제가 넘쳐 나며, 보충,자율학습의 비리는 도시의 빌딩 숲을 혼란스럽게 한다. 5%을 넘지 못하는 교육재정도 여전하기만 하다.

마녀사냥으로 개혁을 완수하려는 정치의 속임수


늑대소년의 거듭된 거짓말에 이골난 마을주민들의 단단한 불신처럼 이제 온 국민에게 교육개혁 불감증이 만연되어 있다. 정부의 개혁뉴스를 이제는 단지 새로운 '입시요강 정보'쯤으로 귀기울이는 개혁불감증인 것이다. 이런 즈음에 대통령 후보의 입으로 과거 개혁의 한계를 짚은 것은 참 반갑고, 고맙기까지 하다.

그렇다. 다른 일도 아니고 사람이 사람을 대하는 '교육'인데, 교사가 그 원리를 알고, 그 기쁨을 알아서 스스로 하지 않으면 그 정성이 어찌 학생에게 가겠는가? 그런 점에서 '인적 자원'이니, '경쟁력'이니 하는 시장원리만 떠들면서 학교와 교사를 몰아세우고, 교원단체나 학교현장의 교사들에게 참여의 기회, 권력분점의 기회를 주지않은 채, 즉 '민주화'를 등한시했던 개혁이란 정말이지 바로 갈 길을 한참이나 우회한 것에 다름 아닌 것이다.

교사는 개혁의 대상이 아니다. 이는 교사집단이 떳떳하거나, 흠이 없다는 말이 아니다. 문제가 있어도 흠이 있어도 같이 끌어안으며, 그 가운데서 쇄신하고 자정의 흐름으로 스스로 변해가야 한다는 의미이다. 또 교사 개인의 도덕성이나 실력의 문제이기보다는 관료적 교육행정과 왜곡된 승진제도, 맹목적 입시지상주의에서 빚어진 정체성의 혼란과 가치상실이 교단을 총체적으로 뒤덮고 있는 가운데 생겨나는 문제라는 점이다.

현실이 바뀌어야 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누구를 탓할 것인가의 문제는 훨씬 더 어려운 문제이다. 진정한 본질을 보지 못하고, 몇 사람 그저 마냥 사냥하듯 정리해서 개혁을 '완수'하려는 이 시대의 정치와 행정의 속임수를 이제 대통령 후보가 이야기했기를 바란다.

건강한 교사문화운동, 멀지만 가야할 길


그러나 교사가 개혁의 주체가 되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방향을 잘못 잡으면 제2의 관료권력일 수 있는 교원단체의 상층부만 힘을 키워주고, 교사대중은 여전히 무기력한 침묵의 바다에서 헤어나오지 못할 것이다. 교사들에게, 교원단체에게 권력만 주어지면 교육개혁이 성공할 것이라는 판단도 분명히 맹목이다. 그런 점에서 이 시대의 교원단체가 진정 개혁의 주체이고자 한다면, 스스로 자정과 쇄신의 기치를 높이 세우고, 교단문화를 바꾸고, 교육문화를 새로이 하는 작업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촌지를 받지 말자---는 이해찬의 목소리가 아닌, 88,9년 전교조의 목소리는 진정 아름답고 성과 있는 슬로건이었다. 학교를 짓누르는 사회적 모순에 대한 투쟁과 더불어 긴 세월 길들여진 무기력과 타율성의 교단문화를 극복하고, 현장에서부터 자신의 권력을 되찾으려는 '건강한 교사문화운동'의 이정표를 제시해야 한다.

학생의 이름을 부르며, 학생에게 먼저 인사할 수도 있으며, 회의시간 발언하며, 관리집행에 대한 토론보다 '무엇이 교육적인가? '라는 토론을 확대해가야 한다. 학교주차장에서부터 상명하복으로 주차공간을 비워두는 질서보다, 교장,교감, 부장도 선생님이라 호칭하며, 서로 존중하고, 서로에게 봉사하는 교육적 휴머니즘을 위한 투쟁, 그것이 바로 '건강한 교사문화운동'이 아니겠는가?

40여만에 이르는 대한민국 최대직업 교사가 성인(聖人)일수는 없다. 그렇기에 학교문화, 교사문화가 바뀌기를 쉬 기대할 수 없다. 하지만 간절히, 몸을 태워 등신불이 될지언정 빌고 또 빌고자 한다. 40여만의 교사문화가 바뀔 수 있다면 곧 대한민국, 전체가 바뀔터이니 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