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은 '범죄' 행위
가정폭력은 '범죄' 행위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1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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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은 방에 가두고 죽여 버린다며 몽둥이를 들고 왔답니다. 등짝을 수도 없이 맞아서 쑤시고 새끼 손가락 손마디에 인대가 끊어져 구부러진 상태입니다. 더 무서운 건 아이들이 아빠가 엄마 때린다고 싫어하니 고모한테 산책하자며 나가서 아무도 없는 곳에서 때린답니다..."

지난 달, 여성의 전화 홈페이지에 오른 상담 내용이다. 상담문의자는 고모의 사례를 상담하며 법적으로 이혼이 가능한지 문의하고 있다. '고모'는 수십년간 남편에게 상습적으로 구타, 폭행을 당했다. 하지만 사실이 주변에 알려질까 두려워 쉬쉬 해온 탓에 법적 보호는 커녕, 제대로 된 상담한 번 해보지 못했다.

광주 '여성 1366 상담전화'가 올 9월까지 상담결과를 분석한 결과 2천 440건의 상담건수 중 927건인 38%가 가정폭력 관련 상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예년에 비해 늘어난 수치이다.

광주 상담의 전화 내용 분석, 올 '가정폭력' 상담자 38%
"매년 늘고 있는 추세, 가정폭력의 심각성 인식 필요"


상담실장 고송주 씨는 "가정폭력 상담건수가 매년 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히며 이는 지금껏 폭력이나 학대를 참고 살았던 여성들이 이제 참을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상담전화 문을 두드리는 결과인 것으로 분석된다고 전했다.

실제 가정폭력으로 상담하는 여성들은 결혼 생활 10년에서 15년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기에 부부간의 폭력은 이미 두 사람만의 문제가 아닌 아이들에게까지 영향을 주는 사회적 문제로 확대된다. 부부간의 폭력이 있는 가정에서 아동폭력 또한 빈번하게 일어난다는 사실은 주목할만 하다.

가정폭력 문제의 심각성이 바로 여기에 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가정폭력도 사회적인 범죄이다"며 폭력이 가족이라는 이유로 용납되어서는 안된다고 전했다. 지난 98년부터 '가정폭력방지법'이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이 법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지도가 낮은 편이라 법에 의해 보호받는 피해자는 아직 많지 않다. 고송주 상담실장은 "가정폭력관련 상담을 하면서 자기 권리를 쉽게 체념해 버리는 여성들을 종종 접하게 된다"며 여성들이 자신의 권리에 대해서 당당해졌으면 하는 바램을 전했다.

현재 여성의 전화에서는 '가정 폭력 사이버 모니터링' 활동 등을 통해 가정폭력 방지법 내용을 알리는데 노력하고 있다. 또 여성상담전화도 가정폭력에 관한 직접 상담에서부터 법적 대처방안까지, 상담 영역을 넓혀가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가정폭력에 관한 사회의 의식변화이다. 가족간폭력은 사랑, 가족 등 어떤 이름으로 미화될 수 없는 분명한 '범죄'라는 인식 확산이 가정폭력 예방의 시작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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