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눈치에 거꾸로 도는 세상
미국 눈치에 거꾸로 도는 세상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1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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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간의 잠수를 끝내고 비오는 짬을 이용해 여기저기 살아있음을 통고하는 안부전화를 해본다. 동학농민전쟁때도 추수기에는 다들 일터로 돌아가 수확을 했다고 한다. 공장은 잠시 멈춰도 다시 가동하면 되지만 농사는 다 때가 있는 법 식량이 없고서는 전쟁도 아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한달 간 콤바인 작업을 하며 날마다 코밑은 시커먼 석탄처럼 검은 먼지가 덕지덕지 달라붙어 저녁에 씻을때면 시커먼 물이 연신 쏟아져 나온다. 더욱 민망한 건 농번기때면 애들을 돌봐주러 오신 친정엄마에게 나의 처참한 몰골을 보여야 할 때이다. 그리고, 하루종일 일하다 저녁이면 손하나 까딱할 힘도 없어 칠순이 넘은 엄마가 차려주신 밥을 퍼먹고 허리가 아프시다는 말을 뒤로한채 그대로 잠자리에 엎어져 잠이 들때면, 그걸 봐야하는 우리엄마 심정이 어떨까 가히 상상할수도 없다.

쌀 수입해서 먹고 냉장고, 핸드폰 팔아 잘 살아보자?

88번의 손이 가야 하는 고된 작업이기 때문에 米(쌀 미)자가 생겨났다는 데, 모든게 기계화되었다 해도 사람의 노동이 더 많이 들어가야 하는 게 쌀 농사다. 그런데도 하루세끼 밥을 먹고 사는 이나라 사람들은 쌀을 너무 박대한다. 이제는 돈 안되는 쌀은 수입해서 먹고 냉장고, 핸드폰이나 팔아먹고 잘 살아보자고 한다.
소공급, 홍수방지, 전통문화고수, 댐기능등 공익적 기능이 얼만데 갑자기 부화가 치민다. 그래, 농민들이 한 일년만 농사안짓고 팽개쳐놓으면 세상이 어찌되나 한번 볼까 억화심정이 생기기도 한다.

요즘 최신 콤바인은 호퍼형으로 사람이 기계에 타고 일일이 푸대에 담지 않고 논에서 바로 차로 받을 수 있는 기계가 있다. 한대에 4천만원정도. 기존의 콤바인보다 사람의 노동력이 훨씬 줄어든다.
하지만 우리집은 몇 년전에 중고로 구입한 푸대잡이가 타고 푸대에 일일이 담아야 하는 일반콤바인이다. 올해도 뼈빠지게 남의 벼를 베어주고 번돈을 다시 사소한 기계고장으로 수백만원이 다시 기계밑으로 들어갔다. 기껏 가을내 일한 것이 헛수고다. 그런데 새 기계 사서 죽어라 밤중까지 일해봤자 그 기계 이자 삯도 못한다.

세상 거꾸로 돌아가는 이 나라, 해도 해도 너무해
미국 눈치에 나라 팔아먹는 반역자에게 철퇴를


곰곰이 생각해보자. 농민들이 죽어라 일해봤자 가을에 나락판 돈이 농약값, 농협이자, 기계 값, 비료값으로 다 들어가고 다시 농협빚을 내어야 살 수 있는 현실인 것을 보면 농민들은 누구를 위해 일을 하는 지 모르겠다. 농민이 먹여살리는 인구가 과연 얼마나 될까.

쌀값 올려달라고, 쌀 개방 막자고 데모해야 할 사람은 정작 농민이 아니고, 농기계 회사직원,농협직원, 농약회사 직원, 면직원들이어야 마땅하지 않는가.
세상이 뭔가 거꾸로 돌아가는게 오늘 내일일은 아니지만 정말 해도 너무 하는 것 아닌가. 그동안 생산비에도 못 미치는 값에 쌀값을 매겨놓고 이제는 그것도 모자라서 개방이 되서 갑자기 쌀값이 절반으로 떨어지면 충격을 받으니까 지금부터 조금씩 쌀값을 떨어뜨려 면역을 키우자고 한다.
적군이 쳐들어오면 맞서 싸울 생각은 하지 않고 어떻게 한대라도 덜 맞고 항복할 것인가를 연구하는 한심한 정치꾼들. 농민을 보호할 마땅한 방법들이 많이 있는데도 미국의 눈치를 보며 나라를 팔아먹는 저 반역의 무리들에게 의식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철퇴를 가해야 한다.

쌀 개방된다면 이 나라에 희망은 없다

가을내 시큰거리는 팔목에 덕지덕지 파스를 붙이며 내몸의 한계를 시험하며 죽어라 일하면서, 나보다 더 나이든 60-70의 노인들이 퇴직하지 못하고 나락가마니와 씨름하는 것을 보며 나는 그렇게 살지 않으리라 내심 불안한 마음을 부여잡지 못하고 악착같이 일을 해왔는데 쌀 개방이 된다면 더 이상 희망은 없다.

11월 13일 쌀개방 반대 전국농민대회 준비로 지역이 술렁거린다. 그날 30만의 농민들이 서울 시내를 뒤엎을거란다. 그날, 쌀개방되어서 우리밀이 없어졌듯이 우리쌀이 없어지면,수입쌀이 대폭 올라 비싼돈주고 사먹을 팔자가 되는 사람들 빼놓고 나머지 4천만의 국민모두가 서울로 쏟아져 나와 제2의 3.1운동이 일어나기를 바라며 다하지 못한 말을 끝맺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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