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비엔날레로의 짧은 여행 그리고 긴 여운
부산비엔날레로의 짧은 여행 그리고 긴 여운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10.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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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19일‘비엔날레를 사랑하는 모임’에서는 짧은 주말여행을 다녀왔다. 여행이라 하기엔 너무 긴 여운을 남기게 했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여행은 무언가를 즐기기 위해 떠난다는 목적으로 맘을 설레게 한다.
우리가 광주를 출발해 약 4시간을 달려 도착한 부산 해운대에서는 ‘환영 합니다’ 라고 큰 소리로 합창하는 것처럼 들리는 세찬 파도 소리와 거칠게 불어오는 바람의 향부터 우리를 반겼다.

바다가 훤히 보이는 숙소에 짐을 풀고 부산의 예술문화를 맛보기위해 우리는 정리해둔 스케쥴에 맞춰 움직여야 했다.
몇 군데 들린 겔러리에서의 작품감상을 마치고 나서의 바닷 바람 즐기기, 그리고 나서의 저녁 시간의 ‘비사모’의 짧은 소개와 작은 이야기들.

그렇게 우리는 숙소로 다시 돌아 와서는 내일 있을 ‘부산 비엔날레’관람에 있어 ‘부산 비엔날레 서포터’와의 만남의 자리를 마련했다.
그들과의 작은 만남에서 오래된 친구 같음을 느꼈다. 부산 사투리처럼 구수하게만 느껴졌던 문화 이야기에 취해 가고 있었고, 또 그들(비엔날레)도 안고 있는 어려움을 공유함에 있어 더욱 취해 있었는지도 모른다.

지난‘4회 광주비엔날레’에서 도슨트(작품 해설 요원)로 있었던 나는 더욱이 그들이 가진 걱정거리를 조금이나마 공감할 수 있었다.
현대미술에서의 작품과 관객 이 둘 사이의 상호작용에 있어 연결고리가 되는 역할은 그다 지 쉽지 않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보여지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 작품 자체에 내재되어 있는 그 무엇까지 전달해야 한다는 어려움이란 대단한 인내를 요한다는 것을 나는 그들과 같이 느낄 수 있었다.

전시 운영 미흡, 오히려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계기

20일 아침 우리는 새벽까지 채워진 알콜로 피로도 풀리지 않은 채 부산스럽게 숙소를 떠나야 했다.
바다 미술제가 열리는 부산해운대에서 보는 아침은 가느다란 빗줄기를 타고 내리는 전율 그 자체였다. 잿빛 하늘과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데도 집어 삼킬 것만 같던 파도, 그리고 잘 정돈 된 듯 보이는 모래는 우리들의 발길을 그곳으로 이끌고 있었다.

천혜의 경관과 더불어 펼쳐진 작품들은 그들만의 웅장함을 과시하고 있었다. 바다로 곧장 뛰어들 것만 같은 하늘로 향한 열차와, 바다가 뱉어내는 인간의 욕망을 표현한 듯한 형상‘가신’, 인간이 버려 놓고 간 욕망을 덮어버리려 했던 거대한 붉은 천, 나는 바다와 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가늘게 내리던 비는 어느새 어깨 위에 촉촉이 스며들어 있었다.

부산 시립미술관에서의 비엔날레 관람이 있었다.
20일 새벽까지 같이했던 그들을 그곳에서 다시 만나는 시간이었다. ‘부산 비엔날레 서포터’의 설명으로 전시된 작품을 좀더 수월히 관람할 수 있었다. 현대 미술이라는 것에 난해함을 이해한다는 것, 그것이 쉽지만은 않다는 것을 느끼기 때문에 그들의 설명은 나 스스로가 연상해 내는 것에 살을 붙여주는 역할을 해주고 있었다.

작품을 접할 때 마다 매번 느끼게 되지만, 관객을 유도(참여)하는 작품이라면 그 자체가 관심거리가 된다. 그래서 좀더 흥미를 주게 되고 오래 머물게 하는 요인이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4회 광주비엔날레’에서 도슨트로서 나름대로 미술을 번역하기(쉽게 읽을 수 있는) 위한 작업을 했었다.

‘멈춤’이라는 주제가 있어 다수의 작품들이 관객참여형의 휴식 공간을 제공했는데, 그것은 관객이 작품의 일부가 되어 작품이 된 자신을 느끼는 것이기 때문에 그곳에 오래 머물 수 있도록 한다. 물론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단순히 보여지는 것 보다는 만질 수 있고 느껴 볼 수 있는 작품이 더 많아야 관객과 소통이 좀 더 원활해지지 않을까 하는 소견을 비춰 본다.

부산비엔날레는 ‘문화에서 문화로’라는 주제로 전시장을 도시화 하고 있다. 공간이 많이 협소해서 광주비엔날레에서의 널찍한 공간에서의 전시형태와는 달리 답답함이 없지 않았다. 그리고 아직은 전시 기획면 에서나 전시 운영 시스템이 광주비엔날레에 비해 미흡함을 알 수 있었다. 또 한편으로는 그들의 지리적 조건으로 볼 때 문화 관광 도시 이기에 언제 어떻게 우리를 치고 오를지 모르는 맘에 내심 걱정되기도 했다.

또 한편으로는 작품을 관람하는 동안 내내 신선함을 느꼈는데, 어쩌면 그들의 때 묻지 않음에 시샘하는 것일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해본다.
‘알랭 세샤스’의 작품은 허상과 실체의 이미지를 그리게 했다. 때로 조각을 전공한 내가 창작활동에 몰두하다 보면 존재하지 않은 공간으로 빠져들 때가 있다.

이상과 현실세계를 넘나들면서 나만이 아는 그 세계를 표현해 내는데, 그럴 때마다 나는 어김없이 그 곳의 어딘가에서 길을 헤매곤 한다. 알랭 세샤스의 작품은 그러한 공간의 이미지를 담게 해 주었다. 두 시간여의 관람동안 알랭 세샤스의 작품 외에도 많은 것을 느끼게 해 주었지만 세샤스의 작품은 작품을 이해하는데 윤활류 역할을 해 주었다는 생각이 든다.
시립미술관 전시 관람을 마치고 우리는 조각프로젝트를 마지막으로 오후 5시 ‘비엔날레를 사랑하는 모임’의 회원들과 작별인사를 나눠야 했다.

제 자리로 돌아와 있는 지금 부산에서의 1박2일간의 주말여행은 오랜 시간 긴 여운을 남기고 있다. 지금도 부산해운대의 바람과 파도를 생각하며 시립미술관의 정돈되지 않아 더욱 쉽게 다가가게 만들었던 작은 공간들을 생각하며 조각프로젝트의 숨어있는 작품들이 보물 찾기를 하듯 흥미를 주었던 생각들, 많은 아쉬움이 남지만 우리는 잠시나마 지루한 삶을 벗어나 매혹적인 현대미술의 아우성을 듣게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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