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 아이들과 작은 반란을 꿈꾸며
들꽃 아이들과 작은 반란을 꿈꾸며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10.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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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첫만남이 나에겐 예사롭지 않았다. 덜컹 덜컹 버스를 타고 한참을 달려 도착한 농민의 집 2층 들꽃 어린이집. 농촌아이들의 건강한 자람터. 유치원과 또 다른 형태이며 교육기관이긴 마찬가지겠지만 참교육과 아이들 세상을 만들고 여성 농민문제를 함께 풀어가야 할 곳이라는 막연한 두려움과 설레임으로 3월을 맞았었다.

백두에서 한라까지 반 이름 또한 백두산 , 한라산.. 그래서 내가 맡은 백두산반의 원훈을 '백두에서 한라까지 우리는 서로 사랑해요"라고 아이들과 정했다. 정해놓고 흐뭇해하는 친구들과 백두산반 제일 큰 어린이 토끼(아이들이 지어준 내 이름. 사실은 늑댄데...).

차츰차츰 아이들과 익숙해지면서 이젠 무엇보다 소중한 내 보물이 된 아이들-벌써 7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러갈 요즈음 아이들은 이제 빵빵차 안에서는 "엽기토끼야~~엽기토끼야~~"라고 놀리기가 일쑤다.
" 엽기 토끼라니 예쁜 공주라 해라" 공주.. 무지막지 터프한 목소리.. 나의 투정에도 아이들은 한결 같이 " 엽기 토끼야 ~~ " 하고 목소리 높인다.

하나에 하나를 더하면 하나가 됨을 알려준 아이들

" 토끼 선생님 세상에서 누가 제일 좋아요?." " 백두산반이 제일 좋아." 이 대답을 기다리는 순진무구한 눈망울로 날 쳐다보는 아이들을 볼때면 그래 참 좋은 선택을 했구나 싶어진다.

아직도 더 많은 시간을 아이들과 함께 하겠지만 여기까지 달려온 시간이 내겐 큰 축복인듯 하다. 좋은 사람들과의 인연 . 참 맑고 순진한 들꽃친구들과의 만남. 나에게 여유와 우리라는 생각을 더 많이 얻게 해줄 소중한 나의 생활 공간이다. 그리고 나는 들꽃에서 작은 반란을 꿈꿔 본다.

하나에다 하나를 더하면 둘이 아니라 더 큰 하나가 된다는 것을 나는 아이들에게 배운다. 짧은 지식만 전달하고 학습된 태도로 일관성을 복사해 내기보다는 참된 사람. 나보다는 우리를 생각하는 아이들로 자라고 경쟁속에서 남을 누르고 당당해지는 오만함이 아니라 서로 손맞잡고 함께 나가는 진정한 승리의 기쁨을 맛볼수 있는 반란을 아이들과 함께 꿈꾸어 본다.

모진 풍파속에서 주저 않는 온실속 화초가 아니라 거친 들녘에서 더욱 아름다운 들꽃으로 피어나는 우리아이들과 희망한다. 토끼와 들꽃친구들의 반란은 계속 되어야 한다. 쭈∼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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