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닷컴]당신도 3전4기로 병역혜택 쟁취하라?
[기자닷컴]당신도 3전4기로 병역혜택 쟁취하라?
  • 이광재 기자
  • 승인 2002.10.1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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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 10월 8일자 스포츠면. 전날의 아시안게임 경기결과에 관한 기사들 가운데 유독 탁구 기사가 눈길을 끈다. 이유는 제목 때문. '유승민 아깝다! 병역면제'라는 굵은 제목아래 '3번이나 놓쳐 혜택 물거품'이라는 작은 제목까지 강조돼 있다.

연일 국회에서 여야가 당 대표까지 나서서 야당 대통령후보 아들의 병역면제의혹으로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고, 병역문제가 일부 특권층들의 '부정비리'로 국민들의 시각이 곱지 않은 상황에서 운동선수의 병역혜택 문제를 과도하게 강조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연합뉴스의 보도를 받은 이 기사는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 이어 세 차례나 병역혜택의 기회를 놓친 유승민 선수의 개인적 '안타까운' 사연에 초점을 맞춘 것. 그러나 이 기사를 받은 다른 신문들이 편집과정에서 제목을 달리하거나 경기결과를 간단히 정리한 것에 비해 전남일보의 편집은 연합뉴스 기사의 단순전제를 넘어 국민정서와 거리가 멀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더구나 이 기사의 관련 사진 아래엔 "한국탁구의 희망 유승민이 3번의 병역혜택 기회를 놓쳐 눈물을 삼켰다"라고 사진 설명까지 덧붙여놨다.

일부 지방신문, 금메달 병역면제 과도하게 부각
국위선양에 따른 당연한 대가이지만
병역비리 정국에서 국민정서와 거리 먼 보도


전남일보의 유승민 선수 병역문제에 대한 관심은 이튿날 절정을 이룬다. 유 선수가 최종 남자복식결승에서 드디어 금메달을 따자, 전남일보는 9일자 보도에서 '유승민, 병역면제 금메달'이라는 큰 제목을 내걸었다.

이 기사 역시 연합뉴스의 '반갑다 병역면제'라는 제하의 기사를 받아 쓴 것이지만, 똑같이 기사를 받은 대부분의 신문들이 유 선수의 병역문제를 '보너스'정도로 처리하고 승부결과를 정리한 것과 비교해 확실히 전남일보의 제목은 다르다.

   
▲ 전남일보 지난 8일과 9일자 스포츠면에 실린 탁구 유승민선수(20)의 병역혜택 관련 기사.

실제 다른 일간지들의 제목을 비교해보면, 광주일보- '병역면제 보너스도', 호남신문- '남녀 탁구 막판 감격', 호남매일- '한국탁구 남녀복식 석권', 무등일보- '금 5개 추가라'는 큰 제목 아래 '탁구 남녀복식 동반우승감격' 정도로 처리했다. 광주타임스도 기사 속에서 '탁구가 남녀복식에서 나란히 금메달을 신고했다'며 전체 경기 종합으로 처리한 정도다.

그러나 전남일보의 경우 '3전4기 끝에 기회 잡아'라는 작은 제목까지 내걸고 나섰다.

운동선수에 대한 병역혜택은 현재 올림픽에서 동메달 이상,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로 대상을 제한하고 있다. 나라의 이름을 높인 이들에게 돌아가는 당연한 보상으로 국민적 보상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된 상태다.

그러나 아무리 본인의 의지가 '진실된 사실'이라 할지라도 선수 개인이 쏟은 우승에 대한 노력이 마치 '3전4기를 해서라도 군대 가지 않으려고' 하는 것처럼 비쳐지고, 그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인양 보도되는 것은, 결국 '신문이 국민정서를 어떻게 읽고 있느냐'의 문제와 맞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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