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여성농민의 마음에서 실천으로 이루어진다
꿈은 여성농민의 마음에서 실천으로 이루어진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10.1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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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거두어 들이는 계절이다. 농촌에 시집와 가을걷이 한지도 벌써 햇수로 따지니 12년 째 이다. 첫해 가을- 깻단을 두들겨 누-런깨가 나오는게 그렇게나 신기했다. 열려라 참깨! 하고 외치는 기분이였다. 두들기면 두들기는 대로 쏟아지는게 너무나 신기했다.

농산물도 어디 공장에서 찍어나오는냥 생각하며 나와는 상관없이 살다가 처음으로 흙에 손대면서 얻은 보람 이였다. 어머니는 저녁무렵 콩타작 한 돈부를 쪄주고는 "이것이 촌에 사는 맛이다!" 그러시는데 그때는 그말을 이해를 못했었다. 이제야 그맘을 알것 같으니 나도 꽤나 늦게 철드는가 보다. 그 일년 노동한 노동의 맛인데, 말이다.

여성농민 12년째, 농약비에, 자재비에... 마이너스 인생 아닌가

한해,두해 지나면서 이맘때쯤 늘 시름에 잡힌다. 오곡백과가 풍성한 가을이 아니라 벌써 머리가 계산기가 되어버린다. 올해 갚을 빚이 얼마고 들어간 농약대에 자재비에 ......... 계산을 뽑아보면 마이너스, 어찌 12년 결혼생활이 마이너스 인생인가 싶다.

도시 친구들은 결혼생활 십여년에 집장만을 한다. 뭐를 한다 하면서 자랑을 하는데 나는 기것 자랑이라고 한다는 것이 11살된 우리 아들이 얼마나 공부를 잘하냐가 아니라 얼마나 일을 잘하는줄 아느냐! 내가 지은 배가 얼마나 달고 맛있는줄 아느냐! 시골에서 어렵지만 순박하게 살아가는 주위 얘기로 땜빵을 하곤 한다.

이제 모두다 알듯이 농촌은 어렵다, 정말로 찢어지게 어렵다. 한해 농사지어 늘어나는것은 빚밖에 없다는 것이 우리네 생활이다. 그런 가운데 더 어려운 처지에 있는것은 여성농민이다. 여성농민들은 아무리 기계화가 되었다고는 하나, 밭일은 여전히 사람손으로 이루어진다. 더구나 점점 규모가 늘어나면서 여성농민들의 손이 아니고는 되는일이 없다. 새벽부터 저녁까지 일을해도 끝이 없다.

11살 우리 아들이 얼마나 일을 잘하는 줄 아느냐!
내가 지은 배가 얼마나 맛있는 줄 아느냐!


그런 가운데 아이들의 보육이나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질리 없고 여성들의 건강은 팽개쳐 놓은지 오래다. 더구나 그렇게 일을 하고도 중요한건 노동의 댓가가 없다는 것이다. 값싼 외국 농산물이 판치는 상황에 여성농민들이 생산한 고추,깨, 콩등은 별볼일이 없다는 얘기다. 수입개방! 수입농산물!이 이미 안방을 점령하고 이제 우리의 평생 삶의 터전인 땅에서조차 내쫒으려 하고 있다.

우리는 흔히 안부를 주고 받을때 이런말을 한다. 요즘 뭐하니?- 그러면 음- 먹고 사느라 바빠서....이렇게 대답하는것이 일상사가 되었다. 그런데 실상 따지고 보면 먹는데는 그다지 돈이 안드는데 우리는 늘상 그래도 먹고 사느라 그랬다고 한다. 그것은 아주 중요한 얘기인것이다. 먹는다! 먹는다는 것이 삶의 기본이라는 얘기이다.
아무리 날고 뛰는 세상이라 해도 먹는것이 이루어지지 않고는 아무것도 안된다는 것이다. 그것은 즉 농민들이 생산한 식량을 먹지 않고는, 농민들의 땀을 먹지 않고는 이세상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렇게 중요한 먹거리 생산자들이 대전에 모였다. 여성농민들이 우리쌀 지키기 실천단을 꾸리고 우리쌀 지키기 결의를 다지는 자리였다. "우리쌀 지키기 여성농민 발대식" 에 나주에서만 40명의 여성농민회 간부들이 참석 하였다. 다른 지역에서 오신 여성농민들도 한결같이 까만 얼굴로 통일된 얼굴이지만 눈빛 만큼은 그 누구보다 총기가 어렸다.

우리 쌀을 지키는 것, 이 민족을 지키는 문제
살맛나는 세상위해 논밭에서 땀흘리는 여성농민에게서 희망을


이제 우리의 어깨에 우리민족의 장래가 달려있다는 굳은 각오로 결의하였다. 우리쌀을 지키는 것은 이나라 식량주권을 지키는 길이고 식량주권을 지킨다는 것은 이민족을 지킨다는 것이다. 호시탐탐 우리의 시장과 우리의 모든것을 노리고 쥐었다 폈다 하는 미국의 검은 음모를 우리힘으로 지켜내겠다는 비상한 결심속에 피는 꿈들의 아름다운 꽃을 보았다.

저녁식사후 각 지역 사례발표와 지역 문예공연이 있었다. 다들 그바쁜 와중에 우리쌀 지키기 선전을 하고 마을마다 돌아다니며 조직하는 아름다운 여성농민! 실천하는 여성농민!들이였다. 어설프지만 자기가 주인공이 되어 연극도 하고 노래도 하는데 정말 실감나게 재미있고 감동적이였다. 세련된 프로들도 이처럼 생생한 삶의 냄새를 풍기지는 못하리라!

살맛나는 세상! 그것은 우리 여성농민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의 바램일 것이다. 그 살맛나는 세상을 위해 오늘도 꿈을꾸며 논밭에서 열심히 땀흘리는 여성농민들의 아름다운 꿈은 반드시 이루어 지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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