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곤의 독일 슈테델미술관 기행[10회]
김세곤의 독일 슈테델미술관 기행[10회]
  • 김세곤 여행칼럼니스트
  • 승인 2024.09.23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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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티첼리의 '나스타조 델리 오네스티 연작 4편' (1)

1483년에 피렌체의 상인이자 대귀족 안토니오 푸치는 보티첼리(1445-1510)에게 아들 자노초 푸치와 루크레치아 비니의 결혼을 기념하여 패널화 4점을 의뢰했다.

나스타조 델리 오네스티 제1화
나스타조 델리 오네스티 제1화

보티첼리는 조반니 보카치오(1313-1375)가 1353년에 쓴 <데카메론 (그리스어로 ‘10일’ 동안의 이야기)> 이야기중 하나인 <나스타조 델리 오네스티>를 4편 연작으로 그렸는데, 이 패널화는 자노초 부부의 침실에 장식되었다.

1348년에 피렌체가 페스트(흑사병)가 번져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페스트는 중세 유럽에 가장 큰 재앙이었다. 중국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페스트는 중앙아시아의 타슈켄트 지역을 건너 흑해, 크림반도를 거쳐 이탈리아에 도달하여 1347년부터 1351년 사이에 2천만 명에 가까운 희생자를 내오 당시 유럽 인구의 1/3이 죽었다.
보카치오도 피렌체에서 페스트가 만연한 상황을 목격하였고, 그의 아버지와 계모 그리고 많은 친구들이 죽었다. 보카치오는 1349년부터 1353년까지 <데카메론>을 썼다.

<데카메론>은 산타노벨라 성당에서 만난 10명(지체 높은 젊은 부인 7명, 귀족 청년 3명)이 페스트를 피하여 피렌체 외곽 별장에서 2주간에 걸쳐 하루에 한가지씩 주제를 정하여 이야기한 100가지 이야기를 모은 책이다.
첫날의 주제는 각자가 마음에 드는 자유 주제, 두 번째 날은 온갖 고난 끝에 행복한 결말에 이르는 모험담, 세 번째 날은 오랫동안 원하던 것을 손에 낳은 사람들 이야기, 네 번째 날은 사랑으로 인해 불행한 결말을 맞은 사람들의 이야기, 다섯 번째 날은 사랑하는 연인이 불운을 겪고나서 행복한 결말에 이르는 이야기, 여섯 번째 날은 기발한 재치와 날카로운 통찰로 위기나 모욕을 모면한 사람들의 이야기, 일곱 번째 날은 여자들이 사랑이나 두려움 때문에 남편을 우롱하는 이야기, 여덟 번째 날은 어떤 유형이든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골려먹은 이야기, 아홉 번째 날은 각자가 마음에 드는 주제, 열 번째 날은 사랑이나 다른 종류의 모험을 관대하고 도량있게 행한 사람의 이야기로 구성된다.
그리고 하루의 이야기가 끝날 때 마다 춤과 노래로 이야기 잔치를 마무리 하였다.

보름째 되던 날 이들 10명은 각자 떠나온 곳으로 돌아간다.

보티첼리가 그린 연작 4점은 ‘다섯 번째 날 여덟 번째’ 이야기로서 ‘지옥의 사냥’으로 불릴 만큼 잔인한 이야기이지만 행복한 결말로 끝난다. 이야기의 요약은 이렇다.

“로마냐 지방의 옛 수도 라벤나의 젊은 귀족 나스타조 델리 오네스티는 자기 보다 신분이 높은 귀족 파울로 트라베르사리의 딸을 사랑하지만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재산만 탕진한다.
빈털터리가 된 나스타조는 키아시(라벤나의 해안)로 갔다가 그곳에서 어떤 여자가 기사에게 쫓기다가 살해되고 두 마리 개에게 물어뜯기는 장면을 목격한다.
기사와 여자는 귀신이었는데 매주 금요일마다 이 모습을 재현하였다.

그 후 나스타조는 어느 금요일에 자기 친척들과 사랑한 여자와 가족을 키아시로 식사 초대한다. 나스타조가 사랑한 여자는 그곳에서 기사에게 쫓긴 여자가 몸이 찢기는 장면을 보고 너무나 두려운 나머지 나스타조의 청혼을 받아들인다.”

이야기의 결말이다.
“그리하여 다음 일요일에 나스타조는 그 처녀와 결혼하여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았다네요. 결국 무서운 일이 원인이 되어 행복한 결과가 생긴 것인데, 이런 일이 있은 후 라벤나의 여자들은 모두 공포증에 빠져 이전과는 달리 남자의 소망에 쉽게 응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그림을 감상하여 보자.
이 그림은 제1-3화는 스페인 프라도 미술관이 소장하였고, 제4화는 개인 소장이다.

# 제1화
왼편에는 대귀족 가문의 딸에게 청혼하다 거절당한 나스타조가 방황한다. 중앙에는 벌거벗은 여자가 개에게 습격당하자, 나스타조는 나뭇가지를 들고 개와 맞선다. 오른편에는 붉은 망토를 한 말 탄 기사가 달려온다. 소나무 숲 사이로 보이는 고요한 바다는 라벤나의 해안 키아시이다.

나스타조 델리 오네스티 제2화

# 제2화
나스타조는 빨강 망토의 기사가 여인을 붙잡아 몸을 가르고 창자를 떼어내고, 흰 개와 검은 개가 창자를 먹는 것을 보고 기겁한다.

그런데 창자가 떼어진 여자가 갑자기 몸을 일으켜 바닷가 쪽으로 도망치기 시작했고, 말 탄 기사는 그 여자를 사냥하기 시작한다.

나스티조가 목격한 기사와 여자는 귀신이었다. 기사는 여자에게 청혼했는데 여자가 거절하자 자살을 했고, 얼마후에 여자도 죽었다.

그런데 기사의 망령은 매주 금요일마다 나타나 청혼한 여자를 잔인하게 죽인다. 이는 영원한 고통의 형벌이었다.

(참고문헌)
o 도미니크 티에보 정희숙 옮김, 보티첼리, 열화당, 1992
o 바르바라 다임링 지음·이영주 옮김, 산드로 보티첼리, 마로니에북스, 2005
o 실비아 말라구치 지음 · 문경자 옮김, 보티첼리, 마로니에북스, 2007
o 조반니 보카치오 · 박상진 옮김, 데카메론 2 (세계문학전집 292), 민음사,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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