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미혼으로 사는 이유
내가 미혼으로 사는 이유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10.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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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살에 접어든 지도 벌써 3달이 되었다. 올해 들어서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 결혼을 했느냐, 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썩 좋은 질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33년을 살아오면서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 고민하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데 고작 결혼을 했느냐 하는 것이 마치 나의 전부인 듯 물어올 때면 정말 김샌다. 어쨌든 결혼을 했느냐고 물으면 나는 결혼을 하지 않았다.

미혼의 자유로움, "33살, 나는 결혼하지 않았다"

미혼들에게 결혼을 하지 않은 이유를 물으면 여러 가지로 대답들이 많겠지만 나는 솔직히 이기적이기 때문이라고 대답한다. 늘 누군가를 염두에 두고 배려해야 한다는 부담이 없고, 누군가를 어떻게 잘 발전시켜 줄 것인가 굳이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미혼의 자유로움이 아닐까?

나는 아직 누군가를 사랑해서 서로를 책임지고, 함께 가정을 꾸려 나가는 것보다는 어떻게 하면 나를 더 사랑하고, 발전시켜 나갈 것인가 하는 것에 더 관심이 많다. 지금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살고 싶다는 생각 때문에 아직 결혼이라는 것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고민해 본 기억이 거의 없다.

가끔 농담처럼 내 삶이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내가 더 자주적인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줄 만한 사람을 만나면 결혼은 그때 생각해보지 뭐 하고 말을 해 보기도 한다. 그러면 결혼하신 분들 대부분이 그런 사람이 어디 있느냐, 그렇게 만들면서 살아가는 거지 하고 말씀들을 하신다.

그렇다. 만들면서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대체로 여성들이 많은 것을 양보하고, 타협하면서 하나의 가정을 만들어 가는 것일 게다. 그런데 결정적으로 나는 이기적이기 때문에 상대방을 그렇게 만들어 가는 데 힘을 쏟아 붓고 싶은 생각이 별로 없고, 양보하고 타협할 마음도 별로 없다.

미혼, 기혼이란 구분보다 여성으로서 행복한 세상 만들기

그러니 결혼을 한다는 것에 대해서 남들이 말하는 것처럼 행복하고 아름다운 일이라는 생각보다는 참 피곤한 일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나를 중심으로 생활을 꾸리고 자유롭게 산다는 것, 이것이 지금까지 내가 선택한 삶의 방식이다.

물론 미혼으로 산다고 해서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나이가 들면 결혼을 해야 한다는 사회의 관습 때문에 피곤함을 넘어 불쾌함까지 느껴야 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내가 결혼을 했으니 너도 결혼을 해야 한다는 일방적인 강요를 일상적으로 받으면서 살아야 하는 것이 나이 많은 미혼들의 현실이다. 이것이 내가 선택한 삶의 방식에 따른 어쩔 수 없는 불편함이라고 생각하고 감수를 하긴 해도 역시 기분좋은 일은 아니다.

결혼을 하든, 하지 않든 우리 사회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 미혼이다, 기혼이다 이런 구분보다는 여성들이 정말 여성으로서 행복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미혼으로 미혼으로서 아름답고, 기혼은 기혼으로서 행복한 그런 날을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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