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단상-노영필]돌아가라 학교로. 운영위원들이여!
[학교단상-노영필]돌아가라 학교로. 운영위원들이여!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10.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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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영필[광주 운남중 교사]
올 여름은 유난히도 힘들었다. 정치권의 이전투구가 아니더라도 몇 일간 물동이로 퍼붓는 듯한 늦장마며, 한 여름 내 잠잠하던 태풍이 뒤늦게 몰아쳐 영동지방을 휩쓴 '루사'도 짜증을 만든 범인이다.

광주지역은 그다지 재해를 겪지 않은 탓인지 내륙지방의 태풍에 떠밀려온 쓰레기더미처럼 교육자치로 몸살을 앓았던가, 교육계 선거로 말도 많고 추문도 많은 때아닌 여름홍역을 치렀기 때문이다.

이미 황사가 밀려오던 3월부터 조짐은 누렇게 떴다. 예년과는 유달랐던 학교운영위원회 선거바람이 광주판 황사였다. 교육위원과 교육감 선거를 겨냥해 우군이든 적군이든 사람심기가 흙바람처럼 일어 눈이 따갑기 시작했고, 7월 교육위원 선거를 거치면서 사람관리가 이어지더니 선거막판에는 사람을 사고 파는 금전관리까지 판을 쳤다.

부정선거 소문은 무성한대 서슬 퍼런 검찰은 어디서 잠자는 걸까. 지역의 권세가들이 휘두르는 세 겨루기였기 때문인가. 현실에 비판적인 사람들은 이잡듯하면서 낮은 포복으로 대부들의 눈치만 살피느라 놓치고 있는 것은 어인 일인가!

더욱이 부끄럽고 몸둘 바를 모를 일은 교육개혁을 외치면서 앞장섰던 세력들마저도 반개혁적인 후보자들 표정에 제 목소리를 잃고 해바라기 같은 처신으로 자기 목소리를 아꼈다.

   
▲ 깨끗하고 민주적인 학교운영! 바로 학교운영위원들의 몫이다.
금권관권선거 소문을 입증하는 것은 2학기 들어와 학교 운영위원회 회의가 시들해진 것에서 입증된다. 2학기로 접어들자 폭풍이 지나간 자리처럼 학교운영위원회의는 참석자도 과반수를 겨우 넘기고, 회의 안건에 대한 참여도 소극적이다. 큰 홍역을 치르고 나면 몸이 시들해지듯 지역교육계의 수장을 뽑는 대역사를 치른 뒤 지친 심신을 달래기 위해 정녕 휴가라도 떠난 모양이다.

선거끝나자 폭풍지난 듯 관심 시들

이런 광경을 일선 학교현장에서 목불인견이니 가슴앓이만 더 심하다. 이런 교육감 선거라면 애시당초 왜 운영위원들이 하는 것일까 싶기도 하다. 교육예산 8,000억 중에 1%만 수중에 넣는다면 연간 수입이 짭짤한 것일까.

그 수입을 기대하면 선관위에 냄새 안 풍기고 기십만원 기백만원을 뿌린들 무슨 죄가 되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인데 탄탄한 교육전선의 동지들과 지역민들이 함께 동지가 되어주지 않았던가.

우리 솔직해지자. 이번 선거를 치른 학교운영위원들은 스스로 자승자박하는 치명적인 흠집을 만들었다는 걸 부끄럽게 생각하자. 학교자치가 무엇이며, 교육자치가 무엇인지 의미도 제대로 모른 채 학교운영위가 진정해야 할 일과 이상적인 학교의 모습을 그리지도 못한 채 명함에 이름을 박아두려고 학교운영위원으로 출마했던 것은 아니라는 것을.

이제 학교운영위원들은 개인적으로 느꼈던 모순된 현실을 제도 개선을 위한 목소리로 성숙시켜야 할 때이다. 또 다시 마땅한 인물이 없다고 체념하고 쥐어주면 받고 그 사람 찍을 수밖에 없다고 변명하지 말자. 이제 잘못된 제도를 바로잡도록 올바르게 제안하고 논의를 시작하자. 공교육이 죽었다고 비난하지 말고 진짜 학교현장의 생명력을 회복하는 일에 관심을 갖자.

운영위원의 역할이 어디 피선거권뿐이랴. 지금 학교는 심도 있게 다룰 사안들이 당신들을 기다리고 있다. 그냥 방치되었던 체육대회도, 소풍도, 기간제 교사채용도, 앨범도, 학교급식도 모두 당신들의 손을 거쳐 투명하고 민주적인 내용을 채워야 할 사안들이다.

실제로 학교를 움직이는 것은 교육감이 아니라 일선의 풀뿌리 같은 학교운영위원들이다. 아이들을 사이에 두고 교육감은 상징적인 자리일 뿐이다. 이제 일선 학교의 크고 작은 현안을 놓고 교육주체들이 머리를 맞대고 사라진 교육에 대한 희망을 회복해 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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