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곤의 독일 슈테델 미술관 기행 [7회]-보티첼리 '아테나와 켄타우로스'
김세곤의 독일 슈테델 미술관 기행 [7회]-보티첼리 '아테나와 켄타우로스'
  • 김세곤 여행칼럼니스트
  • 승인 2024.08.26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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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티첼리가 그린 <봄>의 알레고리는 무엇인가?
이를 살펴보기 전에 <봄>과 함께 피에르프란체스코 저택에 걸려 있는 <아테나(로마어는 미네르바, 별칭은 팔라스)와 켄타우로스(캔버스에 템페라 207+148cm)>부터 감상하여 보자.

아테나와 켄타우로스

그리스 로마 신화 인물을 그린 이 그림 역시 1482년 7월에 있었던 로렌초 디 피에르프란체스코 데 메디치(1463∽1503)의 결혼식을 위해 그렸다.
이 그림은 1540년부터 카스텔로에 있는 메디치 별장에 있었는데, 1893년에 팔라초 피티로, 1922년에는 우피치 미술관으로 옮겨졌다. 그림은 일반인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곳에 걸려 있어서 한동안 잊혀졌다가 19세기 후반에 영국 화가 윌리엄 스펜서에 의해 재발견되었다.

그림은 지혜와 순결 그리고 전쟁의 여신 아테나(Athena)와 반인반마(半人半馬)의 괴물 켄타우로스를 보여준다. 아테나는 제우스와 그의 첫사랑인 메티스 사이에서 태어난 딸이다.
그녀는 제우스의 머리를 쪼개고 태어났는데 투구와 갑옷으로 무장(武裝)하고 한 손에는 창을, 다른 한 손에는 방패를 든 채로 태어났다. 아테나는 그리스 아테네의 수호신이다. 그녀가 아테네의 수호신이 된 데는 일화가 있다. 이곳에 도시가 건설되자 아테나와 포세이돈이 서로 도시를 차지하려고 다투었다. 제우스는 두 신에게 시민들에게 줄 선물을 마련하라 하면서 시민들이 선택하도록 했다.

바다의 신 포세이돈은 아크로폴리스 기슭에 삼지창을 꽃아 소금물이 솟아나게 했고, 아테나 여신은 그 자리에 올리브 나무가 자라게 했다. 시민들은 올리브 나무를 준 아테나를 선택했다.
파르테논 신전 이름도 아테나 여신이 ‘순결한 처녀(그리스어로 파르테노스)’여서 그렇게 붙여졌다.

한편 켄타우로스는 날고기를 먹고, 성질이 난폭하고 주체할 수 없는 동물적 욕정이 가득한 존재였다.
그림은 적갈색 머리 위에 화관처럼 쓰워진 올리브 가지가 아테나의 팔과 가슴을 휘감고 있다.
등에 큰 방패를 메고 왼손에 도끼 창을 든 아테나는 오른손으로 켄타우로스의 머리채를 움켜 주고 있다.

순결한 님프를 탐하려고 무단 침입한 켄타우로스는 견고한 대리석으로 지어진 성으로 들어오다가 아테나에게 잡힌 것이다. 그는 화살을 쏘려는 순간에 아테나에게 잡혔는데, 고통스런 표정을 하고 있다.

한편 보티첼리는 피렌체의 미녀 시모네타 베스푸치를 모델로 아테나 여신을 그렸다.
이 그림은 육욕에 대한 순결의 승리를 표현한 것이다. 그리스도교 신앙과 플라톤 사상을 결합하여 발전시킨 신플라톤주의적 세계관에 의하면 세속적인 욕망을 뛰어넘어 정신적인 사랑의 추구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그림의 또 다른 해석은 피렌체를 위기에서 구출한 ‘위대한 자 로렌초’를 찬양하기 위한 그림이라는 것이다.
아테나가 입고 있는 옷에는 올리브 나무 모양과 함께 다이야몬드 장식이 달린 고리가 서너 개 얽혀 있다. 이 문장은 대 코시모, 위대한 자 로렌초가 대를 이어 사용한 메디치가 문장이다.

또한 아테나와 켄타우로스 사이에 작은 배 한 척이 유유히 가고 있다. 이 배가 바로 나폴리로 가는 배이다. 1478년 4월 부활절에 파치가의 음모 사건이 미수로 그치자, 교황 식스투스 4세는 나폴리 국왕 페란테에게 피렌체에 대한 무력 도발을 부추겼다.
피렌체의 번영을 시기한 시에나, 루카, 우르비노의 군대도 함께 동원되었다. 연합군은 피렌체 성벽을 에워싸고 공격의 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피렌체 시민들은 공황 상태였다.

이때 로렌초 데 메디치는 혈혈단신으로 배를 타고 나폴리로 가서 페란테 국왕과 담판하여, 평화협상에 조인하고 금의환향하였다. 이러자 피렌체 시민들은 환호하였고 그에게 ‘위대한 자(일 마니피코)’라는 칭호를 붙여주었다.

보티첼리는 로렌초를 아테나로 묘사하여, 신성을 지닌 피렌체의 수호자로 치켜세웠고, 교황 식스투스 4세를 폭력적인 괴물 켄타우로스로 표현했다. 이렇게 해석하면 이 그림은 정치적 은유가 내포되어 있다.

그렇다면 <봄> 역시 또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으리라. (계속)

(참고문헌)|
o 김상근 지음, 천재들의 도시 피렌체, 21세기북스, 2010
o 김영숙 지음, 우피치 미술관에서 꼭 봐야 할 그림 100, 휴머니스트, 2015
o 김태진 · 백승휴 지음, 아트인문학 여행, 카시오페아, 2015
o 바르바라 다임링 지음·이영주 옮김, 산드로 보티첼리, 마로니에북스, 2005
o 성제환 지음, 피렌체의 빛나는 순간, 문학동네, 2013
o 실비아 말라구치 지음 · 문경자 옮김, 보티첼리, 마로니에북스, 2007
o 엘레나 지난네스키 지음 임동현 옮김, 우피치 미술관, 마로니에북스, 2007
o 키아라 바스타외 지음 · 김숙 옮김, 보티첼리, 예경,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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