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로마 바티칸 시스티나 예배당의 프레스코화를 그린 산드로 보티첼리(1444/1445∽1510)는 1482년에 피렌체로 돌아왔다.
그리고 곧장 우피치 미술관 소장품 중 <비너스의 탄생>과 함께 가장 유명한 작품 인 〈봄 (프리마베라), 또는 봄의 우의 寓意 (Allegory of Spring)>을 그렸다.
보티첼리는 로렌초 디 피에르프란체스코 데 메디치(1463-1503)를 위해 <봄>을 그렸는데, 아마도 1482년 7월에 있었던 로렌초의 결혼식을 위해 그렸던 것 같다.
로렌초 디 피에르프란체스코는 위대한 자 로렌초(1449-1492)의 사촌으로 보티첼리에게 단테의 <신곡> 삽화를 의뢰한 장본인이다.
이 그림은 본래 피렌체 근교 카스텔로의 로렌초 디 피에르프란체스코 저택 침실 곁방을 장식하고 있었다. 그곳에는 2점의 그림 즉 작자를 알 수 없는 <성 모자>와 보티첼리의 <미네르바(아테나)와 켄타우로스(1482년 경)>가 출입문 위에 걸려 있었다.
<봄>은 1815년에 카스텔로에서 우피치 미술관으로 옮겨졌고, 1853년에는 아카데미아로, 그리고 1919년에 다시 우피치 미술관으로 돌아왔다.
그러면 <봄 (목판에 템페라 203cm + 314cm)>을 감상해보자.
이 그림은 16세기 이후부터 <봄>이라고 불렸는데,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봄의 도래와 제전을 표현하고 있는데, 보티첼리는 아름다운 정원에서 봄을 즐기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여러 신들을 우의적(Allegory)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림 중앙에 주름 드레스를 입은 베누스(그리스어는 아프로디테, 영어는 비너스)가 도금양 숲을 배경으로 서 있다. 도금양은 베누스에게 봉헌된 식물이다.
그림 오른쪽에는 청록색 날개가 달린 봄을 재촉하는 바람의 신 제피로스가 뺨을 잔뜩 부풀린 채로 요정 클로리스에게 달려들고 있다. 그녀는 겁에 질린 채 몸을 돌려 그를 쳐다보고 있다.
그녀의 입에서 새어 나오는 꽃은 환히 미소짓고 있는 플로라의 옷을 장식한다. 봄과 꽃의 여신 플로라는 장미꽃을 한 줌씩 쥐어 땅에 뿌리고 있다.
이 장면은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에 나오는 신화를 바탕으로 한다.
제피로스는 클로리스를 보자마자 욕정에 불타 그녀를 납치하여 강제로 범한다. 이어서 그는 자신의 폭력적인 행동을 뉘우치고 그녀를 플로라로 변신시켜 모든 꽃들을 주관하게 했다.
(클로리스가 제피로스에게 붙잡히고, 플로라로 변신하는 과정은 시간적으로 두 장면이지만, 보티첼리는 상상력을 동원하여 한 장면으로 처리하였다. 또한 보티첼리는 연모하던 시모네타 베스푸치(1476년에 22세로 요절)를 플로라의 모델로 하였다.)
한편 베누스 머리 위에는 아들 에로스(큐피드)가 눈을 가린 채 삼미신 (三美神)에게 사랑의 화살을 쏘고 있다. 산들거리는 흰 옷을 걸친 삼미신은 서로 손을 잡고 춤을 추고 있다. 베누스의 하녀인 삼미신은 제우스와 에우리노메 사이에서 태어난 에우프로시네, 탈레리아, 아글라이아이다.
이들은 순결, 사랑, 아름다움을 상징하는데, 순결한 처녀가 사랑에 눈뜨게 되면 아름다워진다는 사랑의 공식이 삼미신을 통해서 완성된 것이다.
(2023년 3월에 필자는 스페인 프라도 미술관에서 1636년부터 1638년까지 루벤스가 그린 삼미신을 감상하였다. 삼미신은 풍만하고 아름다운 삼미신은 장미 넝쿨 아래서 나신 裸身으로 서로 안고 있다.)
그림 왼쪽에는 전령의 신 메르쿠리우스(헤르메스, 머큐리)가 지팡이로 구름을 흩뜨리고 있다. 날개 달린 신발과 두 마리의 뱀이 휘감고 올라가는 지팡이를 보면 메르쿠리우스임을 알 수 있다.
고대 로마신화에 의하면 메르쿠리우스가 싸우고 있는 두 마리의 뱀을 지팡이로 갈라놓았는데 이런 이유로 지팡이는 평화의 상징이 되었다.
한편 보티첼리는 <봄>에서 500여종에 달하는 서로 다른 식물들을 묘사했는데 그 중에 190종은 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