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권리 인정해준 "공동명의"
아내의 권리 인정해준 "공동명의"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09.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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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결혼 5년차를 맞는 우리 부부가 살고 있는 빌라는 나와 아내의 공동명의로 되어 있다. 올해 3월 빌라를 구입하면서 등기부등본에 내 이름과 아내 이름을 같이 올렸다. 그리 풍족한 살림은 아니었지만, 전세값이 폭등한데다가 어린 아이 둘을 데리고 2년마다 전세방을 구하기 위해 돌아다녀야 할 걱정때문에 부모님의 도움과 은행대출에 힘입어 아예 집을 샀다.

우리 부부는 신혼때부터 "나중에라도 집을 사게 되면 공동명의로 하자"고 이미 합의해 논 상태였기 때문에, 이번에 집을 사면서 아무런 불협화음 없이 공동명의로 하게 된 것이다. 공동명의를 하게 된 동기는 '평등한 가족 공동체 실현', '부부의 경제적 평등'이라는 거창한 뜻이 있어서가 아니었다. 결혼을 하는 순간부터 남자와 여자는 모든 것을 공유한다고 생각해 왔기 때문이다.

서로에 대한 사랑과 존중이 있었기에 결혼을 하게 된 것이고, 결혼을 한 후에 이러한 감정은 물질적인 것에서도 통해야 한다고 본다. 맞벌이를 하든 한쪽에서만 돈을 벌든 직장생활을 통해서 버는 수입은 한 가정을 꾸려나가기 위해 쓰여지지 않는가.

부부는 모든 것을 공유해야

처녀 총각때야 얼마든지 자신만을 위해 돈을 쓸 수도 있지만, 결혼을 하고 나서는 그렇지가 않다. 살림살이도 하나씩 장만해야 하고 출산과 육아, 내집 먀련 등을 위해서는 아무리 작은 돈이라도 가정을 꾸려가기 위해 저축을 하는 등 허리띠를 졸라맨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어느 정도 재산이 모아지거나 집을 장만하게 될때 공동명의로 하는 것은 아주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처음에 신혼집을 구할 때도 그렇고 집을 장만할때도 상대적으로 여성보다는 남성쪽이 더 많은 돈을 부담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이유 때문에 집을 사게 되면 남성 이름으로 하게 되는 경우가 다반사이고 이때 "남자쪽이 돈을 벌었으니까 당연하지"하는 사고가 관행화 된 게 사실이다. 그러나 내가 지켜본 바로는 가정주부들의 생활은 남편의 직장생활 못지 않게 힘든 것 같다.

밤잠을 설쳐가며 아기를 봐야 하고 밥과 빨래, 청소 등 집안 일을 해나간다는 게 여간 어렵지 않다는 것을 아내를 보면서 피부로 느끼게 됐다. 그런 집안일을 돈으로 환산한다면 남편의 수입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가사노동에 대한 값진 선물

얼마전에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조사한 바에 의하면 주부의 가사노동가치는 한달에 113만원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가정 살림은 이런 수치로 따질 수 없는 고귀한 희생정신이 스며 있지 않은가.

이런 수고를 제대로 인정해주는 길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부부재산의 공동명의'는 어쩌면 가장 큰 선물이 아닌가 한다. 그만큼 아내의 존재와 역할을 존중하고 앞으로도 그 마음을 간직해 간다는 의미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아내로서도 재산 공동명의로 남편과의 신뢰가 더욱 돈독해질 수 있고, 살아가면서 예상치 못했던 일(?)에 맞닥뜨리더라도 자기의 재산을 확보할 수 이쓴 권리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우리 부부의 이번 공동명의도 아내 권리를 '제대로' 인정해 준 작은 계기였다는게 남편인 나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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