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비엔날레도 시민축제?
광주비엔날레도 시민축제?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09.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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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년 말 출판된 『한국의 축제』에 따르면 연간 650여 개의 지역축제가 열리고 있다. 지역별로는 강원도가 90개로 수도권인 경기도의 82개 보다 많고, 전남은 38개, 광주가 11개다. 시기별로 보면 놀기 좋은 10월에 무려 207개, 봄날 5월에도 105개의 크고 작은 행사가 밀집되어 있다. 주제별로는 단연 봄꽃축제가 48개로 가장 많고, 예술부문에서는 연극제 11, 도자기축제 7, 음악제 6, 영화제 3개 등이다.

이 가운데 미술제가 7개인데 광주비엔날레처럼 이미 국제적 지명도를 쌓은 것부터 전주서예비엔날레, 청주공예비엔날레 같은 국제행사와 홍대거리미술제·봉산미술제 같은 동네행사까지 다양하다. 단순한 숫자통계지만 이후 새로 시작된 행사들도 있고 부산아트페스티벌이나 대구청년비엔날레처럼 빠져 있는 경우도 있어 100% 완벽한 집계로 보긴 어렵다.

비엔날레 홍수 속 '광주비엔날레'

어떤 이는 올해를 '비엔날레의 해'라 한다. 네 번째 행사를 치른 [광주비엔날레]를 비롯해서 9월 15일 첫 발을 내디딘 [부산비엔날레], 9월 26일부터 시작하는 두 번째 [미디어시티서울] 등 국내만 해도 대규모 국제현대미술제들이 봄·가을에 걸쳐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세계 문화담론의 생산지로 확고하게 자리를 잡은 독일 [카셀도큐멘타] 열한번째 행사가 9월 15일 100일간의 막을 내렸고, 지난 봄에는 [후쿠오카트리엔날레]·[상파울로비엔날레] 등이 열리기도 했었다.

최근, 광주비엔날레에 대해 시민·대중참여를 넓혀야 한다는 요구가 부쩍 많아졌다. '시민과 함께 하는 진정한 축제행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릴 적에는 어디선가 꽹과리 소리가 희미하게만 들려도 무슨 굿판이 벌어졌나 싶어 쫓아 나가곤 했었다. 그러나 요즘 어지간한 굿거리로는 사람들을 불러모으기도 쉽지 않고 더구나 흥에 겨워 한 판 어우러지게 분위기를 띄우기란 보통 일이 아니다. 어디가나 볼거리 즐길거리 천지다.

개인이든 사업이든 경쟁관계를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뭔가 특별하고 전문적인 것을 갖지 않고서는 존립이 위태롭다. 백화점식 구색 갖추기든, 육·해·공 메뉴를 다 취급하는 음식점이든 사람이 찾을 만 하건 다 벌여놨다 해서 경영이 수월한 것은 아니다.

'낯설지만 새로운' 것이 경쟁력이다

광주비엔날레는 '현대미술을 중심으로 한 복합문화축제'다. 광주비엔날레의 성격에 대해 입장마다 의견과 주장이 분분하던 차에 `99년 11월 재단 이사회가 워크샵을 갖고 각계 전문가 의견을 토대로 현안과제들을 정리하면서 갈피를 잡았던 거다.

세계 속의 문화도시, 새로운 현대미술의 발신기지로서 광주, 그리고 그 소통의 창으로서 광주비엔날레가 되자는 거다. 미술이라 이름할 뿐이지 이미 영상과 미디어 퍼포먼스 같은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시대와 문화현실을 얘기하고 인류의 꿈을 나누는 문화체험공간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낯설지만 새로운- 또 다른 체험에 대한 호기심조차 없다면, 초기 창설특수나 거품이 빠지고 동원이 먹히지 않는 요즘 상황에서 무엇 때문에 매회 수십만이 광주비엔날레를 찾을까.

이미 타성에 박힌 축제는 이골이 난 관람객들이 더 이상 들여다보질 않는다. '진정한 시민축제'를 위한다면 뿌리를 흔들거나 요란한 구경거리를 주장하기보다 광주의 자산을 가꾸고 영양가 있는 프로그램으로 건강한 생명력을 갖추는데 지혜와 의지를 모아야 한다. 혹 '진정한 시민축제'를 핑계로 떡고물을 노리는 억지 끼어 들기여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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