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한 9월 괴로운 병원노조
잔인한 9월 괴로운 병원노조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09.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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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115일째 목포가톨릭병원 폐업>
<전대병원 비정규직 노조원 부분파업>


9월은 병원노동자들에게 잔인한 달인가. 이 달 들어 특히 병원노동자들은 괴롭다. 서울에선 지난 11일 강남성모병원, 경희의료원 등에 경찰병력이 투입돼 파업농성중이던 노조원들을 해산시켰다. 이 과정에서 많은 노조원들이 다치거나 연행됐다. 이에 대해 시민사회단체와 노동계의 항의가 잇따랐고, 민주노총의 경우 '총파업도 불사하겠다'며 강력반발하고 있다.

병원노동자들의 수난은 서울만이 아니다. 14일로 파업 112일째를 맞는 목포 가톨릭병원노동자들도 병원측이 '오는 17일 폐업'하겠다고 밝혀 불안해 하고 있다. 병원측의 일방적인 구조조정을 계기로 촉발된 이 파업에서 시간이 갈수록 힘들어지는 쪽은 아무래도 노동자들이다.

병원측은 그동안 "지도부급 노조원 11명을 해고하지 않고는 타협이란 있을 수 없다"는 강경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노조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었기에 양측은 평행선을 가다 결국 폐업이 눈앞에까지 닥치고 말았다.

물론 병원측의 폐업발언은 처음이 아니다. 9월 초에 흘러나왔다가 일차 유보한 적이 있었기에 아직도 타협의 여지는 남아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노조 지도부가 광주시 북구 임동성당에 있는 천주교광주대교구청 마당에서 60일 넘게 천막농성을 하면서 병원 이사장인 최창무 대주교를 만나려 했지만 단 한번도 성공하지 못한데서도 그 가능성은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원들은 2년 전 이맘때 광주에서 사라진 한 병원의 선례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2000년 9월 5일 동광주병원(현 광주병원) 노조원들이 근로조건 정상화를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가자 병원측이 같은 날 폐업, 이후 지금껏 이 지역 노동계의 아픔으로 새겨진 사건이다. 그로부터 2년 뒤 다시 9월, 반복되지 말아야할 역사 중의 하나다.

전대병원 비정규직 노조원들도 추석을 앞두고 마음이 답답한 것은 마찬가지. 병원내 도급업체 소속인 이들 비정규직 노조원들은 일일 2교대로 '살인적인' 장시간 노동을 하고 있지만 기술직이더라도 월 52만원(의료보험료 등을 빼면 실수령액 40만원선)에 불과한 급여로 또다시 이번 추석을 맞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최근 부분파업을 벌이면서 원청인 전대병원을 상대로 협상을 진행중이지만, 병원측이 도급업체 책임으로 미루고 있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추석을 앞두고 태풍 루사로 인한 수해를 입은 농민들만큼이나 병원노동자들도 이래저래 마음이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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