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한가지 일이 닥쳤는데도 벌써 한숨부터 나온다. 이번에는 과수원의 배가 20%도 제대로 열리지 않았다. 하필이면 내가 시집 온 첫 해에 이런일이 벌어지는지 답답할 뿐이다. 의료보험투쟁한다고 밀린 보험료가 100만원이 넘었다. 당장 돈이 없으니 그것도 카드할부로 끊었다.
쌀값 나오기 전에는, 그리고 배를 팔기 전에는 내 생보비가 유일한 현금인데 어떻게 후계자금 이자며 보험료며 이런 것들을 다 감당하지... 이렇게 살다가 연말이 되면 아마 빚더미속에서 허우적 대고 있을 것이다. 어제는 돈 때문에 참 많은 생각을 했다. 농촌에 시집와 농부로 산다는 것에 대해서도 복잡한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살아야 하나. 남들은 다 어떻게 살고 있는지... 그런데 저녁에 신랑이 사온 수박 한통에 이런 나의 맘이 한층 누구러진다. 별 기대도 하지 않은채 남편에게 투정부리듯 수박먹고 싶다고 말했었는데 그 무뚝뚝한 신랑이 수박 한 통을 들고 뚜벅뚜벅 집에 들어온 것이다. .
"그래 이 달디단 수박먹고 힘 내야지. 원수같은 신랑도 있고, 새벽에 들어가도 반기는 시어머님도 계시는데 힘들게 뭐 있겠어. 농민과 결혼해 농민으로 결혼해서 산다는 것이 좋은일도 많겠지. 그렇겠지."
사실 현실은 변한것이 없다. 그런데도 이제 맘이 한결 가볍다. 희망이 생기는 기분이다. 그래, 희망을 품으며 살아야지. 내가 그 희망을 만들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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