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은 수해현장으로, 방송인은 골프장으로?
국민들은 수해현장으로, 방송인은 골프장으로?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09.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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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최악의 수해로 전국이 초상집 분위기이던 지난 3일. 이 지역 인근 농촌에선 농작물 등의 피해복구에 여념이 없었다. 훈련 나온 예비군까지 대민지원에 동원돼, 땡볕아래서 팔뚝에 풀독 올라가며 농민들과 함께 눈물겨운 비지땀을 흘리고 있었다. 그리고 방송국에선 수재의연금을 모으자며 온 국민의 동참을 호소하고 있었다.

같은 시각 이 지역방송가에선 이와 전혀 다른 성격의 땀방울을 쏟고 있었다. 골프채를 휘두르느라 흘린 땀이었다. 특히 이들 중 일부는 골프장측으로부터 무료 골프대접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져 도덕성을 넘어 사안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전국이 수해복구로 땀흘리던 시각
3일 방송의 날 맞아 광주MBC·KBS 단체로 골프장 찾아
일부는 무료혜택까지…"너무 엄격한 잣대는 곤란"해명


문제의 지난 3일은 방송의 날. 지역방송은 정해진 최소 제작진을 제외하고 대부분 방송국 직원들이 휴무에 들어갔다. 그리고 이들 가운데 일부가 단체로 골프장을 찾았다. 본지의 확인 결과 광주MBC의 경우 부장급을 포함해 보도국 및 제작국 17명은 전남 곡성군 옥과의 광주 CC로 갔고, 또 다른 3개조는 전남 화순군에 있는 900컨트리클럽을 찾았다.

광주CC로 간 팀의 경우 게임비를 계산하면서 일종의 특혜를 받기도 했다. 이들은 원래 비회원이라 1인당 게임비가 12만원이지만 광주CC측으로부터 회원대우를 받아 1인당 6만 2천원으로 계산됐다. 더욱이 이들 가운데 9명의 비용은 광주CC의 남모 이사가 계산한 것으로 알려져 보기에 따라 언론의 특수성을 감안해 향응논란도 일 수도 있다.

이에 대해 당시 골프에 참가했던 한 간부는 "사내 동호회 모임에서 매년 방송의 날 휴무에 맞춰 갔던 것에 불과하다"면서 "하지만 태풍피해를 겪은 이들과 연결시켜 생각하면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이 간부는 또 "아직 골프에 대한 인식이 그리 좋지 않은 상황을 알기는 하지만, 방송직에 있는 사람이라고 너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건 부담스럽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한편, KBS광주방송총국도 이날 오전 동호회 차원에서 관광버스를 대절해 전북 태인CC로 골프를 치러 간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매년 방송의 날에 골프를 쳐왔다던 KBC광주방송측은 이번엔 가지 않았다. KBC측 관계자는 "원래 계획이 있었으나, 수해로 전국이 어수선해 취소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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