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해지역 학교, 교육자치는 휴업 중
재해지역 학교, 교육자치는 휴업 중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09.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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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실의 계절 가을을 이렇게 맞이해도 되는 것일까? 태풍 '루사'가 지나간 한반도는 허망하기 그지없다. 무슨 마가 끼었는지, 미칠 듯이 흥분하는 자연의 몸놀림을 어찌 달래야 할 지 알 수가 없다. 물에 잠긴 도시를 카메라가 비추고나면 그 다음에는 전국의 학교들이 휴업을 선언하는 아폴로 눈병(유행성 각결막염) 관련 뉴스가 보도된다. 우연일까? 어쩌면 꼭 태풍이 눈병을 몰고 온 듯 하다. 강릉이나 김해를 재해지역으로 선포했다고 하는데, 거기에 또 다른 재해지역으로 학교가 추가되는 듯 하다. 5일 교육인적자원부가 집계한 학생감염자만도 전국 39만명이며, 240여개 학교가 휴업을 했다고 하지 않는가?

그야말로 태풍 아폴로가 학교를 흔들고 있다. 학교 현관에 붙어 있는 '오고 싶은 학교, 머물고 싶은 학교, 보고 싶은 학교' 가 정말이지 역설적으로 실감나는 것을 어쩌랴! 아이들을 학교 밖으로 내몰아야 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아폴로를 수출하기 위해서일까? 아니면 학교보다 사회가 치유력이 높아서일까? 그도 아니면 상황이 더욱 심각해질 것을 대비하여 책임회피를 하고자 함일까? 교사들은 한편 궁금하다.

눈병 아폴로에 흔들리는 학교


과연 2,3일의 휴업을 마치고나면 환자가 줄어들 것인지? 혹 더욱 늘어나는 것은 아닌지? 보건교사는 그 몇 일 동안 동분서주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할 듯 외쳐대고, 뛰어다닌다. 하지만 우리 교육이 안고 있는 문제는 학교의 보건체계 또한 예외일 수 없는 것이다.

교육감 선거가 끝났다. 지난 4년을 평가하고, 다음 4년을 구상하면서, 광주시의 교육과제가 무엇인지 전체 시민이 확인하고 공감하는 역동적인 선거는 아직도 여전히 먼 미래일 뿐이다. 선출방식의 문제인지, 선거운동의 문제인지 중요시되는 쟁점도 드러나지 않고, 대중의 요구도 보이지 않는다. 공약이라지만, 무엇을 약속했는지 시민들과 학부모, 교사에게 어떤 약속어음을 써주었는지 알지 못한다. 그저 선거라는 형식을 갖추기 위한 공허한 절차는 아니었을까?

그저 협소한 관료들의 잔치이거나, 대중과 유리된 소수 학교운영위원들만의 외롭고, 위험한 참여일 뿐이다. 대중이 없는 선거, 대중의 요구를 피부로 느낄 수 없는 선거, 그런 저런 인맥으로 폐쇄적 인의 장막을 다시 만들어가는데 기여하는 한국교육의 사이비 민주주의는 '루사'만큼이나, '아폴로'만큼이나 2002년 가을을 참 스산하게 만들고 있다.
진보적 시민단체나 노동조합도 팽개쳐진 대중에 대해서 관심을 두지 않을 때, 그저 '대신' 외쳐주고, '대신' 해결해준다는 그 고마운 '희생'으로 시민과 학부모들이 더욱 초라해지기만 할 때, 과연 우리 중에 위대해질 수 있는 이는 누구일까? 그러고보면 교육자치도 휴업중이다.

스산한 사이비 민주주의


이제 선거는 끝나고, 진보를 기약할 수 있는 대중의 힘은 그 어딘가에 꽁꽁 묶여 있으며, 그래서인지 물가에 노는 꼬마 아이의 위태로움처럼 교육감과 교육위원들이 외롭게, 누추하게, 위험하게, 자신의 자리를 맴돌고 있다.
어쩌면 상처뿐인 영광일지도!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우리 자신의 상처에 대해 정직해지는 것이다. 4년 후 선거를 가까이 바라보면서, 진정 대중이 선거의 승리자가 되는 그때를 위해서 우리는 절치부심(切齒腐心) 새로이 시작해야 한다. 미흡하나마 앞으로 4년, 우리의 참여와 소통의 노력이 새로이 전개될 때, 2006년 교육

자치 선거는 비로소 모든 교육주체의 축제로 변화해 갈 것이다.
학교를 버리고, 학생들이 병원을 찾아야 하는 9월의 스산함에 또 다른 재해지역 학교를 바라본다. 기운 없는 독백일지나, 갈 길을 놓치지 않는 용기 있는 판단으로 서로를 손잡게 하는 희망의 밑불이기를 두 손 모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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