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용 해외연수 No! 체험 삶의 현장 Y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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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08.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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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번 출국, 12개국 방문 대학생 이주성씨

"그 아이를 처음 봤을 땐 영어 공부 참 열심히 한다는 생각을 했어요. 항상 이어폰을 귀에 꽂고 영어책을 보고 있었거든요"
친구들이 들려주는 이주성씨(21·조선대 영교과3)의 대학 1학년 때 모습이다.

그러던 그가 갑자기 이어폰을 뺀 것은 그 해 여름방학.
"난생 처음 비행기 타고 유럽엘 갔는데 문화적 충격을 받았어요. 지금까지 영어공부 잘못 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생활 언어와 교과서 언어가 전혀 다름에 충격을 받은 이씨는 예전의 학습 방식을 던져버리고 몸으로 배우기 시작했다.

대학생활 3년동안 다섯번의 출국, 여권에 도장 찍힌 나라만 해도 12개국에 이른다. 취업을 하는데 조금이라도 유리한 조건을 얻기 위해 대학생활의 필수라 불리울만큼 어학연수가 일반화 됐다지만 이씨의 이같은 상황은 뭔가 다름을 짐작케 한다. 심지어 학기 중에도 양해를 구하고 떠났다는 그는 어떤 생각을 하고 사는 것일까.

첫 유럽 여행지서 잘못된 영어 교육 실감
녹음기 이어폰 버리고 세상속으로…


이씨는 배낭여행, 장학생 어학연수, 대학생봉사활동, 유네스코 회의 등 밖으로 나갈 기회만 생기면 만사를 제쳐두고 떠난다. 체험을 통해 언어를 피부로 느끼고자 함이다.
유럽으로 갔을 때는 선진국의 개방된 문화를, 태국 가나안 농군학교에 자원봉사활동을 갔을 때는 사물놀이, 이발이나 주택 재보수 등 노력봉사를 통해 주민들에게 우리나라를 알리는데 보람을 느꼈다.

또 그런가 하면 해외활동을 하고 싶어 올해 가입한 유네스코를 통해 그는 보다 넓은 시각에서 청소년 문제를 바라볼 수 있게 됐다. 요즘은 선진국보다 후진국이 그의 신경을 자극하고 있기도 하다.

그는 "영어는 단지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주는 도구일 뿐, 내가 해외여행을 하는 목적은 아니다"고 단호히 말한다.
보통 어학연수 1년은 그 나라의 문화와 역사를 이해하기 보다 단기간 학원 다녀온 것에 불과해 언어능력향상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 이씨가 지적하는 우리나라 연수생들의 실태다.

더구나 "토익이나 토플 점수 때문에 어학연수를 다녀온 경우라면 그 결과는 떠나기 전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고 그는 강조한다. 때문에 그는 몸으로 부딪히면서 다양한 경험을 하라고 권한다.

언어는 경험 나누는 도구일 뿐
토플점수에 나의 미래를 맞추고 싶지 않아요


방법은 다양하다. 이씨도 경제적 여유가 있어서 자주 해외를 나가는 것은 아니다. 그에게 가장 큰 무기는 '정보'다. "수도권 쪽은 국제단체 등을 통해 외국에 나갈 수 있는 방법들이 많거든요."

지방대생들은 정보가 늦은 탓에 대부분 어학원에 의존하고 있지만 그는 인터넷을 할 줄 알면 이같은 정보들은 충분히 발로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한국대학생사회봉사협의회나 유네스코 활동도 이같은 경로를 통해 얻은 자산이다. 찾으면 기회는 반드시 온다고 믿는 이씨. 이런 의욕이 이씨를 끊임없이 움직이게 만들고 있기도 하다.

비행기 한번 타보고 싶다는 작은 소망이 그를 몇 년 전과는 전혀 다른 세계에 옮겨 놓았으며 그는 다양한 민족을 만나면서 국제경영을 꿈꾸고 있다.
"무조건 토익이나 토플 공부하고 내 미래는 점수에 따라 나중에 결정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죠." 영어를 배우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자신이 꿈꾸는 미래를 결정하는 게 우선이다.

더불어 그는 깊이 있는 경험들을 통해 우리나라 영어교육의 문제점을 꼬집는다. '빨리빨리, 속전속결'을 외치며 단기간 영어 익히기에 열을 올리고 교육현실, 영어를 도구 삼아 할 수 있는 일을 강조하기 보다 영어 그 자체를 강조하는 어른들의 모습에서 그는 '미래'를 찾기 어렵다고 말한다.

남들이 영어단어 외우고, 작문 연습 하는 시간 그는 인터넷을 뒤진다. 자신을 보다 넓은 세계로 안내해 줄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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