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모난 무대에서 더듬는 굴곡진 세상
네모난 무대에서 더듬는 굴곡진 세상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08.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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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은 그녀에게 세상에 대한 하나의 은유이다. 그 작고 네모난 무대 위에서 세상의 굴곡을 더듬는다.
기쁨보다는 슬픔이, 화려함보다는 추함이 속모습인 세상 살이. 그 고통에 힘들어하고 공감하며 때론 눈물 흘리다 찾아가는 삶의 과정.
그녀의 일은 벗어날 수 없는 인간군상의 갈등을 온 몸으로 내짚으며 삶의 행로를 찾아가는 것이다. 따라서 그녀에게 연극은 '발견'하는 것이다.

21살 되는 90년 '하 수상한' 세상 탈출구로 택한 연극판

"인간의 갈등을 다루는 연극을 하다보면 순간 순간 내 자신과 만나게 되요. 내가 연극속 상황이라면 어땠을까, 난 주인공처럼 할 수 있을까, 주인공의 선택은 옳은 것일까..."

공연 횟수가 늘어갈때마다 새롭게 달라지는 자신을 발견하는 '방황'을 되풀이하다 보니, 어느새 '연극배우 10년'이라는 관록이 강진희 씨(32)의 어깨위에 내려 앉았다. 그런데 그녀는 이제서야 연극에 첫발을 내딛은 기분이란다.

비로소 '연극'과 마주볼 수 있게 되었다는 이 12살짜리 배우가 연극의 문턱을 넘게 된 까닭은 현실로부터의 탈출을 위해서였다. 21살, 1990년 하수상한(?) 사회가 던져주는 삶의 무게가 버겨워 찾은 출구가 바로 연극. 자신의 현실과 완전히 다른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에 멋 모르고 시작한 토박이 연구단원이 12년 연극인의 시작이었다.

"답답한 시대에서 벗어나고 싶어 탈출구로 찾은게 연극이었는데, 오히려 연극은 저에게 더 깊은 삶의 무게를 요구하더라구요."
상처로 얼룩진 인간의 밑바닥 모습을 표현하는 '연극배우'는 화려하고 근사하기 보다 힘겹고 고통스러운 작업임에 분명하다. 더구나 그녀가 몸담고 있는 토박이는 오월극 전문 극단이다. 80년 광주 오월이 그녀가 연극으로 10여년을 살아낸 힘인 것이다.


배우로 산 12년…"이제야 연극의 문턱 갓 넘어선 느낌"
10월 토박이 정기공연 앞두고 또다른 자신 찾아 "구슬땀"


©김태성 기자

"80년 오월은 내 삶의 근본 문제를 고민하는 화두가 되어 줍니다. 우리 사회 민주화 문제에서부터 인간의 존재에 대한 물음까지. 오월이 우리 사회에 영향력을 끼쳤다면 그 의미를 반추해 볼 필요성이 있어요." 그녀가 돈도 못 벌고, 폼도 안나는 지역 극단 배우 자리를 꿋꿋하게 지켜온 이유이다.

얼마전 토박이의 '모란꽃' 극에서 그녀는 오월의 상처에 힘겨워하는 여성 주인공역을 맡았다. 철저하게 여성의 입장에서 80년 오월을 다시 겪은 그녀는 여성이기에 2-3중의 고통을 감수해야 했던 당시 여성의 심정을 가슴 에리도록 체감했다.

우리 사회속에서 여성으로 살아가기, 사회 발전 과정에 주변이 아닌 중심으로 참여하기. 그녀가 관객과 '여성'으로 산다는 것에 대해 대화하기 시작한 계기가 바로 '모란꽃' 작품이다. 하지만 아직 그녀는 무대에서 할 말이 많기만 하다.

"인간과 세상의 갈등을 표현하는 것이 저의 일인걸요. 여성의 문제에서부터 자본의 문제, 정치적 억압의 문제, 다수와 소수의 힘의 문제..."
이런 그녀에게 아직 '결혼'은 '대화상대'가 아니다. "결혼도 하나의 과정일 뿐이지 목표가 될 수는 없어요. 연극인으로서 '과정'이 아직 많이 남았어요."라는 강진희 씨. 그녀와 함께 나누는 삶과 인간에 관한 '고통스러운(?) 대화'는 오는 10월 토박이 정기공연때 경험할 수 있다.

"그래도 삶보다 더 강한것은 없어요. 연극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그녀는 세상속에 자신을 담금질 하는 공부로 앞으로 10년은 더 연극무대를 오르내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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