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욱의한국탈출]물트러 노치안키(?)
[천주욱의한국탈출]물트러 노치안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08.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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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욱[스텐다드테크 대표]
이 것은 나와 가까운 사람이 얼마 전에 이메일로 보내 준 것이다. 초등학생이 쓴 것이라는 설명과 함께.

나도 예전에 이런 시절이 있었지 하며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맞게 썼는데 왜 선생님은 틀렸다고 하는지, 이렇게 쓰면 좋을 걸 어른들은 왜 어렵게 쓰는지,말은 내가 쓴 대로 하면서 쓰기는 왜 다르게 쓰는지,등 의문도 많았으며 한 켠 속으로는 반감도 생겼었다.
나는 옛날 생각이 나서 두번 세번 읽어 보았다.



화장실에서 해야할 일

1) 나올때 불끄기
2) 나올때 문닷기
3) 물트러 노치안키
4) 시싸고 물레리기
5) 손 닥고나오기
6) 수거 제자리에노키
7) 휴지아겨 쓰기
8) 신발 나란히노키
9) 다 쓴건 제자리에노키
10) 똥 싸고 나올 때 냄새었써지개 하는거 끄기.

   
몇 번 이 글을 읽게되자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한글이 정말 어려운 문자는 아닐까?
그리고 지금 우리가 철자법에 맞도록 쓰고 있는 한글은 영원히 그대로 갈 수 있을 것인가?
요사이 젊은 네티즌들이 사용하는 N세대 한글의 특징은 소리 나는 대로 쓴다는 것이며, 또한 받침도 단순해서받침을 생략하거나,ㅅ, ㅆ, ㄷ, ㅈ, ㅌ, ㄺ, ㅀ, ㄼ, 등 많은 종류의 받침을
ㄱ, ㅅ, ㄹ 등 단(單)받침 서너 가지로 통일해서 쓴다는 것이다.
그래서 "물트러 노치아키" 같은 한글이 N세대에서 아무런 거부감 없이 사용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엉터리 한글은 기성세대에게 거부감을 주고 있다. 그렇지만 10-20년 후가 되면 N세대 한글이 정통 한글이 되고 현재의 한글은 古한글이 되는 것은 아닐까?
마치 우리가 지금 이조시대의 한글(언문)을 보면 이상한 것 처럼 말이다.
정말, 이 초등학생이 쓴 "물 트러 노치안키"는 지금 N세대들이 쓰고 있는 한글과 거의 같다.

그래서 10-20년후, 이 초등학생 세대와 지금의 N세대가 주축세대가 되면 현재의 한글은 정말 고문자가 되는 것은 아닐까?
어쩌면 30년 후 우리 후손들이 이 마이 아이 노트에 있는 글들을 보고 참, 글을 어렵게도 썼구나 하지는 않을까?

천주욱은 마산출신으로 1974년 삼성그룹에 입사해 삼성비서실 등을 거치며 국내외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을 쌓았다. 제일제당그룹 내 해외영업 총괄 종합상사인 씨제이코포레이션 대표이사를 역임하기도 했으며 기업경영과 사회현상, 국가경영전략에 대한 개혁방안을 구상하는 일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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