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눈치보는 나라처럼 비굴한 것은 없다
[특별기고]눈치보는 나라처럼 비굴한 것은 없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08.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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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화[작곡가, 범민련 중앙위원]

8.15민족통일대회 참관기

조국의 남북이 분단 된 지 56년이 되던 작년 여름, 나는 민간급 교류의 방북대표단의 한 사람으로서 평양을 방문하였다. 분단을 등에 업고 자신의 기득권만을 지키려 드는 사람에겐 통일이 뭐 대수이겠는가만은 아니 오히려 통일되지 않기를 바라기도 하겠지만 우리 방북단 일행은 너무나 절절한 가슴으로 뜨겁게 북녘동포의 가슴을 끌어 안고 울부짖었다. 그리고 우리 대에 반드시 통일하자고 외쳤다.

통일방안도 서로가 한 걸음씩 양보하여 이 세상에서 가장 빠른 방법으로 통일하자고 이야기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7박8일의 평양여정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오자 마자 국가정보원에 의해 체포되었다. 수고했다는 말 한 마디는 커녕 정부가 가라고 허용해 놓고, 방북목적란에 축전참가라는 말을 오롯이 적고 가서 축전에 참석한 사소한 문제들을 가지고 정부쪽은 참석하지 말라고 했다고 (밀실거래식으로 대표자 3인에게 불참각서를 받았다고) 발뺌이나 하고 조선·중앙·동아일보의 통일문제 흠집내기에 말려들어 허우적거린 채 물정부의 완전한 밑바닥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말았다.

아 ! 이렇게 힘 없는 것이 정부이구나. 이런 힘 없는 정부권력이 왜 통일과 자주를 바라는 우리에게만은 엄청만 힘으로 우리의 자주적 삶을 유린하면서 목숨까지 빼앗는 일을 마다하지 않는 것인가 하는 처참한 생각에 까지 이르게 되니 조국의 현실이 한없이 슬퍼졌었다.

'조.중.동 유린에 허우적거린 아픈 기억

우리가 평양에 입성하게 되었던 2001년 8월15일은 언론비리 사건으로 인해 조선·중앙·동아일보 사장이 모두 구속조치 된 시기와 맞닿아 있었다. 그야말로 조·중·동은 한 껏 독이 올라 있었으며 한나라당을 등에 업고 어떻게든 자신의 위기 국면을 넘어가고자 했던 시기였다. 그들이 잡은 먹이감은 바로 다름아닌 통일문제에 대한 흠집내기였던 것이다. 그런 시기적 조건은 평양에서의 일정에 함께 한 조·중·동의 무제한적인 과장보도로 현실화 되고 이에 편승한 보수세력들은 우리를 존재해서는 안 될 사람으로까지 몰고 가면서 통일의 발걸음에 대한 희망을 꺾어 놓았던 것이다.

한마디로 나의 심정은 처절 그 자체였다. 앞으로 영원히 평양을 들어 와서는 안 될 용서할 수 없는 언론들이었다. 팔아먹을 게 없어서 분단 이데올로기를 미끼로 자신의 잇속을 채우려 하고 남의 정견과 사상·견해를 무시하고 자신이 앞서가려하는 비양심적인 태도는 언론이 가져야 할 본질적인 속성인 진리와 양심에 완전히 어긋난 것이었다. 최소한 나의 눈에는 그렇게 비추어졌다.

생각하기도 싫은 그 당시의 일을 되짚어 쓰고 있는 것은 한 해가 지나고 다시 팔월이 왔기 때문이다. 작년에 평양에서 했던 약속을 이행하여 이번에는 북쪽에서 100명의 방남대표가 서울로 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다시 정부의 통제로 인한 남쪽만의 행사로 진행되는 전야제에 참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지난 이야기지만 짚고 넘어가고 싶어진다. 다시는 작년과 같은 장난을 언론은 영원히 치지 말라는 것이다. 벅찬 감동에 겨워 빚어내는 작은 실수가 있더라도 미덕을 발휘하여 덮어주어야 할 일이란 것이다. 남과 북이 잘 해보자고 만나는 좋은 잔치 날이기 때문이다. 설사 용서할 수 없는 잘못을 저지르더라도 어떻게 하면 현명하게 극복하고 해결할 것인가를 연구할 일이지 떠벌리는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민족 전체에게 꿈을 주는 일이기 때문이다. 제발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통일교류의 흠집내기에 열을 올리지 말라는 것이다. 진정으로 이 나라의 통일을 바란다면 통일을 위해서 우리가 잘못한 것을 지적하고 대안을 제출하라는 것이다. 도대체 언론의 진정한 사명은 어디에 있단 말인가.

6.15공동선언만이 통일의 현실적 이정표다

어느 한쪽이 한쪽에게 먹히는 통일은 우리에게 더 이상 논의할 가치도 없다. 오로지 6.15공동선언만이 통일의 현실적인 이정표이다. 6.15공동선언을 누가 합의하고 누가 만들어냈는가? 바로 정부당국 아닌가. 그저 종이쪽지에 불과한 약속이고 그 것도 갈라져 있는 북과의 약속이니 안 지켜도 되는 것이란 생각을 갖고 있지 않다면 정부는 세상에서 가장 빠른 방법으로 이 합의를 실현시키는 일에 매진할 일이다. 흠집내기 언론들이 만들어 내는 부당한 여론에 휘둘리지 말라는 것이다. 언론의 눈치나 보며 남북통일축전 행사를 왜곡시키지 말라는 것이다.

크게 하면 할수록 좋은 것이 민족통일 축전일진데 계속해서 축소하려드는 처사는 온당치 못한 일이다. 민족적 용단으로 과감히 갈 길은 가는 것이다.

눈치보는 인생처럼 더러운 것은 없다.
눈치보는 나라처럼 비굴한 것은 없다.

/박종화(작곡가, 범민련 중앙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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