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빼'에 호미들고 우리노래 목청껏 불러요"
"'몸빼'에 호미들고 우리노래 목청껏 불러요"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08.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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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개같은 인생살이 해도해도 너무한다, 농촌에서 뼈빠지게 일을 해도 남은 것은 빚더미뿐", "대통령 해먹을라 환장해서 국민 식량 관심 없는 정치인들, 끝장을 봐야겄네"
더함도 덜함도 없다. 화려한 미사어구나 과장된 몸짓도 찾아 볼 수 없다. 그들이 부르는 노래 가락에는 농촌 여성의 현실이 그렇게 솔직하게 베어있다.

지난 7일, '광주전남 통일여성잔치'에서 신명나는 노래자락에 쌀 수입 개방 반대 요구를 걸죽하게 풍자해 눈길을 끌었던 '몸빼 입은' 아줌마 부대, 바로 나주 여성 농민회 '논두렁 밭두렁' 노래패이다.

가사일에다 힘든 농사일까지 이중부담에 시달리며 사회참여 기회가 유달리 적은 농촌 여성, 그들의 현실을 노래로서 극복하고자 모인 때가 3년 전쯤이다. 농민회 행사 등에 자청해서 가끔씩 노래 부르던 것이 지금은 '논두렁 밭두렁'이라는 이름으로 공연 요청을 받기까지 이르렀다. 공연이 계획되면 육아 부담이 없어 비교적 덜 바쁜 새댁 중심으로 모여 노래 연습에 들어간다.

"아직 노래를 만들 여건은 되지 않아 개사곡 위주로 부른다"는 송향숙 회장(나주시 다시면.33)의 말처럼 그들의 노래는 익숙한 유명곡이나 우리 가락에 새로 가사를 입힌 것. 하지만 카랑 카랑 힘있는 목소리에 실리는 그 사실적인 가사가 바로 논두렁 밭두렁의 가장 큰 매력이다.

"오메 속이 다 시원한그. 저런 노래는 어서 배운다요?" 말 그대로 '뼈빠지는' 농사일에 지쳐있던 박행순 할머니(51)의 손바닥이 그들 노래자락에 맞춰 오랜만에 즐거운 휴식을 취한다. 노래의 힘은 우리네 삶을 정직하게 이야기할 때 발휘된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하게 되는 순간이다.

"식량을 지키기 위한 농민들의 노력으로 쌀 수입 개방을 막아낼때까지 '논두렁 밭두렁'이 열심히 노래할께요"라는 송향숙 회장. 그녀들이 몸빼 입고 호미든 채 무대에 서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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