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을 준비하는 여성들의 한마당
통일을 준비하는 여성들의 한마당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08.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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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림패 사물놀이

세상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여성. 하지만 여전히 남성의 입김으로 움직이는 세상일에 여성의 목소리가 끼여들 틈은 좁기만 하다. 특히 정치니 통일이니 하는 이른바 사회적 문제는 여성의 삶과는 별개인 듯 치부되기도 한다. 우리 사회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위치가 아직 그러하다. '광주 전남 여성통일 잔치'는 이러한 통념과 정면으로 부딪쳐보고자 벌인 잔치이다.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은 지난 7일 '6.15 공동선언 실현을 위한 2002 광주전남 여성통일잔치'를 조선대학교 생협에서 열었다.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펼쳐진 이번 행사는 여성민우회, 반미여성회, 여성 농민회 등에서 준비한 '쌀수입 개방 반대', '여중생 사망 진상 규명'등의 내용을 담은 공연으로 꾸며졌다. 광주전남 여성통일잔치 추진본부 장연주 씨는 "광주지역 여성단체가 통일을 계기로 모여 서로의 활동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라며 이번 행사의 취지를 설명했다.

▲반미여성회 어린이공연

농민, 노동자 등 각계 각층의 여성들이 모인 만큼 이번 무대의 이야깃거리는 풍성했다. 우선 행사 시작 한 달 전부터 반미여성회가 주축이 되어 벌여온 "미군 장갑차에 의한 여중생 살해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서명운동"은 시민들의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반미여성회 간사는 "거의 줄서서 서명하는 분위기이다. 특히 중고생과 주부의 참여율이 높다"며 미국 소리만 들어도 이가 갈린다는 시민도 많다고. 그래서 이번 행사장 주변에서 서명운동에 더해서 지난 57년간 일어난 미군 범죄 사진 전시회를 진행했다.
전시회를 관람하던 박선자 씨(38)는 "주부라는 신분 때문에 사회적 일에 관심이 멀어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여기와서 효순이, 미선이 사진을 보고 정말 놀랬다. 사람으로서 어떻게 (미군이) 그런 일을 할 수 있는지..."라며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쌀 수입 개방을 반대하는 여성의 요구도 무대위에 올려졌다. 나주 여성 농민회는 농산물 수입 개방 이후 현재 농촌의 현실을 풍자한 촌극으로 많은 사람들의 박수를 받았다. "이제 시골에서 뭐 해먹고 살 방법이 없다"는 정향림 씨(52)는 이번 행사로 답답했던 마음이 풀리는 것 같다며 즐거워하기도. 이외에도 어린이 통일 그림 전시, 노래극단 '희망새' 공연 등으로 잔치는 진행됐다.

▲나주시 여성농민회 공연
광주 전남 여성들의 다양한 바램이 '통일'이라는 소박한 '소원'에 더해져 한 목소리로 퍼진 이번 통일 잔치. 사실 그동안 광주 전남 지역에서 활동하는 여러 여성단체의 사회문제에 대한 의견을 한 자리에 모아내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그런 맥락에서 광주전남 여성단체가 모여 벌인 이번 행사의 의미는 남다르다.
장연주 씨는 "여성이라는 정체성 속에서 사회적 문제 공유를 통한 연대, 단결의 자리가 되었다"고 이번 통일 잔치를 평가했다.

사회 구성원으로서 당당한 역할과 위치를 찾고자 하는 광주전남 여성단체의 활동은 이후 9월로 예정되어 있는 남북여성 통일 대회로 이어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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