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라는 문화콘텐츠
자연이라는 문화콘텐츠
  • 김호균
  • 승인 2002.08.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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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구문화의집 이 세상에서 가장 큰 위로는 자연에서 온다. 언젠가부터 화두처럼 나를 따라붙는 생각이다. 자연에서 멀어진 상태가 오래되면 오래될수록 인간은 지치고 건조해진다는 사실을 실감하곤 한다. 더구나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에게 있어서는 자연의 위로는 삶의 청량제와도 같다. 근현대를 지나며 우리가 건설해온 도시들은 자연이라는 절대적 요소를 제거하는 방향으로만 진행이 되어왔고, 그 폐해는 시간이 갈수록 점점 심하게 드러나고 있다. 지난 7월말에 떠났던 '북구 문화의집 테마여행'을 다녀오면서 나의 이런 생각은 더욱 깊어졌다. 엿새동안의 노동 끝에 주어지는 잠깐의 여유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나선 길. 목적지는 영광이었다. 옛 칠산어장의 생명력과 문화적 감성이 오늘에 그대로 이어지고 있는 전통의 향내 짙은 영광에서 하루를 부려볼 작정이었다. 일요일 하루의 여정치고는 좀 빠듯했지만 우리는 불갑사를 거쳐 영광우도농악 전수관, 법성포단오제가 열리는 숲쟁이공원과 백바위해수욕장에 펼쳐진 갯벌, 그리고 소금이 지천으로 널린 염전을 향해 출발을 했다. 마음이 풀리니 표정도 밝아지고 ▲ ⓒ북구문화의집
버스 한 대에 몸을 싣고 나선 여행길에서 40여명 남짓의 도시인들은 처음 얼마간은 좀체 말이 없었다. 마음의 워밍업이 안된 탓도 있지만 도심의 도로를 달리는 동안은 마음에 어떤 변화도 느낄 수 없었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불갑사와 우도농악 전수관을 거쳐 숲쟁이공원에 이르자 일행의 표정은 출발할 때와는 전혀 다른 빛깔로 바뀌어져 있었다.

불갑사에 핀 우리 야생화와 워낙 끼가 다분한 '꾼'들, 게다가 마음까지 넉넉하고 여유로운 풍물패들과의 만남이 마음을 확 풀어놓았기 때문이다.
"우리, 한번 놀아보께라우?"
공원의 숲이 쟁쟁 울리는 풍물 소리를 뒤로 하고, 일행이 다다른 곳은 백바위 해수욕장의 갯벌…… 끝없이 속살을 드러내고 사람을 품어주는 갯벌에 다다르자 애 어른 할 것 없이 어린애가 되었다. 노을이 지는 염전을 찾았을 때는 모두 시간을 잊은 듯했다.

적당히 시간을 보내고 돌아가리라는 계산 따위는 없어지고, '너무 아름답다. 너무 좋다'를 연발했다. 인공으로 조성된 어떤 관광지를 찾았더라도 그런 감탄사가 나올 수는 없을 듯했다. 서해로 떨어지는 낙조와 한몸을 이루고 있는 바다, 그 바다가 남겨준 하얀 소금의 결정체들을 직접 만져보고 느껴보면서 소금밭에서 살아가는 부부의 삶도 만나볼 수 있었다.

인공없는 삶이 주는 감동

▲ ⓒ북구문화의집 누군가의 설명이나 말보다도 자연 그 자체,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삶 자체가 말할 수 없이 큰 감동과 위로를 주는 듯했다. 뭐랄까. 가둬놓은 죄수들이 자연바람을 쏘이듯 도시인들에게 '자연'이란 그렇게 별다른 조미료나 인공색소가 필요없이 있는 그대로 커다란 가장 좋은 선물이 되는 듯했다. 장성 남면에 가면 한마음공동체에서 운영하는 '자연생태학교'와 '생태유치원'이 있다. 이곳은 유기농체험과 황토염색, 황토집짓기, 미꾸라지잡기, 저녁별보기 등이 이곳에서 사람들과 나누는 주된 프로그램이다. 어찌보면 아주 단순한 프로그램인 듯 하지만 주변의 자연경관과 더불어 이곳에서 이뤄지는 프로그램은 도시인들에게 최고의 만족을 안겨주고 있다고 한다. 한마음공동체 남상도 대표의 말을 빌리자면 "이제 농촌의 자연과 문화가 도시인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위로해줄 때"가 된 모양이다. ▲ ⓒ북구문화의집
탐욕과 개발 위주의 도시는 더 이상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는 곳이 되지 못한다. 도시로 도시로 향하던 삶의 욕구들도 이젠 더 이상 계속되지 않을지 모른다. 사람들의 근간을 형성하고 있는 욕구, 삶의 본질적 욕구는 자연과 맞닿아있고 자연 속에 있다.

도심에서 문화공간을 운영하면서 주5일제근무에 대비해 테마여행이라는 프로그램을 실험해본 것은 바로 그러한 변화를 느끼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의 삶을 만족케 할 가장 큰 핵심 분야는 문화라고 한다. 그 문화의 가장 중요한 콘텐츠는 또한 자연에 있다. 왜냐하면 문화가 삶을 회복시켜주는 근원이라면, 자연은 그 근원과 가장 밀접하게 맞닿아있는 인간의 정신적 낙원이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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