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한 대에 몸을 싣고 나선 여행길에서 40여명 남짓의 도시인들은 처음 얼마간은 좀체 말이 없었다. 마음의 워밍업이 안된 탓도 있지만 도심의 도로를 달리는 동안은 마음에 어떤 변화도 느낄 수 없었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불갑사와 우도농악 전수관을 거쳐 숲쟁이공원에 이르자 일행의 표정은 출발할 때와는 전혀 다른 빛깔로 바뀌어져 있었다.
불갑사에 핀 우리 야생화와 워낙 끼가 다분한 '꾼'들, 게다가 마음까지 넉넉하고 여유로운 풍물패들과의 만남이 마음을 확 풀어놓았기 때문이다.
"우리, 한번 놀아보께라우?"
공원의 숲이 쟁쟁 울리는 풍물 소리를 뒤로 하고, 일행이 다다른 곳은 백바위 해수욕장의 갯벌…… 끝없이 속살을 드러내고 사람을 품어주는 갯벌에 다다르자 애 어른 할 것 없이 어린애가 되었다. 노을이 지는 염전을 찾았을 때는 모두 시간을 잊은 듯했다.
적당히 시간을 보내고 돌아가리라는 계산 따위는 없어지고, '너무 아름답다. 너무 좋다'를 연발했다. 인공으로 조성된 어떤 관광지를 찾았더라도 그런 감탄사가 나올 수는 없을 듯했다. 서해로 떨어지는 낙조와 한몸을 이루고 있는 바다, 그 바다가 남겨준 하얀 소금의 결정체들을 직접 만져보고 느껴보면서 소금밭에서 살아가는 부부의 삶도 만나볼 수 있었다.
인공없는 삶이 주는
감동
탐욕과 개발 위주의 도시는 더 이상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는 곳이 되지 못한다. 도시로 도시로 향하던 삶의 욕구들도 이젠 더 이상 계속되지 않을지 모른다. 사람들의 근간을 형성하고 있는 욕구, 삶의 본질적 욕구는 자연과 맞닿아있고 자연 속에 있다.
도심에서 문화공간을 운영하면서 주5일제근무에 대비해 테마여행이라는 프로그램을 실험해본 것은 바로 그러한 변화를 느끼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의 삶을 만족케 할 가장 큰 핵심 분야는 문화라고 한다. 그 문화의 가장 중요한 콘텐츠는 또한 자연에 있다. 왜냐하면 문화가 삶을 회복시켜주는 근원이라면, 자연은 그 근원과 가장 밀접하게 맞닿아있는 인간의 정신적 낙원이기 때문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