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운태의 위험한 열정(?)
강운태의 위험한 열정(?)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08.06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치가 왜 중요한가'는 새삼스런 화두가 아니다. 행정가나 법률가를 지도자로 일컫는 경우는 드물지만, 아주 가끔은 정치가 중에서 지도자가 나오는 이유를 상기한다면 쉽게 답을 얻을 수 있다. 정치인에게 요구되는 최고 덕목중 하나로 올바른 현실인식과 판단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강운태 민주당광주시지부장은 이 점에서 대단히 우려할만한 정치인으로 비칠 소지가 있다. 그는 5일 도청이전반대 공동기자회견에서 시종 자신감있는 어조로 '도청이전반대'를 역설했다. 이 때 근거로 든 것이 바로 국회 예결위의 '부대의견'이다.
"광주도심활성화 대책수립이라는 부대의견이 전제된 상태에서 도청이전사업비 예산이 통과됐기 때문에 도청이전을 막을 수 있는 법률적 근거를 확보했다"는 것이다.

강지부장이 말하는 '부대의견'은 바로 국회에서 편성된 광주도심활성화대책 용역비 20억원이다. 국회 예결위는 지난해 말 정기국회서 전남도청이전사업비 450억원 편성과 연계하여 '부대의견'으로 전남도청 이전에 앞서 광주 도심권 공동화방치대책을 수립하기 위한 용역비를 신설했었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2002년도 예산안 부대조항 제5항으로 "전남도청 이전에 앞서 광주도심권방지대책을 수립한다"고 돼 있다.

"도청이전반대 법적 근거 확보" 억지주장 되풀이
예산연계 '부대의견'은 법적효력없는 정치효과일 뿐


그러나 이를 '법적 근거'라고 주장하는 강지부장의 판단은 사실과는 전혀 다르다. 국회 예산통과시 붙는 '부대의견'은 말 그대로 '의견'으로 법률적 효력이나 법적구속력과는 무관하다. 도의적 책임이나 정치적 구속력은 있을 수 있지만 법적 강제력은 전혀 없다.
국회 의안과의 한 관계자는 "예산안을 승인하면서 조건으로 이렇게 이렇게 써라고 달아 둔 다음 나중에 책임추궁하기 위한 것으로 정치적 의미밖에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하고 있다.
나아가 국회예결위 천우정서기관은 "부대의견은 정치적 의미로 법률적 의미가 아니다"며 "국회와 정부의 약속이기 때문에 지켜져야 하겠지만, 도심공동화방지대책이 수립되지 않는다고 도청이전이 안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하고 있다. 다시말하면, 도심공동화방지대책 수립은 사실상 용역비 20억원 지원으로 끝났다고 할 수 있고, 용역결과가 어떻게 나오든지 도청이전은 진행된다는 것이다.
이같은 사실은 국회 사무처 직원들에게도 대부분 통하는 상식으로 민주당 제2정책조정위원장까지 역임한 그가 왜 잘 못 알고 있었는지 의아스러운 일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혹시 그가 이같은 잘못된 지식과 판단을 근거로 도청이전문제에 대한 정책대안을 수립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는 점이다. 만약 그렇다면, 그가 광주정치행정의 정책조율의 정점에 선 집권여당의 민주당 광주시지부장이란 점을 염두에 둔다면 광주로서는 대단히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는 점이다. 행여 그의 '도청이전반대' 논리가 '도심활성화대책이 수립안되면 도청이전을 막을 수 있는 법률적근거가 있다'는 현실인식에 뿌리를 두고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단히 위험한 착각이자 오판이 아닐 수 없다.

뻔한 결론을 놓고 갑론을박 소모적인 논쟁이 계속되는데는 이유가 있다. 그 자리에는 필경 자신의 판단이 그른지도 모르고 계속 목소리만 키워 주장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강지부장도 이 점에서 예외는 아닌 듯 싶다.
사실, 이 '부대의견'을 정치적으로 이용했던 사람은 그보다 고재유 전 광주시장이 먼저였다. 고 전시장 역시 재임시절 마치 법률적 효과가 있는 것처럼 사실을 호도하며 도청이전반대투쟁에 나서겠다고 기염을 토했다가 '道廳 盜說'이라는 망신을 자초했다.

강지부장은 이같은 선례에도 불구하고 똑같은 주장을 되풀이했다. "정치적 의미밖에 없는 조항을 들어 기자들 앞에서 사실과 다른 말을 하느냐"는 힐난에 오히려 "무엇을 근거로 이야기 하느냐"며 "법률적 구속력을 갖는다"고 말했다. '법률'과 '부칙'의 관계까지 예로 들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대단한 '소신'이 아닐 수 없었다.

강지부장의 이날 궤변은 '정치인'과 '말'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줬다는 측면에서는 일면 반가움이 없는 것도 아니다. 정치인들이 무책임하게 내뱉는 '말' 한마디가 여론을 호도할 수도 있다는 경고를 울렸다. 만약, 그가 이 경고를 놓치지 않고 들었다면 다음부터는 '찌라시 신문'에라도 담을 수 있는, 책임 있는, 검증된 '말'을 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질텐데…. 두고 볼 일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