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태시장이 통추위에 봉변당한(?) 사연
박광태시장이 통추위에 봉변당한(?) 사연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08.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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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도청이전반대 공동기자회견이 한 편의 '정치 코미디'였다면 박광태광주시장은 단연 돋보이는 '희극배우'였다.
마치 코가 꿰어 억지로 끌려나오기라도 한 것처럼 시종일관 안절부절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박시장은 예정된 기자회견 시각에서 5분이 지나도 나타나지 않았다. 누군가로부터 "광주시를 공동기자회견문 제일 앞에 적어놨으니 부담스러워서 오고 싶겠느냐"는 말이 흘러 나왔다. 기자회견은 제일 늦게 박시장이 도착해서야 시작됐다.

공동기자회견장 코 꿰어 나온 듯 시종 안절부절
'단순 배석'이냐는 질문에 기다렸다는 듯 맞장구


박시장의 불편한 듯한 심기는 기자회견 내내 계속됐다. 자리에 앉자마자 기자회견문을 짜증난다(?)는 듯훓어보기를 반복했다. 사전에 읽어보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처음 보는 눈치였다. "오늘 이 자리가 광주시장의 결심과 뜻이 있어서 결정됐다"는 통추위측의 소개에도 뜨악한 표정은 여전했다.

도청이전에 대한 입장은 "강운태지부장에 공감한다"며 말을 아끼고, "전남도지사와 만나 상의하겠다. 시지부차원에서는 전남도 의원들과 협의해 나가겠다"는 식의 원론적인 답변으로 대신했다.

이어 1시간 넘게 진행된 기자회견 내내 박시장은 졸고, 하품하기를 반복했다. 평소 자신이 '주연'으로 나선 자리에서는 저돌적이리만치 적극적인 모습과는 딴판이었다.

박시장의 과장된 듯한 따분한 몸짓에 대한 궁금증은 기자회견 막판에야 풀렸다. "비서실에서는 시장의 일정과 관련 공동기자회견이 아니라 배석차 참석한 것이라고 밝혔는데, 민감한 문제이니만큼 공동기자회견에 참석한 것인지 단순 배석인지를 명확히 해달라"는 질문에 기다렸다는 듯 "통추위가 초청해서 이뤄진 배석이다"고 답했다.


물론, 통추위가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만무한 일. 방철호대표는 박시장의 말이 끝나자마자 "무슨 소리냐, 배석이 아니라 공동기자회견이 맞다"며 "박시장을 먼저 만나 얘기를 했더니 강운태지부장하고 상의하라고 해 강지부장과 만나 합의가 돼서 회견이 이뤄진 것"이라며 되받았다.

이어 기자회견 마무리시점에서는 "매듭짓고 넘어갈 일이 있다"며 강운태 광주시지부장과 이환의 한나라당광주시지부장, 박광태시장에게 일일이 한사람씩 "도청이전을 반대한다는 것으로 공개 확인해도 되겠느냐"며 물었다. 박시장은 이때도 다른 둘과 달리 "뭐 그런 것을 확인하려 하느냐"며 웃으며 넘겨 버렸다.

기자회견장에서 벌어진 이들 풍경은 이날 공동기자회견의 본질을 충분히 짐작케 하고도 남음이 있다. "공동기자회견이 아니라 배석이다"고 주장하는 박시장과 이를 무마하려는 통추위, 나아가 원하는 대답을 얻어내기 위해 정치인들을 다그치기까지 하는 풍경속에 담긴 것은 뻔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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