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조차 못먹는 아이들...상처입은 이웃에 관심을
라면조차 못먹는 아이들...상처입은 이웃에 관심을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08.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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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민[북구자원봉사센터 총무부장]

며칠 전부터 마음이 탄다.
아이들에게 많은 것을 먹이고 싶고 진짜 가족들이 놀러 가는 것처럼 해주고 싶은데....

아이들은 가끔씩 나에게 말한다
저는요! 제일하고 싶은게 "일요일에 자동차 타고 놀러 가보는 것이에요"
또 이런말도 한다 "롯데리아에 가서 햄버거 먹어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한다"
더구나 아이들이 가야할 화순 안양산 휴양림에 답사를 갔는데 아이들이 엄청 좋아할 물썰매도 있었다.

근데 예산은 한정되어 있지 참으로 답답하였다.
토요일에 무작정 전화를 했다. 11시까지 막막하였는데 일순간에 풀렸다.
평창건설 정남용 사장, 대성한의원 최해운 원장, 강경대 어머님 등이 도와주셨다.
그래서 우리는 든든함을 가지고 화순으로 출발하였다.

먼저 선발대들이 휴가철이라서 5시에 출발하여 산속 정자를 잡기 위해서 몸부림을 쳤다.
8시 30분부터 선발대의 전화가 왔다. 선생님! "빨리와요" "자리 뺏기게 생겼어요"라고 한다.
아무튼 우린 모든 난관을 극복하고 드디어 10시에 안양산 휴양림에 도착하였다.

무슨 이야기인지 잘 모르겠죠
이 어수선한 야유회는 북구자원봉사센터와 광주아동학대예방센터 그리고 동신청소년자활후견기관에서 지난 5월부터 진행하여온 멘터 프로그램인 집단 야유회이다.
멘터 프로그램은 일대 일 인간관계를 맺어 멘터가 멘티에게 도움을 주는 프로그램이다.

우리들의 멘티들은 알콜중독, 경제적 궁핍 등으로 절망적 처지에 처해 있는 부모들로부터 지속적으로 학대을 받는 아이들이다. 또한 생활이 어려워 너 꿈있냐 하면 "저 꿈같은 거 안키워요"라고 이야기하는 청소년들이다.
이러한 아이들에게 꿈을, 기쁨을, 사랑의 소중함을 주기 위해서 일주일에 한번 일대 일로 만나고 또한 한달에 한번의 전체 만남을 진행하고 있다.
오늘은 전체 멘터와 멘티들이 모이는 2차 집단 프로그램을 진행하였다.

우리는 도착하자마자 짐을 풀고 물썰매장으로 달려갔다.
부모가 어린 자식을 썰매 앞에 태우고 조심조심 내려오는 것처럼 내려오는 멘터와 멘티.
또한, 아이들의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서 기뻐하는 멘터들
꼭 부모와 자식간의 모습으로 보여졌다.

다들 옷이 엉망이 될 정도로 맘껏 웃으면서 물썰매를 탔다.
어떤 멘터의 제안으로 우리는 그대로 수영장으로 달려갔다.
다들 재미있게 물놀이를 하고 있는데 비명소리가 들렸다.
중학생 멘티들이 사고를 칠려고 단단히 결심하고 실행에 옮기는 중이었다. 중학생 멘티들의 장난에 의해서 그날 모든 여자 멘터들은 물속에 빠졌다.
어떻게든지 빠지지 않을려고 몸부림을 치는데 중학생 멘티들은 자기를 사랑해주는 멘터들을 용서하지 않았다.

점심시간에는 중학생 멘티들이 어린 동생들을 챙기는 모습도 너무나 보기 좋았다.
오후에는 멘터들과 멘티들이 일대 일로 데이트를 하였다. 숲속을 거닐면서 아이들에게 뭔가 도움되는 이야기를 할려고 애를 쓰는 멘터들이 멋지게 보였다.
이쁜 멘터 누나를 쑥스러운 표정으로 따라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재미있다.
장기자랑 시간에는 녹음기를 준비하지 못해서 자가용 테이프를 빌려 멋진 댄스 장기자랑도 있었다.

많은 아이들이 오늘 하루 세상 그 누구보다도 행복하다고 웃는 것 같았다.
우리는 버스속에서 목청껏 노래를 불렀고 광주에 도착하여 아쉬움을 뒤로 하고 인사를 나누고 하루를 정리하였다.

우리는 잘 모른다.
우리 이웃들이 얼마나 상처를 받으면서 살고 있는지를 모른다.
더구나 아이들이 얼마나 인권의 사각지대에서 살고 있는지 잘 모른다.
300원이 없어서 라면을 못먹는 아이, 버스비가 없어서 걸어다니는 아이들이 진짜로 있다. 아무 문제가 없는데 너무나 가혹한 폭력의 공포 때문에 지능 성장이 중학생임에도 초등학교 5학년 수준인 아이도 있다. 경제적 어려움이 상처가 되어 집에만 쳐박혀 있는 이이도 있다.

너무나 많은 아이들이 사회적인 관심과 사랑을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다.
사람이란 그 자체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사회, 그리고 나눔과 배품을 사회적 존재로서 당연히 가지는 의무로 생각하는 사회 바로 이러한 사회가 아이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

조금만 나의 이익을 떠나서 공적 이익을 볼 수 있는 여유를 가졌으면 한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문제는 마음이 아니라 행동해 보는 자세를 갖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 멘티가 생각난다.
"엄마 오늘 뭐하시냐" 라고 물었더니 "이사하고 있을 거에요" 라고 말한다. 아빠가 어떻게 알았는지 피해서 이사만 가면 한달 안에 찾아와서 다 죽인다고 난리를 핀다고 한다.
그렇게 이야기하면서 과자와 자두를 한뭉텡이 챙긴다. 엄마 가져다 준다고.......

/박종민 북구자원봉사센터 총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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