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만남
잘못된 만남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07.2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 필리핀 여성이 남편이 구타를 한다며 어린아이를 안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남편과는 종교단체의 주선으로 만난 지 일주일만에 혼인을 하고 한국에 왔는데 학력, 경제적 능력 모두 속였다는 것을 함께 산지 얼마 되지 않아 알게 되었다.

남편은 한 달이면 일하는 날보다 노는 날이 더 많고, 노는 날이면 술로 소일을 하고 아내가 불만을 표시하면 말보다는 주먹을 먼저 휘두른다. 이 여성은 답답하고 억울한 세월을 보냈지만 서투른 한국말 때문에 어디에도 하소연 할 수 없었다.

다행이 외국인 노동자 상담소의 수녀님이 이들의 아픔을 나누고자 저희 단체로 데리고 왔다. 이들을 만나면 만날수록 처음부터 잘못된 만남이란 생각이 든다. 대부분 필리핀 여성은 고학력임에도 한국남자는 초졸이거나 심지어는 학력이 없는 경우도 있다. 종교도 다르다. 나이 또한 10여 년 가까이 차이가 난다. 아무리 사랑은 국경이 없다고 하지만 문화적인 차이, 학력이나 나이차이를 극복하기는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왜 한국 남편은 아내와 자녀에게 대화를 하지 않는지, 왜 남편의 월급을 시어머니가 관리를 하는지, 성인이 다된 남편이 일을 하지 않고 늙은 부모에게 의지하는지, 젊은 시부모가 아무런 일을 하지 않고 자식에게 의지하는지, 왜 부부생활을 시누이, 시어머니가 일일이 간섭을 하는지' 여성은 모든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들이 한국사회의 부모와 자식과의 밀착성과 권위주의적이며 가부장제적인 사고가 짙다는 것을 이해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더군다나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짧기 때문에 싸움이 잦을 수밖에 없고, 한국 남편도 약소국가에서 상대자를 데리고 왔다는 열등의식 때문에 원만한 결혼생활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폭력이 난무한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 문제도 새로운 걱정거리다.

요즈음은 결혼소개소의 주선으로 몇 백만 원을 받고 혼인한 사례도 늘고 있으니 신성한 결혼이 돈으로 사고 파는 현상이다.
이렇게 피해 받는 여성이 필리핀 여성뿐 아니라 조선족여성도 있다. 더러는 여성이 한국국적을 따기 위하여 사기결혼을 한 사례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행복한 결혼생활을 소망한다.

한결같이 무능력하고 구타하는 남편을 어떻게 하든지 바꾸어서 살아보려고 몸부림치는 이들의 실상을 안다면 손가락질을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이들은 남이 아니고 우리국민의 어머니이다. 이제부터라도 인권의 사각지대에 있는 외국인 여성에게 관심을 갖도록 하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