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쌀 지키기, 100일 동안의 염원
우리쌀 지키기, 100일 동안의 염원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07.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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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땀이 많이 흐르는 난코스인 재를 넘어서고 있다. ©현장취재팀

"바로 먹는 그것이 사람을 만들기 때문에 그렇다. 동서냉전 시대에는 무기를 팔았지만 지금은 먹거리다. 먹거리를 장악하면 그것으로 숨통을 쥘 수 있는 세상이 된 것이다. 식량안보는 그래서 예전에는 없었던, 하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야 하는 절박하고도 중요한 문제인 것이다"

▲순천에서 여수로 넘어서고 있다.©양희연
까마귀가 말했다. "석달하고 열흘만 씻지 마세요. 그러면 형님이라 부르지요."
석달하고 열흘, 말하자면 100일이다. 우리 몸의 백혈구의 수명이 100일이라던가. 그래서 100일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다르다고 한다. 간절한 염원이나 기도도 100일이다. 그 기간동안 한 일에 몰두하면 이루어진다고 하는 100일은 그래서 그 의미가 사뭇 크다.

그 100일 동안 우리 쌀을 지켜달라고 기도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냥 앉아서 하는 기도가 아닌 우리 땅을 굽이굽이 돌면서 사람들과 어우러지는 기도마당이다. 축제도 열고 이야기난장도 푸는, 사람과 자연이 함께 하는 시간들이다. 우리 쌀을 지키기 위한 염원으로 모인 '우리 쌀 지키기 100인 100일 걷기 운동'의 모습이다. 비폭력 불복종 운동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걷기 순례가 우리 쌀을 지키기 위한 목적으로 이용된 것이다.

100인의 100일 걷기 운동

7월 1일에 진도에서 출발한 100일 걷기 팀은 동서로 전 국토 1,800㎞를 도보순례 한 후 10월이 되어서야 서울에서 멈춘다. 7월의 장마 빗줄기와 8월의 땡볕, 9월의 코스모스, 10월의 뭉게구름도 함께 할테다. 우리 쌀은 생명이라며, 우리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행동을 할 것이다.

▲서울까지 걷겠다는 한내(14, 보성). 뙤약볕에 걸어 힘들텐데 웃음을 잃지 않는다. 걷기 열흘에 접어든 평화(10, 보성)는 오늘 힘들어한다. 한내와 평화는 걷기 운동을 하는 이들의 희망이다.©양희연
93년 우루과이라운드 협정으로 우리나라는 밥상문을 완전히 열어야 했다. 10년 간의 유예기간이 끝나는 2004년. 외국에서 생산된 먹거리들이 물밀 듯이 밀려올 것이다. 초국적 자본이 판을 치고 세계화가 보편화된 세상에서 어느 곳에서 만들어진 것이든 상관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자. 먹는 것이 단순히 먹는 것만의 문제였는가를. 생명력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과정으로의 먹는 것은 그것이 어디서 나온 것인지, 어떤 과정으로 만들어진 것인지가 중요한 문제가 된다.

바로 먹는 그것이 사람을 만들기 때문에 그렇다. 동서냉전 시대에는 무기를 팔았지만 지금은 먹거리다. 먹거리를 장악하면 그것으로 숨통을 쥘 수 있는 세상이 된 것이다. 식량안보는 그래서 예전에는 없었던, 하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야 하는 절박하고도 중요한 문제인 것이다.

먹거리는 바로 내가 지켜야 한다. 안전한 음식을 먹을 권리가 있다고 그것을 보장해달라고 외쳐야 한다. 단순히 농민들 자신의 이익 문제가 아닌 이 땅과 뭇 생명, 무엇보다도 '나'를 위한 일이 바로 우리 쌀을 지키는 것이다.

"먹을거리는 생명이다"

100일의 염원을 담고 걷는 사람들은 그래서 다양하다. 30년 가까이 유기농사를 지어온 정농회 회원, 여러 사회단체 회원, 대학생, 아직 어리고 너무도 아름다운 14살 한내, 10살 평화... 어떤 절박함이 이들을 이곳으로 끌었는가. 목숨 줄을 끊으려는 세계자본에 저항하는 계란 하나가 될지라도, 던져지지 않고는 깨지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마음 깊은 연민이 그들을 이 자리로 불러냈을 터.

100일 동안 걷는 그곳에 함께 하지는 못할망정 빗줄기를 보면서, 청명한 하늘을 보면서 나와 같은 하늘 아래에서 걷고 있을 그들을 생각하자. 내가 있는 이곳 광주에 올 때는 물 한병 들고 나가보자. 우리의 따뜻함과 절박함이 서로 어우러진다면 힘으로 밀고 오는 괴물을 왜 막지 못하겠는가.

문의연락처 : 02-737-6181, 02-733-1884. 016-358-5630 (현장)
홈페이지 : www.indrama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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