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단상-노영필]신나는 방학이다!
[학교단상-노영필]신나는 방학이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07.19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노영필[광주 운남중 교사]
"선생님, 이번 방학엔 시골가요. 지렁이도 보고 메뚜기도 잡게요." "아니야 저번에 강진으로 문학탐방 가기로 했어. 그렇죠 선생님" "선생님, 우리 변산반도로 학급캠프가요! 한 학기 내내 열심히 공부했잖아요." 아이들은 서로 목청 높여 가슴 설렌 제안들을 내놓는다. 야호! 우리 모두가 기다리던 신나는 방학이다.

얼마 전 새로 오신 교장선생님께서는 담임 교사들에게 이색적인 방학 프로그램을 공모하셨다. 예전엔 다만 학교를 가지 않고 집에서 놀 수 있다는 것 때문에 신났지만, 이젠 학기 중에 하지 못했던 다양한 활동들을 제대로 할 수 있어 서 마냥 신난다......상상만 해도 즐거운 이런 방학 10년 후라면 가능한 일일까......

교장선생님들은 학교는 텅 비어있지만 눈 밖을 벗어나 있을 아이들 때문에 방학이 걱정이다. 물놀이 사고, 교통사고, 더위 사고, 폭력 사고 등 언제 어디서 학교의 이름이 들먹여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사들이 학생들을 단체로 인솔해서 캠프라도 가 볼라치면 어김없이 '식중독'이니 '화재사고'니 궁색한 이유로 결재 자체가 거부된다. 귀한 시간을 할애해서 반 아이들에게 협동심과 모험심을 길러주고 인간적인 유대를 강화하려던 교사의 의욕에 번번이 찬물을 끼얹으며 김을 뺀다.

교사에게나 아이들에게나 방학은 재충전의 시간이어야 한다. 교과공부보다는 체험을 통해 학습할 수 있는 시간들이어야 한다. 아이들은 대부분 규칙적인 학교생활을 벗어난다는 기대감으로 부풀어 있지만 효율적으로 자신을 관리하지 못한다. 그런 만큼 교사들과 부모들, 그리고 지역의 역할이 더 커진다.

자연과 친화적인 태도, 사람들과 협동적 삶, 민주적 공공성을 담을 형식을 만들어야 한다. 분단별, 학급별, 동네별로 산행이나 캠프를 가는 것은 어떨까? 방학 프로그램을 동네 단위로 만들고, 그것을 네트워크로 만들어 부모님과 함께 하는 프로그램은 어떨까?

자연속에서 진정한 자유를 느끼게하자


   
방학 땐 부모들이 교사가 되어야 한다. 많은 부모들은 아이들이 방학하면 귀찮아한다. 하루 종일 잔소리와 입씨름이 그치질 않는다. "공부해라." "그만 놀아라." "책 좀 봐라."... 부정어만 무성하다. "하지 마라" 아이들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이 말이 방학 내내 귀에 못이 박히면서 방학이 끝나고 만다.

이번 방학엔 간섭과 통제를 과감히 떨치고 대신 시간에 쫓겨 못다 한 풍성한 대화와 놀이로 자녀들과 마음을 열어보자. 눈높이를 낮추어 아이들이 즐기면서 학습할 수 있는 것을 유도해 주면서 말이다.

아이들에게 자기 미래를 체험하게 하자. 꿈꾸는 직업의 세계를 직접 체험하게 하면 어떨까? 공부만 잘하면 꿈이 실현될 것처럼 가르치는 학교교육의 한계를 넘어서 직접 자신의 꿈의 현장을 가보도록 하자. 인기의 겉멋으로 드러난 화려함이 감추고 있는 고통스럽고 힘든 직업현장의 광경을 진솔하게 목격하도록 말이다.

많은 아이들은 무료하게 방안에서 뒹굴다가, 학원 차에 몸을 싣고 이리저리 밀치고 잡아당기다가 방학이 다 지나고 만다. 방학 동안 내내 공부한들 아이들의 학력이 정말 느는 것도 아닌 것 같은 데 부모들의 불안심리가 아이들만 힘들게 한다. 문제집 속에 아이들을 가두지 말고 자연 속에서 사고력을 키워주자.

피시방, 노래방, 비디오방, 게임방 도처의 방안에서 홀로 머무는 아이들을 자연의 방으로 옮겨주자. 자연 속에서 통찰력과 상상력을 마음껏 펼치도록, 진정한 자유를 느끼도록 해주자. 폐쇄 회로 같은 방의 놀이문화를 바로잡는 것이 아이들의 상상력을 키우는 교육의 지름길이다.

일찍이 100년 전 스페인의 바르셀로나에 '자유학교'를 세운 프란시스코 페레처럼 이번 방학부터라도 "어린이의 자발성을 최대한 존중하고 자연과의 조화를 추구"하는 자유교육을 시켜보자. '방문화'의 탈출을 화두삼아 그 실천을 시작해보는 것이 어떨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