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것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
먹는 것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07.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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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채식으로 마음을 정화하면, 세상 모든 것에 연민이...">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 현리. 시원한 소나기가 한바탕 지나간 자리여서 공기는 마냥 상큼하다. 육군산악부대 연병장 옆으로 난 도로 위를 육군 중위 한 명이 털털한 자전거에 올라 타 힘차게 내닫는다. 순간 갑자기 핸들을 급히 90도로 꺾더니 시멘트 바닥 위에 보기 좋게 넘어진다. "후유~" 한 숨의 의미는 크게 안 다쳤다는 안도감에서가 아니었다. 바로 눈 앞에서 바삐 움직이고 있는 커다란 산개미 떼와 비온 뒤 꿈틀거리고 기어 나온 지렁이를 무사히 피해 그들을 다치지 않게 하였기 때문이었다.

참 희한한 광경을 연출한 그 육군 중위는 바로 나의 6년 전 모습이다. 장교 의무복무 말기에 접어들었던 96년 말부터 평소부터 공부를 해왔던 건강관련 서적을 탐독하다가 97년 1월부터 채식을 시작한 지 한 달여 만에 일어난, 내가 생각해도 놀라운 변화 가운데 하나였다.

나는 17살 때 폐결핵 3기라는 심각한 질병에 빠져 사경을 헤매다가 겨우 건강을 되찾았다. 병원에서 진단을 받기 전까지만 해도 기침과 약간의 피 외에 이렇다할 증상은 없었던 나는 폐결핵 3기라는 진단 다음날부터 41도까지 오르는 고열과 심한 각혈을 해대며 두 달여간 생사를 넘나들었다. 마음의 힘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가, 그리고 건강을 잃었을 때 인간이 얼마나 비참해지는지를 뼈저리게 느낀 이후 건강관련 서적을 수 십여권 탐독하면서 나름대로 건강에 관한 관점이 잡히자, 대학 1학년 때부터는 현미잡곡밥 위주로 식사를 했지만, 그래도 갈비며 피자파이 아이스크림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메뉴였다.

이미 채식의 우수성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채식만 할 생각은 꿈에도 품어보지 못했던 나는 77년에 미국 상원 영양학특별위원회에서 세계 유수한 영양학 . 의학의 성과를 2년 간 모아 발간한 맥도걸 보고서에서 현대 문명의 과도한 육류 문화에 경종을 울리고, 96년 미국 농무부에서 공식 발표한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육류를 반드시 먹을 필요는 없다"는 보고를 접하면서 다시 채식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러던 중 동의대학교 화학과 이상명 교수의 {기(氣)과학}이라는 책을 만나게 되었다. 동양의 기(氣)나 서양의 초능력 같은 이야기를 과장되지 않게 과학적으로 설명하고 있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내 인생을 바꿀 정도의 큰 영감을 받았다. 소 . 돼지 . 닭 . 생선 등 동물을 먹으면 그들의 고유한 파장(오라)이 사람의 파장과 중첩되어 건강을 헤치는 것은 물론 크고 작은 나쁜 일들에 관여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서 동물성 음식은 불필요하며, 인간의 역사에서 살생의 영역을 최소화하는 것(육식을 금하는 것)이 개인의 운명과 인류의 평화에 큰 역할을 담당한다는 것이었다. 그 다음날 나는 채식을 시작했고, 야외 훈련 기간동안에는 하루 두끼만 먹고, 그것도 반 생식으로 식사를 했다. 2주일이 지나자 새벽에 맑은 공기 품으며 느껴지는 명징한 느낌이 온 몸을 휘감았다.

처음 논리적으로만 생명에 대한 연민을 가졌던 필자는 '자전거 사건'을 통해 1달만에 몸과 마음과 영혼이 너무도 당연한 자연스런 행동으로서 '내가 살기 위한 다른 동물의 살생'을 피하게 된 것이다. 마음은 더욱 여려졌고, 매일 무수히 죽어갈 가축들과 환경파괴로 죽어가는 온갖 생명들과 가난한 이웃들에 대한 연민으로 울어보기도 했다. 98년에는 {녹색평론선집1}을 통해 현대의 육류위주 문화가 기아 . 물 부족 . 오존층파괴 . 지구온난화 . 사막화 . 환경오염 등에 얼마나 큰 악영향을 끼치는지 알게 되었고, 그때까지 혼자서 남몰래 해오던 채식은 점점 사회 운동차원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1분에 38명의 사람이 기아와 그로 인한 질병으로 죽어가고 매년 2000여만 명이 죽어 가는 지구촌에서, 단 1사람만이 먹을 수 있는 쇠고기와 우유를 생산해 내기 위해서 22명분의 콩과 옥수수가 가축 사료로 하릴없이 낭비되고, 지구상의 소가 먹는 열량만 따져도 78억 명이 먹고 살 수 있다는 것, 햄버거 1개에 들어가는 100g 쇠고기를 위해서는 인간으로 말하자면 허파와 같은 열대 숲이 2.5평이나 발가벗겨지고, 오늘 하루에만도 여의도 면적의 50배나 되는 열대우림이 사라진다는 우울한 보고 뒤에는 바로 공장식 축산문화가 큰 책임을 지고 있다는 등의 통계 앞에서는 분노를 넘어선 연민이 생겼다.

맹자가 "그들의 죽는 소리와 모습을 보고는 차마 육식을 할 수 없어서 군자는 푸줏간을 멀리 한다"고 했던 것처럼, 이규보 선생이 벼룩 한 마리의 목숨도 더 큰 동물들의 그것과 마찬가지라고 했던 것처럼, 성인들과 시인들의 여린 마음, 어린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으로 인간보다 약한 존재들에 대해 연민을 가지는 것은 곧 같은 인간들을 위한 것이고, 환경을 지키는 것이며, 무엇보다 나의 몸-마음-영혼의 건강을 위해서도 좋은 것 아닐까.

이 글을 읽게 된 인연을 맺은 벗님이 계시다면, 이 시간 이후로 '채식만' 하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지금보다 육류 섭취를 절반으로는 줄여 드시면 어떨까. 건강상 문제는 인류역사를 통해 수많은 채식인들이 증명한 바 있고, {동의보감}에 "하늘과 땅 사이에서 사람의 생명을 유지하게 하는 것이 곡식이다"고 했고, 미국 영양협회에서도 "임산부에서부터 유아 . 어린이 . 청소년 . 성인 . 노인에 이르기까지 잘 짜여진 채식식단이야말로 건강식이다"라며 수 십년 동안의 임상 결과를 통해 증명한 바 있으니 걱정할 필요 없다.

"새 천년에는 과도한 육류섭취로 인한 난치병의 증가와 대량 식용가축 사육의 환경적 해악으로 인해 육류소비가 급격히 감소할 것이며, 결국 곡채식과 콩을 주식으로 하는 옛 식습관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1999년 11월 8일자 TIME지 <21세기 비전 시리즈> 특집 "이래도 고기를 먹을 것인가?"에서)

TIME지의 예언적인 전망이 우리 모든 인류 앞에 아름답게 펼쳐질 날을 위해 오늘도 조용히 작은 빛을 밝혀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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