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 이후...
축제 이후...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07.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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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나라를 열광과 환희의 도가니로 몰고 갔던 월드컵이 끝났다. 사상 유래 없는 기록과 열정, 새로운 거리문화까지 만들어 낸 이 열기는 월드컵이 끝난 뒤에도 후일담 이야기로 이어지고 있다. 그만큼 이번 월드컵을 통해 체험한 문화적 쾌감들은 우리 삶의 비루한 일상을 뛰어넘는, 어쩌면 생애 처음으로 접하고 다시는 경험할 수 없을지도 모를 대 사건이었다. 이번 월드컵 경기에서 가장 극적인 장면을 연출한 스페인과의 경기는 광주에서 열렸다. 경기장은 물론이고 도청과 상무공원, 첨단의 호수공원 등에서는 수많은 시민들이 결집하여 붉은 응원의 물결을 만들어냈다. 자율적이고 평화롭게, 남녀노소, 어른과 아이 할 것 없이 어우러지는 거리 응원전은 일상으로부터의 탈주를 꿈꾸는 모든 이에게 해방과 분출의 통로 그 이상이었다.

우리의 감성을 뒤흔들고 한달 내내 들뜬 열기에 휩싸이게 했던 화려한 축제가 끝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그 열풍과 환희에 비해 복귀한 일상은 욕구의 발산과 열정이 거세된 건조한 생활세계로 현존한다. 열광이 컸던 만큼 '금단현상'에 대한 우려감마저 든다. 그렇다면 이제 이 열망들을 일상의 연속인 삶의 문화에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 어떻게 하면 자율적이고 자기조직적이었던 시민들의 문화적 욕구를 좀 더 생산적·긍정적인 방향으로 전환시키기 위한 실천적 방안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문제가 남는다. 즉 시민들의 문화향유권을 일상 속에서 확산하고 실현해낼 수 있는 지속적인 정책적 방안이 필요한 것이다.

거리응원의 상징적 공간으로 부각된 서울 시청 앞 광장은 여론에 힘입어 보행자 광장으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더 나아가 서울의 '문화개혁시민연대'에서는 세종로를 '광화문 광장'으로 조성하고 문화적 프로그램과 축제를 일상과 연결하는 문화적 쇄신을 이룩하자고 제안했다. 시민들이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나눔의 축제문화를 공유하고, 자동차가 점유하는 도시의 광장이 아니라 보행자가 주인이 되는 열린 광장의 도시를 만들자는 취지이다. 이것은 바로 월드컵을 통해 표출된 시민들의 문화적 욕구를 또 다른 차원의 사회적 동력으로 전환시키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며, 가장 적극적인 방식으로 도시의 공간을 재편하는 문화운동이다.

현재 광주시의 광장은 도청을 중심으로 한 금남로(특히 1가)이다. 금남로는 지난 몇 년간 '5·18 행사주간'이나 '지구의 날 행사'같은 몇몇 특별한 날을 제외하고는 보행자를 위한 시민의 광장으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시민단체에서는 1999년부터 금남로를 최소한 한 달에 한번 정도라도 '차 없는 거리'로 조성하자고 요구해왔으며, 여러 차례 포럼까지 개최했다. 광주시에서도 도심활성화사업으로 '금남로 주말 차 없는 거리'를 조성하여 문화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

월드컵 이후 거리문화 확산을 위한 첫 시금석으로서 '금남로 차 없는 거리' 사업은 조속히 실현되어야 할 과제로 보인다. 광장조성에 대한 예산과 구체적인 프로그램에 대한 것은 많은 합의의 과정과 중장기 계획 속에서 수립되어야 한다. 우선 공간을 비우고 차도를 보행자를 위한 광장으로, 나눔과 소통의 장으로, 도시의 일상성을 거리의 다양한 문화체험으로 충전시키는 문화적 개입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건강한 개입에 광주시 문화행정의 마인드와 문화사회에 대한 전망이 여실히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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