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5·18 계엄군 성폭행 사실 첫 '공식화'
정부, 5·18 계엄군 성폭행 사실 첫 '공식화'
  • 박병모 기자
  • 승인 2023.05.08 0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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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조사위, 51건 중 24건 조사 완료 밝혀
여고생·여대생 집단 성폭행...정신병원, 극단 선택도
그동안의 성폭행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 '관심'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들이 여성에게 성폭행을 한 사실이 정부차원의 진상조사에서 처음으로 공식화 됐다.

1980년 5·18 당시 광주 금남로에서 공수부대 부대원들이 시민들을 구타하고 있는 장면/ 5·18기념재단
1980년 5·18 당시 광주 금남로에서 공수부대 부대원들이 시민들을 구타하고 있는 장면/ 5·18기념재단

5·18 당시 계엄군의 성폭행 의혹은 그동안 간헐적으로 제기돼왔지만 특히 여대생과 여고생들을 상대로 심지어 집단으로 성폭행한 것이 드러나면서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5·18 조사위)는 7일 계엄군 성폭력 사건 총 51건(직권조사 43건, 신청사건 8건) 중 피해 당사자가 조사를 거부했거나 당사자나 가족 사망을 제외한 24건에 대한 조사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조사대상 51건은 직권조사는 지난 2018년 ‘5·18 계엄군 등 성폭력 공동조사단’이 조사한 17건과 광주시 보상심의자료에서 발췌한 26건을 합한 것이며, 나머지 8건은 5·18조사위가 피해자로부터 신청을 받은 건이다.

조사를 완료한 24건 가운데 성폭행을 당한 이후 피해 이후 정신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거나 상담을 받은 사례는 7건에 달했다.

특히 집단 성폭행을 당한 경우는 최소 2건 이상이며, 이들 중 2~4명은 여고생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여고생이었던 A양는 1980년 5월 19일 다른 여성 2~3명과 함께 계엄군에 의해 강제로 차량에 태워져 광주시 백운동 인근으로 추정되는 야산으로 끌려가 성폭행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여고 3학년이었던 B양도 5월 19일 시내에서 계엄군에게 붙잡혀 트럭에 실려 숲속으로 끌려가 집단으로 성폭행 당했다. 이후 B양은 1985년 7월 정신병원에 입원했지만, 결국 1년 뒤에 극단적 선택을해 세상을 떠났다.

1980년 5월 20일 새벽 언니 집에서 잠을 자고 귀가하던 C 여성은 무장한 계엄군에게 성폭행을 당한 이후 정신이상 증상을 보여 1982년 7월부터 줄곧 정신병원을 전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5·18조사위는 일부 피해자들이 가해자들의 실명과 부대를 거론하고 있다는 점을 중시해 교차 검증작업에 나설 방침이다.

송선태 5·18조사위 위원장은 “여성 성폭행 사건의 경우 그 특성상 피해자 중심주의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면서 “당시 광주·전남의 정신병원·집단수용시설 등에 대한 전수조사를 동시에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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