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주 광산업을 위한 과제
[특별기고]주 광산업을 위한 과제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07.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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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철(광주전남발전연구원 선임연구위원)

1. 새로운 산업패러다임과 광산업 추진배경

우리 나라는 1960년대 이후 정부주도의 중앙집권적인 경제개발을 추진한 결과 빠른 경제성장을 이루었다. 경제성장을 이룬 내적 요인으로는 중앙정부의 기업육성을 위한 특혜와 지원 등 강력한 산업정책추진과 저렴하고 풍부한 노동력에 있었다.

그러나 이 같은 경제성장 이면에는 지역간 불균형과 중소기업의 자생능력의 부진, 민주적 삶의 유보라는 사회경제적 문제를 야기하였다. 특히 중앙집권적인 경제개발의 추진은 자본과 인력, 그리고 서비스, 문화, 교육 등 경제발전의 제 요소들을 수도권에 집중시켜 오늘날까지 악순환이 지속되는 현상을 초래한 원인이 되었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자본주의 세계경제의 위기와 발전의 역사적 과정으로서 등장한 후기산업사회의 새로운 사회경제적 패러다임이 뿌리를 내리면서, 기존의 한국적 근대화 경제개발모델은 위기에 직면할 수밖에 없었다.

새로운 패러다임은 정보통신기술의 급속한 발전에 의해 자본과 문화의 세계화가 급진전되고, 지구적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따라서 사회경제적 현상은 급격한 변화에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는 분권화·개성화·수평화를 특징으로 한 수평적 네트워크질서가 형성되고, 개인의 지식과 창조력, 문화와 소비의 다양성과 신뢰적 기반의 중시 등 과거와 다른 변화를 창출함으로써 경제발전의 원천이 노동에서 지식문화로 바뀌어가고 있다.

IMF 통치체제 이후의 경제적 위기는 과거 개발모델에 안주한 경제주체들이 더 이상 경제적 힘을 발휘할 수 없었으며, 그 일환으로 한국산업 전체의 구조조정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 동안 금융자본에 의존한 경제성장의 거품이 제거되면서 기업 도산과 같은 경제적 파국이 일어났고, 그 영향은 낙후된 지방의 위기로 이어지고, 특히 상대적으로 과거 산업발전모델로 인해 형성된 영남지역 산업경제가 위기의 체감도 면에서 더 크게 나타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중앙정부는 지역경제를 회생시키기 위해서 그 지역의 경제를 주도하고 있는 부산의 신발산업이나, 대구의 섬유산업, 그리고 경남의 기계산업등을 육성하고자 하는 지역의 특화산업육성정책을 제시한 것이다. 이와 더불어서 그 동안 경제적으로 매우 낙후된 광주·전남지역의 균형발전을 위해서 이 지역의 특화산업 육성도 필요하였으며, 이는 광산업 육성이라는 정부정책을 끌어내게 되었다.

2.광산업 집적화 추진현황

광주지역은 수도권이나 영남지역과 달리 산업이 미발달된 상태에서 기존의 특화산업이 존재하지 못하고 있다. 광주지역에 입지한 대기업은 기아자동차, 삼성전자와 대우전자, 그리고 엠코테크놀로지(구 아남반도체), 금호타이어와 전남방직 정도이다. 따라서 중소기업은 자동차와 전자산업과 관련된 하청업체로 구성되어 있다.

광주지역이 전국에서 차지하는 제조업체와 제조업생산액의 비중은 1.4%와 1.6%에 불과하고, 지역내 총산액의 전국비중도 2.2%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단지 광주는 전남 농촌지역을 배후로 한 생활서비스 산업이 발달한 것이다. 따라서 지역내부에서는 지역에 부합하고, 타 지역에서 발전되지 않은 산업을 지역에 접목시켜야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하여 향후 성숙산업으로 가능성이 높은 광산업을 광산업을 전략산업으로 선정하였다.

광산업이란 빛을 가지고 있는 성질을 활용해 각종 첨단제품을 생산, 판매하는 산업이다. 자연광을 포함해 다양한 성질의 빛을 만들고, 제어하여 활용하는 것으로서 전통적으로 광학 및 광원(조명기기)분야에 국한되었으나, 1960년대 레이저가 발명된 이후 광전자, 초정밀계측기, 의료기기 등으로 확장되어가고 있다. 따라서 광산업은 거의 모든 산업에 영향을 미치는 원천핵심기술산업이며, 특히 21세기 초고속정보화사회의 기반산업이다.

다시 말해서 대용량정보의 초고속 전달을 위해서는 광기술을 한 차원 끌어올리고, 나노(nano)영역의 개척을 촉진시켜야 한다. 이미 선진국은 광산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발전시켜 오고있는데, 그것은 집적화 된 기술혁신과 사업환경을 잘 갖춰 가는 것이다. 이를 볼 때 광산업은 21세기 대표산업으로 자리 매김 될 것이며, 고도성장이 예상된다. 2000년 현재 전세계 광산업시장은 1,300억달러 규모로 반도체시장규모와 비슷하며, 2005년에는 현재의 두배, 그리고 2013년에는 4,00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 나라의 광산업이 안정적 기반에서 발전하기 위해서는 산업성장기의 핵심경쟁요소에 대한 대비가 필요한데, 핵심경쟁요소는 바로 생산기술력이다. 이러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R&D에 대한 투자가 이루어져야 하고, 선도기업이 육성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구미의 전자산업단지와 창원의 기계산업단지처럼 정부주도의 광산업 육성조치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진 집적화단지 형성이 필요하였다.

현재 광주지역의 광산업집적화 추진에 따른 가시적 성과들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첨단산업을 위한 인프라가 구축되고 있다.

이미 중앙정부 차원에서 광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추진계획을 마련하고 재정적 지원이 시작되어 한국광기술원이 설립되었고, 전자통신연구원의 광주분원, 생산기술연구원 광산업지원센터, 고등광기술연구소 등이 설립되고 있으며, 각 대학에서도 광기술 관련 연구센터 설치와 인력양성 프로그램들이 추진되고 있다.

그리고 한국의 광산업 민간기업이 협회성격의 한국광산업진흥회를 조직하여 광산업에 대한 정보제공과 홍보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이와 같이 정부지원과 인프라 구축에 따라 광산업 관련 업체수가 2000년 초 49개 업체에서 2002년 초 141개 업체로 증가하였다. 매출액도 1,007억원에서 6,000억원으로 증가하였다. 현재 분위기가 계속될 때 2003년 말에는 200개 업체가 집적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종별로는 광통신, 광원, 광정밀, 광소재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3. 첨단산업육성에 있어서 지방의 한계

이처럼 가시적으로 광산업이 광주에 집적화 되고 있지만 완전히 뿌리내리기까지는 또한 많은 난제들이 도사리고 있다. 먼저 중앙정부의 지속적인 투자와 국가전략산업으로서 육성의지에 달려있으나, 장기적인 지원이 가능할 것인지 우려가 된다.

과거 중앙정부 주도적인 경제개발과정에서는 구미나 창원처럼 정부의 지속적인 육성정책을 통해 오늘날 특화된 산업단지로 형성되었다. 그러나 오늘날 국가경제는 민간주도의 경제로 변화되어 중앙정부의 육성정책이 민간기업에 얼마나 큰 매리트로 작용할 것인지 속단할 수 없다.

또한 우리 나라에서 첨단산업이 지방에 집적화되어 성공한 사례가 아직은 없다. 우리 나라 산업구조가 첨단지식산업으로 이행되면서 과거 산업화시대의 지방간 격차가 중앙과 지방의 격차로 심화되고 있다. 첨단산업의 입지여건은 정보 및 지식기반과 생활문화환경이 얼마나 잘 갖추어졌는가에 달려있다.

과거처럼 물리적 하부구조보다는 지식과 기술개발의 인적기반이 중요한 요인이 되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지방은 수도권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입지적 기반이 열악한 상태에 놓여 있다. 첨단산업이 입지하기에 유리한 조건들이 모두 서울의 수도권에 집중되었고, 지방에는 아무 권한과 자본과 인적자원이 없는 그야말로 빈사 상태에 놓여있다.

이러한 중앙과 지방의 격차 속에서 첨단산업은 서울로 집중하고 있으며, 그나마 지방에서 창업한 첨단산업마저도 서울로 떠날 채비를 하고 있는 것이 지방의 현실이다. 때문에 지방경제발전을 위해서 첨단산업육성을 위해 지방자치단체가 노력하고 있지만 실효성 있는 대안은 없는 편이다. 그 만큼 지방자치는 아직도 대부분 중앙집권적인 정치, 행정구조 속에서 자유롭지 못한 편이다.

광주의 광산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많은 기업이 광주로 이전하여 입지하고 동시에 광주에서 창업되어 활발하게 기업간 연계와 생산이 이루어져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갖는 체제가 구축되어야 한다. 그런데 많은 기업이 수도권보다 광주에 입지하려면 고급기술인력이 광주에서 생활하려고 하는 선호도를 제고시켜야 가능하다.

현재처럼 사회경제적, 심리적 요인에 의해 자본과 교육과 문화가 서울로 집중하는 구조 속에서 광주 광산업의 발전은 많은 난제들이 쌓여있다. 결국 수도권의 한 지점이 아니라 지방이 수도권과 경제 및 사회·문화적으로 보완적이고 동등한 발전이 선행되었을 때 지방에서 이러한 첨단산업육성도 쉽지 않을까 생각된다.
4.광주 광산업의 육성을 위한 과제

지방경제는 지방 스스로의 노력이 중요하지만 중앙집권적이고 중앙과 지방의 격차가 심각한 현재 상태에서 광주광산업을 민간이나 지방정부에 맡겨서는 광주 광산업 특화는 공염불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중앙정부의 강력한 육성의지와 재정적 투자만이 민간기업과 지방정부의 관심과 투자열기를 고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지방경제의 발전과 광주광산업의 육성 결과를 지방에 책임을 돌리려면 전제가 필요하다. 그것은 명실공히 지방분권체제를 갖추어 지방에 재정과 집행의 자율권을 주었을 때 해당된다.

즉, 지방에 지출되는 총예산을 균형발전에 입각한 객관적인 기준을 설정하여 각 지방으로 분배하고, 분배된 재정은 지방 스스로의 책임 하에 자율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현재처럼 중앙정부가 재정권한을 갖고 있으면 중앙정부의 광주광산업육성에 대한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광주지역에서는 광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지식기반과 신뢰기반을 구축하는데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술개발의 각 주체들이 독립적으로 분산되어있는 것을 네트워크화하여 통합기능을 제고시키는데 각 주체들이 적극 협력해야 한다.

다시 말해서 각 대학의 연구소들이 유기적인 협력과 정보교류 등 공동의 기술개발에 노력하고 이를 기업에 제공함으로써 생산으로 이어지는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이러한 각 주체들을 네트워크로 통합하기 위해서는 공공기능의 전문적인 관리체가 필요하며, 때문에 광기술원이나 테크노파크가 보다 활성화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물리적 인프라를 누가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가 향우 광주광산업의 성공을 좌우하는 과제가 될 것이다. 그것은 그 인프라에 걸 맞는 사람과 조직문화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첨단산업인 광산업에 종사하는 기술인력과 비즈니스들이 광주에서 생활하는데 만족할 수 있는 조건을 자치단체와 광주시민이 만들어가야 한다. 자녀교육의 질적 수준을 높이고, 질 좋은 주거공간을 확보한다든지 여가생활을 위해 녹지공간 및 스포츠시설 및 문화시설이 잘 갖추고 운영수준 또한 질적으로 제고되어야 한다.

총체적으로 광주시가 아름답고 쾌적하며 살기 좋은 도시로 만들어져 갈 때 산업을 리더하는 리더층들이 광주에서 살고싶어 할 것이고, 그 때 광주경제가 발전하고, 광산업이 더욱 더 성장할 것이다. 따라서 산업육성은 경제적 접근도 중요하지만 요즘은 경제, 사회, 문화 등 시스템적으로 접근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김 재 철(광주전남발전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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